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조회 수 3671 추천 수 1 2016.12.04 10: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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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밭
                                                                                                                                      

                                                                                                                                                          정순옥

                            
  꽃밭이 나를 부른다. 시시때때로 나를 불러댄다. 천지가 화합(和合)하는 소리를 들으란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꽃밭을 만나러 간다. 꽃밭은 정말로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천지가 화합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온 우주가 서로 어우러져 사랑하며 즐거워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천지가 화합하는 소리 가운데 내가 있으매 참으로 행복하다.
꽃밭은 파아란 하늘과 땅 사이 우주 공간에 있다.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꽃밭을 스치고 있다. 보드라운 아지랑이가 눈에 아물거리는 봄날이 오면,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을 헤치고 새 생명인 꽃나무들이 여기저기서 연초록으로 태어난다. 신록의 계절 여름이 오면 온갖 나무 이파리들이 싱싱하게 초록으로 물들고 꽃들은 향기를 품어내며 활짝 피어난다. 가을이 되면 진한 꽃물 뚝뚝 떨구어 내면서 땅에 떨어진다. 겨울이 되면 꽃나무들은 벌거숭이가 되어 침묵으로 새봄을 기다린다. 꽃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포근하게 품고 있다. 생명력이 있는 자연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꽃밭은 늘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고 온유하게 한다. 꽃밭을 가꾸다 보면 어느 사이에 내 마음도 가꾸어짐을 느낄 수 있다.
  꽃밭에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있다. 특히나 새언니에게서 나던 코티분 냄새가 나는 장미꽃 향기가 내 코를 사로잡는다. 올해는, 여름날 손톱에 물들이던 봉숭아가 우리 집 꽃밭에 있게 되어 가슴 설레는 유년시절의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나라 꽃, 무궁화가 있어 나를 안심시키고, 아버지의 여린 사랑에 가슴이 저려 뜨거운 눈망울로 보았던 송정리 도롯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코스모스가 다시 태어나 환하게 웃고 있다. 몬터레이 해변을 아름답게 하는 분홍색 꽃 잔디도 있고,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만 하지 만나지는 못하는 애달픈 설화를 품고 있는 상사화도 있다. 아~ 무엇보다도 보드라운 꽃잎이 망울망울 피어나 꽃대궐을 이루는 복숭아꽃 살구꽃도 우리 집 꽃밭에 있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내가 꽃을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사랑의 얘기를 나눌 때면 꽃은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노라고 화답해 준다.
 꽃밭은 나에게 인연이 있는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 속에서 만나게 한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게 하고 체취를 느끼게 한다. 육의 세계와 영의 세계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위디어 선착장에는 ‘천 개의 바람’의 원주민의 시가 돌비석에 있다. 이 시는 생계를 위해 고기잡이하다가 바람을 만나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위령탑으로 세워져 있는데, 그 영혼들이 천 개의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 내가 서 있는 꽃밭으로 바람을 타고 찾아옴을 느낀다. 세월호에 이름을 새긴 못다 핀 아름다운 꽃들의 영혼도 은은한 향기를 내며 예쁜 꽃으로 다시 피어남을 가슴으로 느낀다. 일제강점기 때 성 노예로 고역을 받고서도 무참하게 매장당한 위안부 혼령들이 나비로 화해 향기로운 꽃밭으로 날갯짓하며 찾아드는 느낌이 든다. 보드라운 흙을 매만지면서 흙을 밟고 사는 것이 평생소원인 수상가옥 사람들의 소원이 신비스런 흙냄새로 화해 내 허파 깊숙이 파고든다. 꽃나무들에게 물을 주면서 생명을 잉태해 내는 땅의 힘을 말씀해 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꽃밭은 언제나 신비한 새 생명의 환희와 향기로 가득하며 우주 만물이 서로 화합하는 소리로 가득하다.
  꽃밭엔 벌 나비 새들뿐만 아니라 호미와 삽으로 흙을 파다 보면 땅 밑으론 지렁이와 들쥐들이 찾아와 생활함을 볼 수 있다. 꽃밭은 뭇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터전이다. 생명의 근원인 흙과 평화의 원천인 공기가 함께 공존하는 곳일뿐더러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꽃들의 향기가 있어 무릉도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는 흙으로 만들어졌고 또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 때문인지 흙을 대하면 언제나 편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함께 살기에 좋은 꽃밭엔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빛나는 별빛이 평화롭게 내려와 앉는다.
 꽃밭은 어렸을 때부터 늘 함께 해 온 나의 생활공간이다. 그래서인지 눈을 감아도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밤이 우리들의 만남을 방해할 때는 나는 꽃밭을 내 눈 속으로 끌어들여 대화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도 꽃들의 향기를 맡으며 꽃의 이파리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적당한 자리로 옮겨줘 호흡하기에 좋게도 하고 서로 어우러져 지내기에 편안하게도 해 준다. 고요가 서린 조용한 아침엔 침묵과 꽃향기가 어우러져 내 영혼을 정화시킨다. 나의 소중한 인생을 생각하게 하고 내 삶을 의미 있고 향기롭게 하고 싶어 묵상하는 자세가 된다. 수수한 자세로 아름다운 인생살이를 하고파 나는 늘 꽃밭에 머무는지도 모른다. 꽃밭을 예쁘게 가꾸고 싶은 염원이 삶의 기도가 되기도 한다. 꽃밭을 가꾸다 보면 어느 사이에 내 가슴이 꽃밭이 되고 있음이다.
  꽃밭에선 우주 만물의 화합하는 소리가 융성하다. 인간과 신의 세계가, 이 세상과 영원의 세계가, 과거와 현재가, 인생의 희로애락이, 육체와 영혼이, 자연의 변화가… 꽃밭에 어우러져 있다. 하늘과 땅이 뻥 뚫려 우주의 만물이 화합하는 소리가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울수가! 경이로움과 설렘으로 꽃씨를 뿌리고 꽃나무들에 게 물 주고 잡풀을 뽑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꽃밭은 살아서 숨 쉬며 수시로 나에게 천지가 화합하는 소리를 듣게 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고 생기가 있게 한다. 나는 수시로 생명의 근원이 되는 뽀송뽀송한 흙을 만지며 자유와 평화가 깃든 꽃밭과 함께 소중한 인생살이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지구촌 모든 사람과 함께 꽃들의 향기에 취하고 싶은 마음에 머문다. 꽃밭에서 생성되는 천지가 화합(和合)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금자

2017.12.25 11:34:48
*.119.80.80

바위 틈새에 핀 채송화가 멋드러지네요.  꽃을 좋와하시는 선생님의 마음도 아주 예쁘실것 같아요.

지난번 행사 때  뵈었던 모습 지금도 생생 하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딸네집 뜨락에 벼라별 꽃을 심었었는데

새 집으로 이사와서  고추며 깻잎 부추를 심었더니. 꽃 기르는것 만큼 애정이 가드라구요.

좋은 글 잘 읽고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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