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가옥 사람들의 꿈

조회 수 4717 추천 수 2 2016.02.15 13:27:22

                           860656_0-550308_43337.jpg


                                      

 

 

                                                                                수상가옥 사람들의 꿈

 

                                                                                                                                                                           정순옥

 

  푸~후~, 이럴 수가!.

  이 시간, 지구촌 어느 한 곳에서는 땅 위에서 사는 것이 평생 꿈인 사람들이 있다. 육지가 아닌 물 위에서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수상가옥 사람들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보트 안에서 평생을 살다가 죽어서까지도 결국은 수장(水葬)되어야 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인생살이를 알게 된 후론, 날마다 드리는 나의 기도다. “창조주 하나님! 수상가옥 사람들에게 긍휼을 베풀어 주시어 지배하면서 살라 하신 축복의 땅 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어, 그들의 꿈을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가 수상가옥 사람들을 처음으로 접했던 곳은 캄보디아 ‘벙 똔래 쌉’ 호수에서다. 사람들은 쉽게 톤래 삽 호수라 부르는 곳 대부분이 ‘보트 피플’이라고 불리는 베트남 전쟁 후유증으로 생긴 난민들이란다. 1975년에 종식된 월남전쟁의 슬픈 역사를 가슴에 품고서 물 위에서만 살아야 하는 수상가옥 사람들. 땅 위로 발을 내 딛는 순간부터 밀입국자가 되므로 다시 추방당하거나 아니면 감옥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에 평생을 수상가옥에서 산단다.

  공산주의 체제인 크메르루주 정부에 혼란스러움을 느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고국을 떠나 와 캄보디아에 도착했지만, 캄보디아 정부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보트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음이다. 나는 나라 잃은 사람들의 슬프고 처량한 모습이 눈에 밟혀, 평화스러운 대지를 밟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흙 한 움큼씩을 보내주곤 한다.

  수상가옥 사람들은 모든 생활을 보트를 타고서 한다. 옆집에 갈 때나 고기잡이 갈 때나 일단 자기 집을 나서면 여러 종류의 보트를 타고서 이동한다. 나는 단단한 땅 위를 밟지 않고 차를 타거나 배를 타거나 무엇이든지 움직이는 것을 타면 멀미 때문에, 수상가옥 사람들이 물 위에서 부유(浮游)하며 살아가는 생각만 해도 어지럽고 가슴이 아프다. 톤래 삽은 캄보디아 등 6개국을 거쳐 흐르는 메콩강 한 줄기에 신선한 물로 생긴 커다란 호수로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지는 기후에 따라서 수위가 달라진다. 하루에 한 차례씩 세찬 비가 쏟아지는 거의 반년을 차지하는 우기가 되면 수상가옥 사람들은 한 곳에 머물 수가 없어 또다시 적당한 곳으로 보트를 옮겨서 견뎌내야 한단다. 살아가기 힘든 우기지만 그래도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어 생업이 거의 고기잡이인 이들에겐 축복이라 말할 수도 있노라 한다.

  수상가옥은 친환경이 조화를 이루는데, 특별히 탁한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서만 특이하게 잘 자라는 작은 핑크색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연꽃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빛으로 피어난다. 그 연꽃들이 수상가옥 사람들의 배설물까지도 정화해, 그 물로 다시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니 인간을 세세히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임함이리라. 음료수만은 빗물을 받아 끓여서 마시거나, 봉사자들의 손길을 거쳐 육지에서 배달된 물을 마실 수 있다니 한 생명을 아끼면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천사의 마음 아닌가.

  나는 오늘도 캄보디아 커다란 호수에서 월남전쟁의 상흔(傷痕)을 갖고 사는 보트 피플들과 그 부근 물가 위 나무다리 집들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생명의 씨앗을 흙에 박고서 황토물과 사람들에게서 나온 오물과 심지어는 수장된 사람까지도 정화 시키는 연꽃을 생각한다. 엄청난 비밀을 품은 듯이 은은한 향기를 내 품으면서 수상마을 사람들의 주위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연꽃은 내 마음까지도 밝게 해 준다. 아름다운 연꽃 속에서 살기에 마음에 평화가 깃들어서인지 수상가옥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의외로 높다고 한다. 행복은 외부적인 조건보다도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다던가. 나는 가끔 수상마을 사람들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는 연꽃을 생각하면서 한 줄기 식물 보다도 못한 나 자신인 것 같아 부끄러워 지곤 한다.

  유람선을 타고서 현지인의 안내로만 접한 수상가옥 사람들이지만, 나는 멀리서 바라본 그들의 생활이 안타까워 주님에게 드리는 기도의 끈만은 놓지 않고 있다.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당하고서 전쟁의 후유증을 감내해 내야 하는 수상가옥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웠다. 살육을 벌이는 전쟁은 성경에 나오는 우리 조상 가인과 아벨의 형제간의 생명의 피 흘림이 이어져 고금을 통해서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어쩌랴. 전쟁이 없고 평화만 존재하는 지상천국이 언제 오려나---. 어느 날, 월남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럽게 사는 수상가옥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후세들은 전설처럼 아스라이 자녀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적 같은 일이 이 시대에 올 수는 정녕 없는 걸까?

  보통 사람들에겐 땅 위를 걸어 다니는 일이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그러나 수상가옥 사람들에겐 이루고 싶은 평생 꿈이다. 나는 오늘도 신비로운 흙 향기를 맡으며 포근한 땅 위를 걸으면서 멀리 지구촌 한 곳에서 본 수상가옥 사람들을 생각한다. 날마다 소원을 허공 속에서 소리쳐야 하는 수상가옥 사람들을 위해서 실질적인 아무런 도움은 주지 못할지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기도만은 동참하고 싶다. “전능하신 하나님, 수상가옥 사람들에게 축복의 땅을 밟을 수 있는 은혜 내려 주시옵소서!” 오늘도 나의 기도가 톤래 삽 호수에서 특이하게 잘 자라는 연꽃 대궁으로 뽑아 올려져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음을 지구촌 서쪽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금자

2016.02.28 15:33:57
*.17.30.152

수상가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뭍으로 나오면 불법 체류자가 되고 감옥에 간다니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물속에 수장한다니  놀랍고도 신기하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고 나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2 농촌의 등불 file [1] 정순옥 2017-07-21 7535 1
31 좋은 글 file 정순옥 2016-12-04 3184 1
30 꽃밭 file [1] 정순옥 2016-12-04 3671 1
29 빨래터 file 정순옥 2016-08-14 3932 1
28 디아스포라의 유랑 나이 정순옥 2016-08-14 2258 2
27 싸리문 file 정순옥 2016-06-15 4912 1
26 생명 file 정순옥 2016-04-07 1830 1
25 절규에 빛이 file 정순옥 2016-03-09 2609 3
» 수상가옥 사람들의 꿈 file [1] 정순옥 2016-02-15 4717 2
23 사랑의 회초리 file 정순옥 2016-02-02 11885 1
22 얼레빗 file [1] 정순옥 2016-02-02 3829 4
21 이든은 신비로워 file 정순옥 2015-12-22 3150 1
20 나는 보았네 file 정순옥 2015-12-01 3125 3
19 바람 같은 사랑 file 정순옥 2015-10-24 3143 3
18 무궁화 file 정순옥 2015-10-24 12909 2
17 빗님이 오시네 file 정순옥 2015-07-24 3567 2
16 도라지 꽃, 위안부 file [1] 정순옥 2015-06-04 10958 3
15 감사와 행복 품은 사돈들 file 정순옥 2015-05-18 5541 8
14 이슬방울의 예쁜 꿈 정순옥 2015-03-21 7915 5
13 해피 리타이어먼트 file 정순옥 2015-03-16 6040 1

회원:
19
새 글:
0
등록일:
2014.10.05

오늘 조회수:
4
어제 조회수:
2
전체 조회수:
492,063

오늘 방문수:
3
어제 방문수:
2
전체 방문수:
17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