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조회 수 12909 추천 수 2 2015.10.24 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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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

 


                                                                                                                                                 정순옥


 

  무궁화(無窮花)는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광복절에 정식으로 지정된 대한민국 국화(國花)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어서인지 무궁화가 무조건 사랑스럽고 좋아진다. 무궁화는 내 인생의 친구요 반려자이기도 하다. 나는 태아(胎兒) 때부터 이순(耳順)을 넘긴 지금까지 무궁화와 함께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농촌 우리 집 텃밭 울타리는 무궁화 나무였다. 우리 어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시골집 텃밭 울타리 무궁화는 생명의 환희를 말해 주는 듯 싱싱하고 아름다웠다. 무궁화 나무가 줄지어 있는 울타리 밑으로 작은 도랑이 있어 언제나 물이 졸졸 흘러내려 흙이 촉촉이 물기에 젖어서였으리라. 이른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무궁화 꽃은 언제나 나에게 신선함과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초봄에 연둣빛으로 돋아나는 무궁화 이파리는 우리 가족의 무공해 건강식 반찬거리였다. 무궁화는 아욱과 식물이어서, 연한 이파리들을 물에서 하얀 거품이 일도록 손으로 비벼서 씻은 후에 마른 멸치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아주 구수하고 맛있다.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6·25 시절에도 우리 민족들과 고난을 함께하면서 이파리는 육체에, 꽃은 영혼에 밝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준 고마운 꽃이다.
  여름이 되면 무궁화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피고 지고 또 피고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피고 진다. 꽃 수술에 입 맞추길 좋아하는 벌 나비 덕분에 꽃가루받이가 잘 돼 분홍색, 하얀색, 보라색 등 조화를 이루어 여러 색깔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하얀색 무궁화는 옥양목 한복에 꽃자주 옷고름을 단단히 맨 우리 민족의 여인같이 단아하고 고결한 자태이다. 그리고 일편단심 우리 겨레만 사랑하며 지키고자 하는 지조(志操)를 보여주고 있다. 신비로운 소리를 내는 나팔같이 생긴 기다란 꽃 수술이 황금가루가 넘쳐남은, 언젠가는 우리 겨레가 자랑스러운 세계 최고의 경제국가가 될 것임을 나팔 불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무궁화 꽃송이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짙은 색깔을 나타내 우리 국민의 내면이 옹골짐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무궁화는 우리 겨레를 상징해 주기에 가장 적합한 꽃임이 틀림없다.
   한 송이의 무궁화 꽃은 청순한 얼굴로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오므라들고 마는데, 또 다른 꽃들이 잇대어 피어나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운 꽃들을 볼 수가 있어 영원히 지지 않을 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능자의 보살핌이 우리 겨레를 계속 보살펴 주고 있음을 믿게 하기 위함인가 싶어진다. 화려하지도 밉지도 않아 수수하게 보이는 해맑은 무궁화는 어느 누가 돌보지 않아도, 뜨거운 뙤약볕 속에서도 겸허하게 은근과 끈기로 살아남아 줄기차게 연연히 피어난다. 많은 슬픔과 고난을 이겨낸 우리 국민성을 닮은 꽃이기에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 겨레의 상징인 국화(國花)로 정했으리라.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고국을 떠나 올 때였다. 2세들의 교육을 위해서 평생토록 교육계에서 헌신하신 우리 시아버님께서 동양화 한 점을 선물로 주셨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라는 노랫말이 적힌 가벼운 그림 한 폭이었지만 그 뜻을 아는 나에겐 참으로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가서 살지만, 한민족의 얼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라는 시아버님의 뜻을 알았기에 나는 가슴판에 깊이 새겼다. 지금도 나는 그 감격의 순간을 잊지 않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수시로 무궁화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임을 일깨워 주곤 한다. 고국에서 떠나 올 때 가지고 온 무궁화 그림은 방문을 열면 볼 수 있는 자리에서 거실로 옮겨 놓았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옮겨 놓았더니 역시 잘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나는 무궁화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꽃인지, 얼마나 인간들에게 이로움을 주는지를 혀가 닳도록 이국 사람들에게도 자랑하곤 한다.
   요즈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무궁화 나무가 늘어나고 있어 나는 가슴이 뿌듯하다. 이제 우리 민족은 삼천리강산에서 사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힘찬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서 우리 겨레의 심성이 담긴 무궁화를 아끼고 사랑해서 보급하는 일에 힘써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나는 우리 겨레의 꽃을 번식시키려고 꼬마 무궁화들을 후세들을 키운 것처럼 아름다운 꿈을 품고 정성을 다해 가꾸고 있다. 한국인의 얼과 기상 속에 은근과 끈기로 살아 숨 쉬는 소중한 무궁화, 그 혼(魂)의 영향을 받아 나도 이렇게 힘든 해외동포 생활을 이겨내고 있지 않겠는가. 화려하지 않고 천박하지도 않아서 수수한 무궁화, 나를 닮은 것 같아 더욱더 정감이 가고 사랑스러운 걸까. 나는 무궁화와 함께 날마다 생활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동족 간의 6·25 전쟁 후 휴전 상태에 있다. 무궁화의 얼을 지니고 사는 한 민족들이 하루빨리 통일의 꿈을 이뤄 화려한 무궁화 꽃 동산을 만들고 서로서로 얼싸안고서 얼씨구 좋구나! 둥둥 춤을 추어야 하리라. 우리나라 강산 여기저기에 피어나는 무궁화가 이제는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니 한량없이 기쁘고 즐겁다. 나는 이 세상에서 사는 날까지 나의 사랑 무궁화처럼 수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과 은은한 향기를 지니고 사람들과 화합하면서 살고 싶은 소망이 크다. 한민족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한 그루의 강인한 무궁화가 되어 광활하고 기름진 이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면서. 햇빛과 물과 공기가 되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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