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에 빛이

조회 수 2609 추천 수 3 2016.03.09 21: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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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규에 빛이

 


                                                                                                                                                            은지    정순옥

  


  빛이다. 절규 속에서 새 생명을 틔우는 것은. 절규는 새 생명이 틔우는 아픔의 순간이다.
  딱딱하게 굳은 씨방이 터지는 엄청난 고통 말이다. 껍질을 깨는 고통이 없으면 어둠울 뚫고 희망의 새로운 싹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음이다.  굳은  내면의 생각에 구멍이 뚫려 새 싹이 틀 수 있게 한 것은 절규에  빛이 임함이러라.  그러니 절규(Scream)는 절망

(Despair) 이 아니라 희망(Vision)을 예고해 주는 신호라 말해도 좋을성 싶다.
   헬(Hell)! 조선, 탈(脫)조선!,  돈 없고 빽도 없는 나는 어떡해?  요즈음 젊은 이들 속에서 자주 튀어 나오는 절규 소리란다. 지옥 같은 조선을 떠나고 싶다는 심정을 경악스럽게 표현한 말일 것이다.  휴~우 다행이다. 조선은 이미 지나간 시대의 대한민국 이름 아닌가. 현재의 우리나라 이름은 ‘ 대한민국’이다.  고희(古稀)을 바라보면서 재외동포로 살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답을 해주고 싶다.  “ 천국( Haven)!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 사세요.”라고 말이다. 이 세상 어데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산천이 아름답고 사람들 정 많고 살기 좋은 나라는  없노라고 나는 단연히 말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절규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느날 내가 들은 대통령의 고민에 찬 음성이었다.  젊은이들이 경쟁의 전쟁터에서 현실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몸부림치는 고통소리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귀에 절규로 들렸다면, 절규에 빛이 임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나는 또다시 말해 주고 싶다.  “절규의 순간은 새희망을 만드는 시간이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희망을 바라 보라고.”  과거 현제 미래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우리 나라는 대대로 비쳐오는 광태 나는하얀 빛이 있는 나라가 아닌가.
  이 시간 나는 노르웨이 화가, 뭉크 (Edvard Munch  1893~1910)의 절규 (Scream )라는 그림이  생각난다.  사람의 엽기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내 눈엔,  세상 소리가 너무도 괴롭게 들려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은 짝 벌렸지만 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괴물 같이 일그러진 모습이 된, 정신착란을 일으키기 전의 현대인을 표현한 그림 같다.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는 이 세상 길을 혼자서 외롭게 걸어 갈 때, 보일 듯 말 듯 신비한 석양빛을 지고 등 뒤에서 걸어 오는 두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절규의 순간을 안타까이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규’라는 그림은 어느 젊은날의 나의 모습을 표현해 준 것같기도 하다.
  “ 합격자 발표일이 내일인데 오늘 합격자 발표를 했군요. 그럴수가 있나요?“
  “왜, 못해?  지원자 전원을 합격 시켜도 정원 미달인데, 뭣하러 합격자 발표일을 기다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체력검사 때 시계 초침 소리를 잘 못들었다고  의사진단서를 가지고 오라해서 ,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 진단서를 가지고 왔는데요.”
  “ 합격자 발표를 끝냈으니 추가 합격자 발표는 없어!”
  “ 네?  “ 요즈음 젊은이들이 고통스럽게 외치는 말처럼, 돈 없고 빽 없는 나는 불합격자 일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수익을 위해서 지금 보다도 훨씬더 편법과 불법이 심했던 반 세기가 지난 그 시절에, 나 혼자만  제외하고 전원 합격을 시킨 내가 지원 했던 교대의 역사가  목울대가  터지도록 피를 토해낸 내 절규 속에 잠재하게 된 것이다.  내가 꾹 참았던 감정을 터트리는 순간,  우주만물 어디든지 공평하게 비치는 빛이 나를 도우셔서 새 생명의 싹이 트게 해 주셨음을 안다.  그 결과로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오늘 날의 나로 생성(生成) 되지 않았나 싶다.  
  1969년  처음으로 예비고사가  실시되었다. 예비고사란 수시로 바뀌는 문교부 정책에 의해, 지금 실시하는 수능시험의 옛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얀 눈이 소복히 덮혀 있는 예비고사 합격자 발표 장소에서  나는 눈을 비벼가면서 몇번이나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했다. 나는  얼마나 기쁘던지 ‘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엔 나오지 않았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 위와 밤새도록 내린  함박눈에 햇살이 비추이니  눈부시게 하얀 설광(雪光)을 발산한 아름다운 겨울 날이었다.   나는 은방울처럼 고여 있는 내 눈물 속에서, 흙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인데도 활짝 웃으시며  하얀 옷이 너플거리는 사이로 덩실덩실 춤을 추시는 늙으신 부모님의 모습이 아른아른 보였다.
   “그 자리가 얼~만~데~” 길게 늘이빼는 친구의 말이  날카로운 쇠꼬쟁이 되어 내 가슴을 후벼대며 살이 찢어지도록 아프게 했다.  그 자리,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확보하려면 엄청난 돈과 빽이 필요함을 늦게서야 터득한 나는 순진한 바보였을 뿐이다.  양지바른 동산 위 교정에서 피어나는 그윽한 아카시아 꽃 향기 속에서, 졸업과 함께 취직이 보장되는 교육대학에 진학할 희망을 품고서 일 년 동안 지낸 여고시절.  나는 쉬는 시간에도 올겐을 치고,  미술 공부인 뎃상 연습을 했었는데---.  고통 후, 나는 정원 미달인 어느 후기대학  모집 국문과는 가슴에 품고  학비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곳에서 대학과정을 마쳤다. 새 생명이 틔우는 아픔의 순간인 절규에 빛이 따뜻하게 비쳤기에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가 있었음을 믿는다.
  이 시간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고국의 젊은이들은 , 지상에서의 천국은’ 대한민국’ 이요, 절규는 꿈과 희망의 새 싹을 틔우는 아픔의 순간임을 깨닫고 밝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한 사람을  볼 수 있겠다.  나는 절규에 빛이 임하여 절망이 아닌 희망의 싹이 트이게 한 흔적을 지니고 순간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 빛은 삶을 사랑하는 자의 곁엔 언제나  임하고 있는 영혼의 참 빛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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