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문단》 각 장르 심사평

조회 수 35546 추천 수 6 2014.10.24 09:00:14

2014년《한미문단시 부문 심사평:

                          - 한길수 평론가

                                  

  이번에 응모한 여러 작품을 보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기초적인 실수는 문사로서 습작이 많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쉽게 시인이 되면 쉽게 절필하기도 하니 좋은 시를 감상하고 필사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시를 심사하는 게 얼마나 주관적인지 모릅니다. 응모한 작품들을 보면서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신인상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시의 본질과 구성을 중심으로 봤습니다.

   **님의 촛불의 영혼’,'느림, 뇌출혈', '링거',는 자신의 투병기를 시로 승화시키려고 했지만 간절함이나 자신만의 결정적 경험의 근거가 미약하고 표현력에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층간소음은 수직 이동 중'은 시의 응축미가 부족하다면 산문시로 발전시켜 감동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님의 산이 좋다는 경험에 대한 귀납법으로 추상적인 상태라면 산이 왜 좋은지 뭔가 남다른 내용과 진솔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시적 은유는 살아있어 조금만 더 갈고 닦으시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님의 네가 떠나는 날’, ‘머리 염색의 작품은 문득 돌아보는 노후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내려고 했고 현실적이긴 하나 안**님의 살아온 자전적 이야기를 어렵게 풀어내려고 하지 말고, 맑고 곱게 살아온 삶을 은은한 향으로 우려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꾸미는 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좀 더 분발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님의 가자의 불꽃은 서사시로서의 본질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진부한 내용으로 언론의 기사에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발전된, 특별한 관찰력, 응집력으로 여백의 미를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 심사에서 시사에 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세월호사건에 대한 이야기,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국제 사회의 분쟁과 전쟁, 크리스천 사랑, 아스라한 고국의 추억과 고향의 진한 향수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작품으로 다루었으며, 과거의 회상을 떠올리면서도 현실에 순응하여 고단한 삶에서 찾아낸 시어를 다루며 나름 깊은 사색으로 열심히 창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현에 있어 관념적이거나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일을 대화하듯 풀어내기만 하는 것과 시의 행들과 연들을 응축시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하는데 쉽게 선정하여 시의 운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좋은 시들을 많이 접하면 자연스럽게 고쳐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무조건의 행갈이와 연갈이를 하면 멋져 보이지만 자칫 리듬과 운율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민하면 고민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이번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문학상 신인상에 당선작과 가작을 선점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럴싸한 포장이나 미사여구보다 작은 그릇에 담을 시를 큰 그릇에 담아내기보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더 분발하시고 오랫동안 갈고 닦아 정진하면 뛰어난 시들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도록 저도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2014년《한미문단》 소설 부문 심사평:

                             -주경로 소설평론

 

   처음 소설을 쓸 때 심사숙고해야 할 것은 이야기 속에 주제를 간접적으로 숨겨 표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설의 구성이나 묘사의 문제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단편소설의 경우는 주제의 단일성, 이야기의 긴장과 긴밀함, 여기에 재미가 있어 독자로부터 호기심을 유발시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할 수 있다면 소설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러 작품 중 최종적으로 선정된 두 편의 단편소설을 다시 읽었다. 두 편 모두가 이민 생활의 애환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4.29(**)>은 그동안 소설이 아닌 장르에서 글을 많이 써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소설과 수필을 접목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주제를 너무 노골적으로 반복해서 설명하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넘어진 사다리(**)>는 단편소설다운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좋았다. 아들 때문에 감옥에 다녀온 것을 이야기 초기에 언급하지 안 했으면 호기심과 긴장감이 더했을 것이다. 상황묘사와 화자들의 심리적 갈등을 좀 더 세심하게 다룬다면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올해는 한 작품도 선정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2014년《한미문단》 수필 부문 심사평:

                                 -강정실 평론가

 

 신인상을 신청한 여러 작품 중 다섯 작품을 골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중 이복자의 수필에 눈이 갔다.
이복자의 작품 ‘이민 길의 첫걸음’, ‘제자의 고백’, ‘콧수염 훈장’은 대체로 무난하다.  있는그대로의  뼈대, 생활수필형식으로 과거의 행위만 나열하는 흔적이 많이 보인다. 수필은 진실을 토대로 하되 문학적인 상상력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삶에 대한 이치를 나열해야 살아있는 수필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 수필부문은 입상으로 정하고, 셋 중 ‘제자의 고백’을 뽑았다.
  처음 발령받은 곳이 모교 초등학교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화자가 제일 힘들었던 일은 학생들에게 기성회비를 독촉하는 일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다. 더 나아가 각 학급에서 받은 기성회비를 모아 서무과장에게 통계하여 수납시키는 일이다. 헌데 하루는 학급별로 모아놓은 기성회비가 분실하고 만다. 누가 훔쳐간 것이다.
 어렵게 친지에게서 빌린 돈으로 서무과에 완납하고 돌아선다. 이때 곱게 비치는 저녁노을은 화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삭막하고 괴로웠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운 저녁 빛에 황홀토록 포근해한다. 화자의 심성이 곱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십수삼 년이 지난 하루, 하얀 해군제복을 입은 제자가 나타났다. 그리곤 느닷없이  “용서해 주세요. 제가 선생님의 돈을 훔쳤습니다!”라고 울며 고백하는 장면, 화자는 돈보다 그동안 제자가 심적 고통을 받고 있었던 상황을 잘 극대화시킨다. 화자는 제자를 껴안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내용은 마치 봄날의 훈풍처럼 따사롭다.  이것이 바로 사랑애인 것이다. 용서하는 기쁨과 용서받는 기쁨에 눈길이 간다. 
이렇게 수필은 작가의 체험 속에 있는 진실이 담긴 이야기라, 수필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다 보니 독자에게 쉽게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는 본질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 자신의 체험은 바로 마음의 행로이며 글감이다. 수필의 산길을 걷다 보면 처음엔 숲과 주변만 보인다. 그러다가 점차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이파리와 개울 물소리에도 철학적인 내면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 시키는 수준이 된다. 수필은 자신의 내면과 관조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그러한 터득은 성숙한 삶의 통찰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좋은 수필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축하드린다.
              

 

  

 

 


이숙이

2014.12.14 18:33:22
*.175.42.155

너무 까탈스러운 것도 문제지만, 또 너무 엄격해도 신규 회원들이

들어 오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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