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과 농촌과의 관계

조회 수 7490 추천 수 1 2015.03.22 16:28:23

노벨 문학상과 농촌과의 관계 
 
  농촌, 농업 또는 농토를 주제로 다루었거나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학작품 중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이 꽤 있다.
  1924년 수상작 ‘농민’은 폴란드 작가 레이몬트의 작품으로서 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농민에게 땅은 생명과 같다. 땅은 농민들의 기쁨이요, 눈물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외친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미국 펄 벅의 ‘대지’는 1938년 수상작으로서 중국을 배경으로 역시 땅의 중요성과 함께 농민들의 근면함과 끈질긴 생명력을 그린 작품이다. “땅을 잃으면 끝장이야”라고 절규하는 주인공 왕룽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962년 수상작 미국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농토를 잃고 일자리를 찾아 서부 캘리포니아로 가던 농민들의 애환을 그렸다. 특히, 땅은 그 소유자의 분신이라고 역설한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주인공 가족의 딸이 자신들보다 더 궁핍해서 굶어 죽어가는 낯선 노인을 살리기 위해 젖을 먹이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1903년 수상작 노르웨이의 비외른손의 ‘아르네’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로부터 농사를 배운 비외른손은 농촌소설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1931년 수상작 ‘조상’은 스웨덴의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카를펠트가 산업화, 도시화되어 가는 스웨덴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전통 농촌생활로 돌아가고자 하는 갈망을 담은 작품이다.

1946년 ‘황야의 늑대’로 문학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의 다른 작품 ‘정원일의 즐거움’에 나오는 ‘한 조각의 땅에 책임을 느끼며’라는 글에서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근면과 노고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경건함이 농촌 일상생활의 밑바탕을 흐르고 있고, 생명의 힘에 대한 경외심이 배어 있다고 노래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상으로 위대한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라는 소설에서 우리 인간의 땅에 대한 탐욕, 즉 지나친 소유욕을 경계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이 작품은 마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대지는 인간의 필요는 충족시켜주지만, 탐욕은 채워주지 않는다”고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부활’에서 톨스토이는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입을 통해 “토지가 인간에게 베푸는 온갖 혜택에 대해 누구든지 평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당시 유명했던 미국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 이 사상은 1854년 미국 피어스 대통령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팔라고 했을 때의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 연설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판다는 말인가?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요, 대지 또한 우리의 일부분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대자연 예찬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그린 불후의 고전 ‘월든’을 남겼다. 소로우는 농사는 신성한 예술이라고 하면서, 이제 농사일의 경건함과 신성함을 회복하고 지나친 탐욕과 이익을 자제하여 품위를 되살리는 한편, 농업의 여신이나 대지의 어머니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노력을 강화하면 대자연, 즉 해와 바람과 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자애로워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건강과 환희를 안겨준다고 웅변한다.

  소로우의 이런 사상은 농촌 사랑이 약화돼 가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에 꼭 와 닿는 농촌 예찬가라고 하겠다. 앞으로 국민들이 농업과 농촌 관련 노벨문학상 작품을 접할 때에, 한국 농업과 농촌을 비중 있게 다룬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박경리의 ‘토지’ 등의 작품들도 다시 한 번 음미했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 농업과 농촌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더욱 충만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희망의 인문학 교육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 붐이 우리나라에서도 일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가 창설한 클레멘트 코스는 인문학을 통해서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고 역경을 견디는 힘을 주는 한편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어 우리 농업계에도 잔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록의 계절 5월, 농업과 농촌에도 희망의 인문학을 강조할 때이다.
 
<나승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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