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회초리

조회 수 11885 추천 수 1 2016.02.02 10: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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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회초리
                                                                                                                                                                        정순옥


                                                                                           
  사랑의 회초리! 그 시대엔 있었다.
  내가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던 그 시대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말, 지금 시대는 거의 사라진 느낌이 든다. 그 시대에는 참으로 많이 사용했던 생활용어, 가난이라는 말과 함께 사용하던 참으로 귀한 교육용어였는데---. 한 시대를 견고하게 세워 준 버팀목이었는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오늘의 한민족을 만들어 낸 밑거름이었는데---. 지금은 자꾸만 퇴색해 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나는 안타깝다.
  “회초리 맞아라!” 내가 자라던 그 시대에는 가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학교에선 선생님들한테서 수없이 들었던 교육용어였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고서 내 앞에서 견고하게 말씀하시던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있어 나는 참으로 감사 또 감사하는 마음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 수 있다. 부모님 말씀에 순종해야 모든 것이 잘되고 옳은 인생길을 갈 수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게으름을 피우고 숙제를 안 해온 너는 선생님의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새싹인 내 앞엔, 교육의 현장인 가정과 학교는 언제나 사랑의 회초리가 있었다. 그 시절엔 어느 사람도 사랑의 회초리를 비난하거나 잘못된 교육 방법이라고 윽박지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랑의 회초리를 맞은 사람들도,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회초리 맞을 일을 했으니 그랬지-” 그뿐이었다.
  일간지를 읽고 읽던 남편이 한숨 섞인 말을 한다. “회초리가 사라져서 그래~. 나는 언제나 왼손엔 영어사전, 오른손엔 회초리를 들고 다녔는데---. 가정에서 자식이 자기를 낳아 준 부모님을 폭행, 학교에선 학생이 자기를 교육하는 선생님을 폭행, 어떻게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교육현장이 염려스러워~.” 첫 직장으로 고등학교 3학년 영어교사였던 경험이 있는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회초리가 사라져 가는 후세들의 교육에 문제점들이 많음에 공감하면서 회초리를 생각해 본다.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올바른 길로 안내해 주던 회초리,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 도구로 사용하는 사랑의 회초리가 지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수많은 지폐 속으로, 여자들의 치마폭 속으로, 아니면 유행의 바람을 타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린 걸까. 나는 사라진 회초리가 다시 교육현장에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내 후세들의 앞날을 교육해 가는 데 필요한 사랑의 회초리가.
 우리 집 방문을 열면 커다란 거울 위엔 항상 사랑의 회초리가 놓여 있었다.
  사랑의 회초리는 무언의 스승이었다. 회초리를 바라보면서 옳은 길로 가라는 우리 어머니의 지혜가 그 회초리에 응집되어 있었다. 그 사랑의 회초리는 우리 8남매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워내는 데 사용한 우리 어머니의 교육용 도구였다. 그 회초리는 우리 똑똑한 오빠가 만들어 놓은 회초리였는데 사연인즉 가난한 시대에 흔히 있을법한 일이었다.
  어느 날, 오빠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다간 마른명태를 대청 마루방 벽장에서 찾아냈다. 가난한 시절 산골에 사는 한창 커 나가는 남아에겐 참으로 좋은 간식거리였다. 앗~뿔~사! 어머니의 허락 없이 공들여야 할 제사용 음식을 오빠가 뜯어 먹어 버렸으니 어머니의 놀람은 말할 수가 없었다. 남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도 어머니가 주실 때까진 먹지 않고 기다리던 불문율을 오빠가 깨어버린 것이다. 이때 어머니는 오빠에게 잘못을 인정시키고 직접 회초리를 만들어 오라 하셨다. 그리곤 그 회초리를 커다란 거울 위에 올려놓으셨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초리가 사라져 버렸다. 어머니는 오빠에게 다시금 회초리를 직접 만들어 거울 위에 올려놓게 하셨다. “회초리가 있다 해서 무조건 때리지는 않는다. 누구든지 매 맞을 짓을 했을 때만 사용할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우리 어머니가 그 회초리를 사용하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우린 8남매가 함께 자랐지만 싸움을 한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큰소리로 언쟁하는 일이 없었다. 물론 의견 충돌이야 있었지만. 때때로 형제들이 모여서 가곡을 함께 부르거나 소설책에 나오는 주인공 이야기로 형제 의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정서로 커 나갈 수 있게 돌보아 주신 어머니의 정성의 무기는 그 사랑의 회초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어머니가 집에서 사용하시던 사랑의 회초리, 우리 남편이 학교에서 사용하던 사랑의 회초리를 나는 문화와 정서 차이가 많은 이국에 살면서도 선호했다. 무엇보다도 모국어를  계승(繼承)시키기 위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용했지만, 요령이 부족해서인지 나에겐 안타까움만 줄 뿐이었다. 다행한 것은 늦게나마 딸 아이가 한국말의 중요성을 깨닫고서, “엄마, 회초리로 더 세게 때려서라도 한국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지~.” 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이~휴, 엄마가 때렸다고 경찰 부르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딸이 배꼽이 빠지라고 웃으면서 저도 아기가 태어나면 사랑의 회초리를 들고서 교육할 거란다. 나는 벌써부터 내 사랑스러운 손주 뒤에 사랑의 회초리를 들고서 색색거리는 딸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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