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 날 울려

조회 수 1334 추천 수 1 2017.07.22 19: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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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가 날 울려


                                                                                                                                                                         정순옥

 

속상하다.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난다. 눈시울이 쓰리고 붉어지면서 속울음이 기어이 터트려지고 만다. 나는 부엌에 있는 수돗물을 틀면서 소리친다. 양파가 날 울려!. ‘양파 핑계 대고 많이 우세요~ ’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하는 그 목소리, 바로 오장육부가 뒤틀리기라도 하는 듯 어지럽게 한 그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을까 그리고 그 위로의 말은 또 뭐람, 묘연해진 내 머리가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다. 부족한 신앙의 한복판에 서서 내 영혼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내 가슴에 소금 알갱이들이 엉켜 뭉쳐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짭짜름한 눈물을 삼키면서 교회 친교실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본다. 매운 양파 물과 눈물로 범벅되어 흐릿해진 내 눈동자에 침묵의 언어인 십자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 사랑의 완성! 거듭나지 않으면 새 생명으로 태어날 수 없는 것! 내 가슴을 휘~잉하고 세찬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 가슴 속에 있는 소금 알갱이를 깨부수는 기분이다. 세상에서 소금의 역할을 하려면 하얀 소금은 깨어지고 부서지는 아픔이 있어야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방부제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짭짜름한 소금물이 성수가 되어 눈물 콧물로 내 몸속에 저려 있는 속상함을 시원스럽게 헹궈준다.

인생살이에선 어디에서나 나 아닌 남과 어우러져 살아갈 때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야만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안다. 특히나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신앙생활을 공동으로 해 나가려면 무시당해도 묵묵하고 부서져도 두렵지 않은 겸손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선물인 주위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선한 일만 하면서 생활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도 있다. 조직으로 일하다 보면 계획에 없던 일들이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의견이 분분하고 억양이 거칠어지고 시끄럽다. 자기의 의견과 다르면 심하게 쏘아댈 일도 아닌데 남의 가슴에 구멍을 뚫을 만큼 큰 소리로 자기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말과 혀를 조심하라며 언어생활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하신 성경 말씀을 알면서도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만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날카로운 언어로 크게 바락바락 악을 쓰면, 듣는 사람은 언어폭력에 심장이 쿵광 거리고 마음에 구멍이 뚫리도록 상처를 받는다. 육체적인 고통은 시간에 묻혀 잊히지만, 말로 받은 상처는 마음을 훼파해 다시금 원상태로 치유되기가 어렵다. 흔적 탓에 서로의 틈새로 살며시 스며드는 서늘한 감정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상처받은 아픈 마음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상태로 될 수가 없기에 말 한마디도 실수하지 않도록 참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한 마디 언어에도 꽃처럼 색깔도 있고 향기도 있을 터이니 아름답고 희망을 주는 말만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꿈꾸는 삶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마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고운 언어를 구사해서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신앙인의 인품은 기도와 공동체의 생활에서 연마되고 원만해지기 때문에 소금이 깨어져 짭짤한 성수로 변한 눈물 콧물로 마음을 정화시키고 용서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한 것만 같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나의 어리석은 과실 때문이라고 치자. 도움과 이해와 따뜻한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한 걸음 밑으로 내려서서 인내와 성찰과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죄 없으신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면 우리가 받는 마음의 상처는 점 하나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새생명을 열망하는 신앙생활에서 내세의 행복을 확신하는 기쁨이 크지만, 그보다도 지금 따뜻한 가슴으로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 빠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 좋은 인연을 가진 사람끼리 겸손과 온유한 마음으로 화목하게 살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인내로 연마하여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하나의 소금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나의 보호막이 되어 남모르게 내 속에 잠재해 있는 속울음을 눈물 콧물이 되어 배설시키게 한 양파는 둥근 모양의 채소다. 까고 또 까도 똑같은 모양의 양파는 아삭아삭하고 달달하면서도 매운맛을 내며 특이한 향기도 있다.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해도 자극적인 냄새를 내며 최루성 물질로 바꾸어 지는 이황화프로필알릴과 황화알릴이라는 효소가 있어 칼로 껍질을 벗기거나 요리를 할 때 눈의 점막을 자극하여 몹시 쓰리고 아프다. 무슨 양념에도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맛을 내는 채소류 양념이다. 나는 가능하면 많은 종류 중에서 맛도 순하고 독한 맛도 덜 하는 양파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양파란 근본적으로 단맛과 매큼한 맛이 함께 공존해 있음을 안다. 사람에게도 장단점이 있듯이 말이다. 경천애인(敬天愛人)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신앙인의 태도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양파를 다루면서 성도들의 성품과 소금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내 안에 쌓인 못된 감정이 변하여 응집된 하얀 소금이 하얗게 부서져 녹아, 짭짜름한 눈물로 변하여 흐르며 겸손해질 때 영혼의 하이얀 기도꽃으로 피어난다. 이 기도꽃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데 쓰인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우리는 작은 노여움에 소중한 사랑을 잃기가 쉬운데 가능하다면 마음이 욱신거리도록 아파도 인내로 이겨 남을 품어주는 것이 세상 속에서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부족한 생각과 어눌한 말투로 남의 핀잔을 받은 날은,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 부끄럽고 우울한 감정이 되어 죄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다. 어금니를 깨물며 견뎌냈으나 더는 견딜 수 없는 침묵을 눈물 콧물로 감정을 시원하게 터트린다. 나는 신앙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양파를 핑계 삼아 울게 한 성도에게 고맙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음을 활짝 열고 큰 소리로 외친다.

양파가 날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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