해피 리타이어먼트

조회 수 6040 추천 수 1 2015.03.16 09: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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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리타이어먼트


                                                                                                                                            蒑池  정순옥

                                                                                                                   

                                                                                                     

 

 

 “해피 리타이어먼트! 은퇴를 축하합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
 요즈음 노신사 얼굴이 싱글벙글한다.
 은퇴를 축하해야 하나요, 아니…젊은 여집사가 조심스럽게 내 귀 가까이에서 묻는다. 옆에 있는 또래 집사가 어느새 알아듣고는 바로 대답한다.
 “어~머 당연하지요.”
 또 다른 여집사는 꼭 그렇지마는 아닌 것 같단다.
 나에게도 묻는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고 감사한 마음으로 노신사의 얼굴을 바라다본다.
  은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노신사는 어째던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생활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무직장(無職場) 생활인이 되니 그리도 좋나 보다. 연세가 많아 판단력이 떨어져 쉬어야 하는 정년퇴임이란 걸 까맣게 잊고 말이다. 어쨌든 隱退은퇴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참으로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좋은 생각들과 아름다운 앞날의 계획하는 노신사는 대학에서 35년 4개월을 가르치다가 은퇴했다. 그뿐인가! 고국에서 5년 동안 교육자로 직장생활 한 것을 합치면 40년을 넘게 제2세들을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수고했으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은퇴하면서 만든 시다.         


                                                                      「은퇴」          
                                                                                                        松岩 이병호
대학에서 강산도 3번 반 변하게 가르치다가 때가 되어 손을 떼다/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긴장도 눈 녹듯 녹아가고/시간은 화살처럼 너무 빨리 날아가는데/ 괴로움도 어려움도 산들바람에 실어 보내고/새로운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본다/그 세월에 희로애락도 많았는데/가르치는 즐거움 속에서 나도 모르게/ 머리가 희끗희끗 희어졌나 보다/양어깨에 건강과 소망을 메고 터벅터벅 걸으며/ 걸어온 길 뒤돌아 보지 않고 앞을 향하여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단것처럼


   1978년 9월 28일, 그날을 상기한다. 미국이민 바람이 세차게 불던 시기였다.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고국에 남겨두고 김포국제공항에서 미국이민 길에 오른 날이었다. 무엇보다도 돌 지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랑하는 아들을 부모님께 맡기고서 국외선 비행기 트랩을 밟는 그의 마음은 무거웠을 것이다. 다행히 하나님이 동행해 주신다는 믿음이 있어서 안심은 되었겠지만, 넓은 대지에서 원대한 꿈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살아 꿈틀거리는 시기였다. 그는 미지의 세계에서 받아야 할 고통보다도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개척정신이 투철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보조교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집 부근 중고등부에서 영어선생을 한 2년을 했는데, 좋은 기회가 있어 국방대학 한국어과에 취직되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31년이 넘게 일하다가 교수직을 정년퇴임 하게 되었다.
 
 노신사가 되어 은퇴하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심심찮게 은퇴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들이 대화 중 거론된단다. 규칙적인 직장생활을 안 하니 자유로워 보인다. 외모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조금은 추하게 보인다. 흰머리가 많아져 은발색 머리거나 아니면 거의 다 염색머리다. 은퇴한 노인들은 물기 없이 말라가는 나무처럼 피부가 각질화되고 말라가기가 쉽다. 어디 그것뿐인가,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호칭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을 많이 듣는다. 육신이 쇠퇴해 가니 안경, 틀니, 보청기 같은 건강보조기를 점차 사용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단다. 세끼를 집에서 먹는다 하여 ‘삼식’이라는 별명을 듣기 쉬운 남자 은퇴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부인이 부엌에서 곰탕 끓이는 뒷모습이라고 한다. 곰탕을 많이 끓여 냉장고에 넣어 둔다. 그리고는 부인은 동창생 모임이네, 외국여행이다 하면서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이렇다 보니 남편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본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리고 항상 누군가를 도와주며 살아야 한다. 사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도가 중심점이 되어야 한다. 잔소리가 아닌 은은한 인간의 향을 풍기는 행동과 언어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취미생활을 하면 건강을 유지하고 외로울 시간이 없을 것이다. 노신사는 은퇴하기 전이나 다름없이 항상 바쁘다.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 많아서다. 성경 읽기, 골프, 붓글씨 쓰기, 무엇보다도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니 심심할 시간이 없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곤 한다. 어쩌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사니 인생의 가치를 높이고 행복한 삶이 되나 보다.
 사랑의 밥주걱을 힘있게 들고 성도들에게 밥을 퍼주는 ‘밥퍼장로’라고 쓰인 에포론을 입고 있는 노신사는 나의 남편이고 이병호 시인이다. 접시 위에 송골송골 퍼 담은 밥 알갱이들이 하얀 함박꽃으로 변해 ‘해피 리타이어먼트’라고 함성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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