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은지 정순옥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엔 생명(生命)이 있다. 성경에는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흙으로 빚어진 사람에게 생령(生靈)을 불어넣어 주어 생명이 있게 하셨다고 쓰여있다. 생명은 인간이 범할 수 없는 오묘한 신(神)의 영역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생명만은 만들 수 없다. 생명은 창조주가 생명체를 가진 피조물에게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 선물이다. 생명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부여받은 단 한 번의 귀중한 선물이기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소중히 해야 한다. 세포 속에서 생명력이 자연히 소멸 될 때까지 말이다.
생명은 세월의 통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통로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인격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겠는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오늘은 좀 더 알차게 살려고 노력하고 오늘을 보면서 내일에 대한 희망도 품어 볼 수 있겠다. 나는 참으로 귀한 생명이 있는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지구촌에 사는 불쌍한 사람까지도 다 함께 어울려 더 깊고 넓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인생살이를 하고 싶다. 나에게 새 생명을 허락해 주실 존귀하신 분 앞에 서는 날까지.
생명은 싱그럽고 아름답다. 봄이 되면 연두색 새싹들이 무거운 흙덩어리를 들어 올리면서 생명의 축제를 열겠노라고 아우성이다. 여름이 되면 세상은 온통 진초록으로 생(生)을 찬미한다.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각종 아름다운 색깔로 현란한 결실의 잔치를 베풀며 노래한다. 겨울이 되면 침묵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생명은 사시사철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생명은 신비롭다. 아기가 엄마 젖을 찾고 웃고 울 때 신비스러움을 느낀다. 자그마한 지렁이가 몸이 두 동강이가 나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볼 때 참으로 신비롭지 않은가. 작은 씨앗이 적당한 물과 온도와 영양분 속에서 새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 생명의 신비스러움을 느낀다. 생명의 꿈틀거림은 무생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생명의 신비로움이다. 불가사의(不可思議)로 알려진 피라미드나 앙코르와 건축물은 웅장하고 경이롭지만, 무생물이라서인지 생물인 작은 들꽃 초록 꽃대에서 연분홍 꽃눈이 터져 나오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신비로움은 못 느낀다. 생명은 생물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은 감사함과 행복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숨을 쉬는 허파의 바람소리와 심장이 뛰는 맥박소리를 감지할 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어제 일을 기억할 수 있고 또 내일 일을 생각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생명은 순결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 변한다. 생명이 있는 곳엔 생동력이 있어 움직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무생물은 타인에 의해서 변하지만, 생물은 자체 내에서 변한다. 나는 생명이 있는 사람이니 나 스스로 노력하고 전능자의 도우심을 받도록 기도 하면서 나 스스로 영혼이 아름답게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흡이 있는 동안 광채가 나는 영혼이 되도록 부지런히 연마(硏磨)해야 할 것이다. 내 안에 생명이 있으니 시시각각으로 진실한 사람으로 변해 갈 수 있는 소망이 있어서 좋다.
생명은 향기롭다. 풋풋한 삶의 냄새는 기분을 좋게 한다. 성실하게 사는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풍겨 나오는 삶의 향기는 생명의 꽃이다. 남을 도와주면서 내는 사랑의 향기는 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생의 기쁨을 더해준다. 움직이면서 생성되는 생명의 향기는 활력소가 되어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신선한 풀 냄새, 향기로운 꽃내음은 생명의 향기로 배어 나와 이 세상을 생기있게 해주고 있지 않은가. 나도 인간의 자애로운 향기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명에는 소리가 있다. 참으로 신비한 소리다. 내 핏속에 들어 있는 생명은 팔딱거리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관리사 노릇을 하는 모양이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소리를 한다. 미운 사람을 용서하라고 소리를 낸다. 모든 것들을 좀 더 포용하라고 소리를 낸다. 무언가 인간다운 일을 하라고 소리를 낸다. 물 흐르는 소리, 뭉게구름이 퍼져가는 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보다도 더 멋있는 삶의 소리를 내라고 말한다.
생명은 환희(歡喜)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선택된 생명(生命)은 환희의 극치일 것이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와 숨결을 느꼈을 때의 삶에 대한 기쁨은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임을 자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희열이다. 생명은 가슴 뛰는 환희요 죽음은 절망이다. 어느 누가 환희를 마다하고 절망을 좋아하겠는가.
생명은 유한하다. 하루살이 곤충도 있고 백 년쯤 사는 사람도 있고 몇 천 년을 사는 나무도 있지만 언젠가는 무생물이 되어 퇴색하여 갈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면 믿음으로 사는 길밖엔 없다. 생명을 주신 창조주를 믿으면 이 세상에서 인생살이가 끝나고 다른 세상으로 가는 날 새 생명을 영원히 부여받게 될 것이다. 생명(生命)은 유한한 우리 인간에게 이 순간이 참으로 귀중함을 자연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귀중한 생명(生命)이 있으니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사랑으로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져 기쁘고 행복하게 인생의 향연(饗宴)을 즐기고 싶다. 이 시간, 생명이 내 핏속에 도도(滔滔)히 흐르고 있음을 영육(靈肉)으로 감지하면서 은총 입은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