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몸 여기저기의 가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다들 나이가 들어서인가? 하고 걱정한다. 보습제를 몸 전체에 발라보아도 가려움이 해결 안 된다고 한다.
필자도 수년 전 겨울을 맞이하면서 갑자기 팔에 오톨도톨 각질이 일어나고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씻을 때 따갑고 자주 가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옷이 피부에 닿을때는 몸 여기저기가 따끔따끔 가렵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씻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하고 바디샴푸도 더 풍성하게 거품을 내서 사용하고 때밀이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뿐이었다. 이 시기가 피부카페를 열고 상담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는데, 다른 분들의 비슷한 사례들을 보다가 어쩌면 너무 잘 씻어서 생긴 일은 아닌지 싶었다.
업무상 일본에서 1년간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섬나라 일본은 정말 습했고 여름엔 항상 몸에 눅눅한 땀이 배었었다.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않으면 그 찝찝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 때부터 일반적인 일본인들처럼 아침엔 샤워를 저녁엔 욕조목욕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일본은 겨울조차도 습했는데 우리나라의 건조한 겨울 추위와는 사뭇 다른 뼛속까지 스며드는 으스스한 추위였다. 그래서 겨울엔 더욱더 몸을 데우기 위해서 매일매일 욕조목욕이 필요했다.
이렇게 길들여진 습관이 한국의 기후조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이다. 건조한 가을과 겨울철에 가뜩이나 피부각질층의 수분손실이 증가하는데 이렇게 매일매일 씻어대다보니 피부의 보호막인 피지를 완전히 제거하게 되어 피부각질층의 수분손실을 더욱더 가속화했던 것이다. 피지가 왕성하게 분비된다면 이렇게 세정을 해도 또 금방 피지가 보호막을 형성하겠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 몸에서 분비되는 피지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기에 생겼던 일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샤워나 욕조목욕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몇 년간 몸에 밴 습관이라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샤워는 하되, 대신 바디샴푸 등의 세정제는 땀분비가 많은 꼭 필요한 부위에만 사용하고 가능한 한 물샤워를 하였다. 그렇게 했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팔에 올라온 각질과 따가움, 그리고 몸의 가려움이 일이주일만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주위 지인들과 피부카페에서 가을 겨울철 건조함과 가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이 원리를 설명해 주었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던 많은 분들이 세정습관 하나만 고치고 대부분 증상이 개선됐다. 특별한 원인을 가진 피부염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과도한 세정습관이 겨울철 가려움의 주범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일본인들이 조선인은 안 씻는다고 더럽다고 했던가? 또 우리도 예전엔 중국인에게 떼놈(물론 잘 씻지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본보다는 한국이 그리고 한국보다는 중국이 더욱 건조한 기후이다. 만약 보습제도 없던 옛날에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일본인처럼 매일 욕조목욕을 했다면 피부가 건조해져 여러 트러블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몸을 씻는 횟수가 대륙인 중국보다는 반도인 조선이, 조선보다는 섬나라인 일본이 많은 것은 기후에 맞게 적응한 것일 뿐이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몸 전체가 건조해지고 간지럽다면 자신의 세정습관을 돌아보고 습도환경에 맞춰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심동섭(메디션 개발이사)
現 ㈜이노진 기업부설연구소 소장 / 코슈메슈티컬 메디션 개발이사 / 네이버 피부 카페 ‘메디션’ 운영 / 피부·탈모 칼럼니스트(스포츠
경향) / 前 디지털 지노믹스 DNA Chip 기획개발 / 前 한국얀센 임상연구 프로젝트 매니저 /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