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방울의 예쁜 꿈

조회 수 7915 추천 수 5 2015.03.21 09:31:29

 

 

 


                                                       이슬방울의 예쁜 꿈
                                                                                                                 蒑池  정순옥


   이슬방울에 맺혀있는 예쁜 꿈을 안다. 아름답고 영롱한 빛을 발해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희망을 주었던 이슬방울 말이다. 한 편의 내 수필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게 하는 축복의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경 말씀 중『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같이』를 상고해 본다.
   이슬방울은 햇빛이 비치면 수정체 물방울이 프리즘작용으로 오색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때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영글게 된다. 내 수필도 세상의 빛으로 오신 이의 숨결로 신비로운 생명력이 있어 독자의 마음을 품을 때 내 수필의 꿈이 이루어 짐을 안다. 이슬방울은 어두운 밤에 찬 공기에서 참으로 힘들게 수증기를 끌어내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내 수필도 머리가 쥐어짜지는 고통 속에서 한 편의 수필이 탄생한다. 이슬방울은 깊은 밤 허공 속에서 쥐어짜 낸 미세의 이슬들이 서로 엉키면 크고 작은 이슬방울이 된다. 내 수필도 그렇다. 창작의 몸부림치는 고통 속에서 내 작은 생각과 언어들이 묶어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작은 알갱이 물방울 이슬들이 서로 뭉쳐서 모습이 선명한 이슬방울을 만들고 조그만 이슬방울들의 간격이 서로 합쳐지면 정말 놀랍도록 커다랗고 수정같이 맑은 이슬방울이 된다. 내 수필도 그렇다. 짧은 단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문장들이 또다시 합쳐져서 한 편의 수필이 구성된다. 독자에게 감명을 주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또 많이 써 봄으로서 문학과 만난 좋은 수필이어야 하기에 나는 매 순간을 수필과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다.
  이슬은 요술쟁이 같다. 미라클적인 생명력으로 무지개처럼 아름답던 모습에서 어디론지 사라졌다가 또다시 그 모습으로 태어나는 걸 보면 말이다. 수필도 그렇다. 금방 글 한 편 써 낼 것처럼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간 어느새 모든 생각이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 같으나 또다시 수필로 태어나니 말이다. 수필도 이슬방울처럼 수많은 세포가 있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신선한 산소가 필요하다. 전능자의 선물인 맑은 산소가 있어야 생명의 언어들을 잉태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느낌이 들 수 있게 하는 생명의 언어들을 말이다.
  나는 시골에서 많은 형제 중에서도 늦게 태어났다. 내가 부모님을 알면서부터 내 아빠 엄마는 이미 늙으신 분들이셨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생각하면 대 식솔을 거느리며 힘들게 일만 하시는 불쌍한 분들이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생각만 난다. 내가 중학교 졸업반 때였다. 시시때때로, 나는 고요한 새벽녘에 눈을 뜨면 텃밭으로 나가곤 했었다. 진학문제로 고민에 차있는 나에게 자연은 참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어느 날, 나는 토란잎 위에 송골송골 얹혀있는 수정같이 맑은 이슬방울이 바람결에 미련도 없이 또르르 굴러서 땅으로 떨어져 버리는 모습을 포착했음인가, 내 마음도 한없이 연약하여 땅으로 굴러떨어지는 것 같고 앞날이 캄캄했다. 나는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좋은 책 많이 읽고 글을 쓰고 싶은 배움의 열망이 있었는데, 내 의지하곤 상관없이 가정형편이 허락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정말 괴로웠다.
  아, 그런데 말이다. 나는 신기한 일을 발견했다. 무채색의 이슬방울이 햇빛의 도움을 받으니 신비스럽게도 오색찬란한 색깔을 발했다. 나는, 그때 나를 위로해 주고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보았다. 무아지경(無我之境)이 된 내 마음을 그대로 품어주고 나에게 아름다운 꿈을 갖게 하고 싶어 하는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말이다. 나는 진실로 누군가의 돌보심이 나에게 임할 것을 믿었고,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니의 사랑에 넘치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고국 텃밭 싱싱한 토란잎 위에 있다가 재미교포로 살아가고 있는 집 정원 파초 이파리 에 이슬방울이 다시 살아나 있다. 내 수필도 그랬으면 좋겠다. 수필을 읽은 후 잊힌 것 같으나 어느 때 다시금 생각이 나는 글, 나는 그런 수필을 쓰고 싶어한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도록 나에게 희망을 준 이슬방울의 예쁜 꿈이 있었기에, 오늘날 내가 수필문학에 정진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나는 더욱더 영혼을 투명케 하여 맑고 향기로운 수필을 쓰고 싶어 오늘도 간절한 소망을 기도드린다. 축복의 통로가 되는 수필을 쓸 수 있게 해 주시라고 말이다.
  나는 평생토록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가슴 속에 품고서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햇빛의 도움을 받아 신비로운 무지개 색상을 발해 꿈의 통로가 되어 나에게 희망을 품게 했던 예쁜 꿈을. 항상 수필을 쓸 때마다 맑고 오묘한 사랑의 색채를 품은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수필을 나는 쓸 수 없는 걸까 고민하면서 부족한 내 생활을 반추(反芻)해 보곤 한다.
  누군가 나를 ‘수필작가’라고 불러줄 때는 쑥스러우면서도 어려운 시기를 용케도 잘 견뎌내는 힘을 전능자로부터 받아 꿈을 이룬 축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내가 만약 축복받은 사람이라면,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품은 내 수필이 축복의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감동을 줘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이슬방울의 예쁜 꿈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축복의 통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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