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행복 품은 사돈들

조회 수 5541 추천 수 8 2015.05.18 16: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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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와 행복 품은 사돈들


                                                                                                                                                                         蒑池  정순옥


  감사와 행복을 품고 있는 사돈들을 만났다. 사돈들은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반가운 사람들이다. 두 딸, 해미와 해련 덕분에 나는 사돈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한량없이 기쁘기만 하다. 사돈(査頓)이란 서로 혼인한 남자와 여자 측의 가족 간을 말하기에, 두 딸 해미와 해련이 결혼을 함으로써 나에겐 자연스럽게 사돈들이 생긴 것이다. 2015년 3월, 우리 부부는 두 딸 부부와 사돈들과 합심으로 만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을 때, 나는 가슴이 뭉클해 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내 생애에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우리 부부에게 있는 두 딸은 첫 번째 딸 이름은 해미(海美), 둘째 딸 이름은 해련 (海蓮)이다. 두 살 터울이 채 안 되기에 연년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쌍둥이처럼 닮은 면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언니와 동생이 똑같이 미키마우스 옷을 입고서 찍은 사진은 어머니인 나도 가끔은 헷갈린다. 언뜻 보기에 그럴 뿐이지, 사실은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생김새가 큰딸은 아담하고, 작은딸은 키가 크다. 큰딸은 있는 대로 적응하며 양보심이 많은 성향이며, 작은딸은 남을 위해 주면서도 자기 몫도 챙기는 성향이다. 서로 다른 면이 많지만, 자매라서인지 아무래도 닮은꼴인 두 자매는 결혼도 비슷하게 했다.
 두 딸 시부모와 시형인 사돈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감사기도 시간을 줬을 때, 나는 얼마나 감사한지 시간이 멈춰도 좋을성싶었다. 그날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듯싶다. 옛말에 “변소와 사돈은 멀리 있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변소나 껄끄러운 사돈은 꼭 필요하면서도 가까이에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하는 말이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모든 문화가 편리한 세대로 변해가면서 반대가 되어가고 있다. 변소가 안방으로 들어와야 좋고, 사돈들과는 가족처럼 지내는 게 좋으니 말이다.
 큰딸 해미는 출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박씨 가문으로 흡수되고, 작은딸 해련이는 구씨 가문으로 흡수되었다. 요즈음은 사위를 배 안 아프고 거저 얻은 아들이라 한다. 우리 부부는 두 딸이 혼인하게 됨으로써 사랑스러운 아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내 인생의 선물로 받게 되었다. 큰 사위 이름은 성찬, 작은 사위 이름은 요셉이다. 사돈댁들에게 “이렇게 귀하게 잘 키운 아들을 저희 부부에게 사위로 맞이하게 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씀드렸다. 사돈댁들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해 주셨다. 우리 사돈들은 나처럼 힘든 해외이민 1세를 살아오신 분들이고, 사위들은 두 딸처럼 코아메리카 이중문화 속에서 꿋꿋하게 자란 미주이민 2세들이다.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끼리 혼례를 통해서 사돈의 인연을 맺게 되니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결혼이란 남녀 두 사람이 만나서 부부의 연을 맺는 행사다. 혼례라는 말을 많이 쓰던 옛날 시대엔 얼굴도 안 보고서 결혼한 후에, 첫날밤에야 비로소 신랑·신부가 서로서로 얼굴을 보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 얼마나 되는지 자로 재고 저울질하던 중매결혼시대에서 차츰 자유결혼시대로 지금은 연애시대라 한다. 지금은 갈수록 생활하기가 편리해져서 무결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니 다음 세대는 결혼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어 갈 것인지 아리송하다. 나는 이중 문하 속에서 힘들게 자란 두 딸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적령기에 사랑하는 배필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어 너무도 감사하다. 하나님이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라고 부부의 연을 맺어주셨으니 허락해 주신 땅 위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하면서 행복하게 살라는 주례사의 말씀을 들으며 결혼하는 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고마운 마음으로 흐뭇할 뿐이다.
   우리 딸들은 아빠 엄마와 팔짱을 끼고서 은은한 꽃향기가 흩날리는 아름다운 꽃길을 사뿐사뿐 걸어 야외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곱게 단장한 머리 위에 쓴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하이얀 베일 속에 드러난 순결한 얼굴이 천사처럼 아름답다. 결혼하는 순간처럼 언제나 순결하고 고운 마음으로 부부가 서로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며 딸을 사위에게 넘겨준다. 행운아인 딸들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노라고 사랑스럽게 안아 주는 사돈들에게서 훈훈한 정이 흐른다. 이젠 끊임없는 기도 외엔 모든 것들을 사돈들에게 넘겨야 한다. 평생토록 딸들 앞에선 겸손히 기도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어머니로 남아 있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언제나처럼 결혼식을 알리는 결혼행진곡 소리에 내 신경세포가 팽대해 지면서 찌르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엄마. 우린 영원한 엄마 딸!~” 하는 고운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시원하면서도 허전한 나의 눈 속엔 아직도 어여쁜 색동옷 입은 어린 딸들이 시집가서 아름다운 미래의 꿈을 지혜와 인내로 펼쳐 나아가는 두 딸이 되기를 염원할 뿐이다.
 한민족의 정서와 문화가 서린 야외폐백실에서 우리 부부와 사돈들은 결혼서약 끝내고 양가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들꽃처럼 청초한 결혼한 자녀에게 고운 밤과 대추를 던져준다. “자아~.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거라.” 결혼한 자녀가 보자기를 펼쳐 들고서 축복을 다 받겠노라고 아우성이다. 사돈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아이들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듯하다. 사랑하는 딸들이 결혼하는 시점에서 반갑게 만난 사돈들은 내가 팍팍한 이민생활에서 낙타처럼 메마른 모래땅 사막길을 걷다가 찾은  오아시스에서 만난 사람들 같다. 나는 감사와 행복 품은 사돈들과 함께 남은 나의 인생 여정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함께 걷고 싶은 심정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눈이 시리도록 청명하고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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