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러기
이 병호
겨울이 되어 머나먼 수천리 길을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날아와
이곳 까지 찿아 왔네
일 년 내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곳에 삶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짝과 함께
올때는 서로서로 돌아가기로 기약했는데
몇 해 전 부터는 고향의 그리움을 잊어버리곤
어느덧 이곳 생활 환경에 익숙해 졌나 봐
시간의 바퀴는 돌아가는데 변함없는 생활 어느누구도 탓할 수가 없나보다
풀밭에서 떼를 지어 짝을 이루고 풀을 뜯어 먹고
옆 호수에서는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어느새 낳았는지 새끼들도 뒷뚱뒷뚱 걷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네
걱정도 근심도 모른체 하루하루가 여유만만한가 보네
부부애가 각별한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접근하려느냐는 표정으로
수컷은 긴 목을 곤두세우고 경고의 소리를 내고 머리를 두리번 거리며 보초를 서는가 하면
암컷은 아랑곳 없이 풀을 뜯다가 쉬기도 하고 낮잠을 청하기도 하면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평화로운 망중한을 보내며
내일의 운명은 알지도 못한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먼데
하루하루가 행복한 삶으로 잇대여 지도록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