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향취

조회 수 5707 추천 수 13 2014.10.06 19:32:48
                          냉이 향취  
                                                                                     
 냉이 향취가 나는 참 좋다.
내 후각嗅覺을 감미롭게 하는봄나물인 냉이 향취 속엔 우리 시어머님과 시누님 그리고 시고모님의 사랑이 섞여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좋다.  “ 애~야!  이 냄새 좀 맡어 보거라이 -얼매나 향내가 좋으냐~.  냉이 향취가 좋지라우?  정감있는 남도 사투리의 보유자이신 시어머님과 시누님이 번갈아 가면서 땅에서 뿌리까지 막 캐어낸 봄나물인 냉이를 내 코 앞에 내밀면서 냉이 향취를 음미해 보란다. 시어머님과  나 보다 연상인  시누님이 사랑의 손가락으로 캐어 낸 들풀 냉이 향취에 흠뻑 젖어 나는 행복에 취해 버렸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고부간의 갈등 이니, ‘시媤’자만 들어도 몸에서 경련이 일어 날 것 같고 참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어머니와  말다툼할 때 말리는 시뉘가 더 밉다는 말도 있다. 그 만큼 여자들에겐 출가 해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시댁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 되겠다.  결혼이라는 전환점에서 운명적인 만남의 고부간의 대화 소통법으로  나처럼 뭔가  잘 모르는 어수룩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시’자가 앞에 붙은 시어머님과 시누님의 사랑을 무등산 자락에서 받은 이유는,  시골에서 살았는데도 ‘냉이’를 아리송하게 알고 있을 뿐인 내 성격 때문이였기에  말이다.  어리벙벙한 내 코 앞에 냉이 나물을 들이 대는 시어머님과 시누님은  확실히 나에게 가르쳐  주심에  흐믓해하신 것이다.  어수룩한 나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인 행복이 찿아 올 줄이야.   
무등산 無等山의 봄은  정의正義의 정기精氣를 품어 내는 듯이 참으로 늠름하면서도  신선하다. 무등산을 바라보면서 사는 사람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 광주민주화 항쟁등 정의로운 일에는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고 앞장 서고 있음은 무등산의 신비로운 산세山勢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여린 남도 소리꾼들의  노랫소리, 소화 기관인 뱃 속이 아니라 사고 思考하는  뇌 속 깊숙히 박혀 있는 실핏줄까지 팽대해져 머릿통을 휘두른 후 뒤통수를 날카롭게 친 울림으로 내는 떨림의 소리가 충장로에 있는 수많은 국악원에선 끊임 없이 울려 나오고 있다. 너무도 황당하게 가슴에 상처 받은 역사의 현장에서 소리꾼들이 아무리 소리친들 그 한恨을 어찌다 품어 낼 수 있으랴.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다. 무등산 자락에서 자란 냉이 향취는 피비릿내도 중화 시킬수 있을만큼  놀랍도록 심오深奧해  모든 것을 껴안고서 은은한 향내를 발하고 있음을 나는 시어머님의 한없이 너그러운 사랑을 통해서 느끼고 있다.  시어머님 앞에 서면 나는 언제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며느리 도리도 못한다고  원망하시기는 커녕 무등산 줄기의 냉이향취로 나를 흠뻑 사랑에 취하게 하신 시어머님이 아닌가. 나는 고마운 마음에 생生의 환희歡喜를 느끼며, 관용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기적의 냉이 향취에 놀라곤 한다. 냉이 향취가 배어 있는 무등산 정기에 휩싸여 있는 땅에선, 무조건 나를 용서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한없이 넓고도 넓은 가슴의 시어머님과 시누님 그리고 시고모님도 살고 계신다. 즐거운 마음으로 또다시 찿아 오라고 나를 부르시면서. 
무등산에 피어오르는 봄의 운기雲氣가 의연하게 대지에 드리워짐일까. 무등산 자락에 샛노랗게 피어나는 개나리꽃들이, 기억 속에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하늘에서 막 하강下降한 선녀들의 옷자락 같이 신선하고 아름다워서 바라보는 내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무등산 정기에 매료되어 샛노란 개나리 꽃으로 변해서 멋있는 산과 어우러져 그냥 살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시누님이 나를 무등산 구경시켜 준다고  산 중턱까지 차로 드라이브 시켜 주니 동심이 된 나는 무등산에 피어 있는 선녀들 옷자락 같은 샛노란 개나리 꽃구경에 옆에 계신 시어머님도 의식 못할 정도로 환성을 지르며  참으로 행복해 했다.  왠일 이었을까?  나는 그 때 느닷없이 냉이가 생각이 나서 무등산에 있는 냉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시어머님과 시누이는 나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냉이를 찿기 위해 차에서 몇번이나 내려 산 속을 헤메었으나 못찿고 결국 무등산 끝자락에 있는 밭두렁에서 냉이를 찿았다. 냉이는 산채가 아니고 들풀임을 늦게서야 깨닫기도 했다. 
 냉이는 봄바람에 잔설이 녹아 내리기 시작하면 양지바른 언덕이나 밭두렁 논두렁에서 쑥이나 달래나 꽃다지들과 함께 자라나는 흔히 보는 민들레와 비슷하나 하얀색 꽃이 피는 아주 상긋한 향기를 천지에 내는 겨잣과의 두해살이풀이란다.  살아 오면서 많이도 먹은 향기 좋고 맛있는 봄나물인데 나는 이름은 알면서도  모양엔 관심을 두지 않아 아리송 했을뿐이다. 냉이는 봄나물 중에서도 단백질이 많고 무기질이 많아 몸에 아주 좋은 친환경 건강식이어서 특히나 채식주의 자들에게 꼭 권하는 봄나물이라나.  나도 건강해 지려면 냉이국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시어머님이 직접 담그신 맛있는 된장으로 무등산 줄기에서 캐낸 파릇파릇한 향기 좋은 냉이를 넣어 끓인  맛깔스러운 냉이된장국을 먹고 싶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구순이 되시는 시어머님의 무릎이 관절염으로 아프셔도 무등산 자락에서 냉이를 발견하시게 되면 또다시 나를 위해 냉이를 손가락으로 후벼서 캐실 것이다.  나는 아는고로 미리부터 준비해야 할 냉이를 땅에서 캐낼 도구와 나물바구니의 모양을 그려보고 있다. 
 아무쪼록 시어머님과 시누님그리고 자네, 냉이국이 먹고 싶다고 나한테 진작 말하제 그랬능가-, 하시던 인자하신 시고모님.  언제나 내 위치의 도리道理를 못해 죄인 같은 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따뜻한 사랑을 주시기만 하는 시집 식구들과 함께 다음 해에도 또다시 무등산을 드라이브하면서 선녀들 옷같이 예쁜 개나리꽃도 구경하고 풋풋하고 상긋한 냉이도 캐서 맛있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소박한 나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빌면서 새로 올 봄날을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자신을 본다. ‘ 媤시’ 자가 붙은 시어머님과 시누님 그리고 시고모님의 사랑이 섞여 있는 냉이 향취에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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