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네

조회 수 3125 추천 수 3 2015.12.01 16: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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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았네


                                                                                                                                                                       蒑池   정순옥

 

 -온갖 소리 속에서도 생명으로 통하는 구원의 소리, 복음의 씨앗이 싹트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네.-


  우리 교회가 ‘비전 트립’이라는 이름 하에 선교비전을 가지고 계시는 임 목사님을 비롯한 해외단기선교 팀이 7명으로 구성되었다. 오래도록 열방을 품에 안고 기도로 준비해 온 해외 단기선교지로 태국과 캄보디아가 결정된 후에는 현지 언어로 율동찬양도 배웠다. 태국에서는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싼선 프라남 싼선 프라남---을, 캄보디아에서는 좋으신 하나님 ---/쁘레아 뜨룸 러어나---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내 생전에 처음으로 신앙간증문도 작성해 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각종 멀미로 고생하는 나에게는 미국에서 태국까지 17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 퍽 부담스러웠다. 언제나 비닐봉지를 남몰래 내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고통이 내 평생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했을 때까지 속만 울렁거렸지 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전능자의 보살핌이 있었음이어라.
  내가 처음으로 밟아 보는 땅, 태국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여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온화하고 밝아 보인다. 일 년 내내 따뜻하고 습한 열대 기후에 우기로 접어들어서인지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방울에 산천초목들도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어 싱그럽게 보이니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오랫동안 심한 가뭄으로 가슴까지 탔던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본 빗줄기여서 그럴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은 두 손을 기도하듯이 모아서 가슴과 턱 부분에 대고 인사하는 ‘와이’라는 태국 전통 인사법이 퍽 친근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불교 국가인지라 가는 곳마다 황금불탑 같은 불교문화가 융성함을 볼 수 있다. 나는 내세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리만큼 강한 불교적 관습과 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들 틈에서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황 선교사님을 만났다.
  구원의 소식을 듣고서 어두웠던 과거사를 접고 새생명으로 태어나 청소년 재활 센터 ‘Jasper’에 사는 젊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나는 황 선교사님이 날마다 하나님께 드린 눈물의 기도를 생각한다. 선교사님의 기도 응답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싹 트고 자라나는 모습을 나는 현지에서 본 것이다. 태국에는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코끼리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훈련하는 조련사보다도 더 힘든 인내와 땀방울로 기도드리고 있는 황 선교사님이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깊은 산 속에서 황톳길 계단을 씩씩거리면서 한없이 올라간 뒤에서야 만날 수 있는 높은 곳에 최초로 지어진 교회엔, 현지 목사님을 시무하실 수 있게 하신다. 교회에서 사랑의 종소리가 멀리멀리 퍼져 나가고 있음에 행복해하시는 귀하신 황 선교사님의 얼굴에 하얀 광채가 난다. 
  나는 지금도 사상적 혼란 속에서 온전한 자유를 위해 분투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은 나라가 있어 애처롭다. 전쟁의 아픔과 피눈물이 너무도 많은 나라, 화장실이 없는 가정이 많고, 사람들도 동물들도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도록 말라 보이는 ‘캄보디아’다. 나는 이 땅 위에 신의 섭리가 있음을 믿는다.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섬기는 신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나는 사람의 작품이라기엔 너무 감탄스러운 캄보디아의 보물인 광대한 앙코르와트 고대 사원에서, 머리는 안 보이고 코프라 뱀 꼬리만 꿈틀거리면서 하늘을 날 것 같은 건축양식을 보면서, 자신을 희생해서 인류를 구원해 주신 예수님의 생애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권력의 사람을 생각한다. 이런 땅 위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닮으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김 선교사님을 만났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드려야만 하는 고충을 안고서도 밀알처럼 복음의 싹이 돋아나는 영혼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거의 한평생을 해외선교사로 지내신단다.
  캄보디아엔 사람이 동물 취급 받았던 슬픈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 아직도 옷을 만들었던 천 조각들이 땅 위로 삐져나와 있어 걷는 발에 밟히는 킬링 필드가 있다. 지금은 이름을 바꾸어 ‘힐링필드’라 한다. 1975년 호메르 정부가 들어서고 ‘Re -education campaign’을 벌리면서 수많은 지식인을 때려죽인 섬뜩한 인간의 허연 두개골들이 7층에 진열되어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두 발을 손으로 휘어잡은 후 거꾸로 들고서 머리통을 나무에 후려쳤단다. 그 뻘건 피가 낭자한 참혹한 모습을 품은 커다란 나무는 지금도 말없이 그 자리에 무성히 서 있다. 나는 그 나무 위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서 죄 없이 참혹하게 돌아가신 십자가 상 위의 예수님을 본다. 
  씨엠립 부근 메콩강 일부에 배수가 잘 안 되어 거대한 습지대를 형성하면서 생긴 ‘벙 똔레 쌉’ 호수는 대부분이 베트남 전쟁의 상흔으로 남은 가슴 아픈 베트남 난민들인 ‘보트피풀’ 들이 살고 있다. 뭍으로 발을 내 딛는 순간 불입국자가 되기에 평생토록 보트 위에서만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다. 그 지역에서만 잘 자라는 특이한 연꽃이 황토물을 정화해 주어 그 물로 수상가옥 촌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단다. 대부분이 민물 생선을 잡아 생활하는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는 한국교회 이름이 눈에 띄니 얼마나 가슴이 후련하고 기쁘던지- 캄보디아는 잠을 잘 수 없게 하는 돼지 목 따는 소리, 도마뱀들의 찍찍거리는 소란스런 소리, 새벽 불경 소리--- 각종 소리 속에서도 복음의 싹트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관심이 머무는 곳에 그 소리에 기뻐하는 선교사님들의 표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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