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디

조회 수 4639 추천 수 2 2017.11.07 16: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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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잔디

                                                                                                                                                      

                                                                                                                                                               정순옥


   꽃잔디! 예쁘디 예쁜 이름에 가슴이 뛴다. 이 아름다운 꽃 이름을 처음으로 한국문학인 문우에게서 들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꽃잔디는 영어로 아이스 프랜트( Ice plant ), 혹은 매직 카펫 (Magic Carpet)이라고 부른다. 나는 한국문인 중 한 사람인 강정실 선생이 아이스 프랜트를 꽃잔디라고 불러주었을 때,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언어미학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몬트레이 해변가에서 시시때때로 꽃잔디를 볼 때마다 예쁘고도 고귀한 이름을 나에게 알려 준 문우가 고마울 뿐이다.

   꽃잔디를 나에게 말해 준 강정실 선생님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7대 미주지회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활동이 미약하여 문인들도 잘 알지 못했던 문학단체,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를 활성화 시키려고 문단운영에 활화산 같은 열정으로 온 정성을 쏟고 있다. 한 번 하겠다고 결심한 일은 무슨 조건에서도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십여 년 전 여름날, 나는 비행기를 타고 문학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공항에 내렸을 때, 그당시 수필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우를 처음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문학의 뜨락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어느 문학행사에서 문우들과 이야기 중에 강 선생처럼 빠르게 문학에 대한 폭을 넓히고 모든 분야에서 신동에 가까울 정도로 다재다능한(多才多能) 사람은 재외동포 사이에서 그리 흔치 않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수필가, 사진작가…… 지금은 문학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기행수필집 <렌즈를 통해 본 디지털 노마드>로 유명하다. 수많은 문학강연과 영한으로 잡지 발행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고, 문학에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문학에 대한 꿈을 갖도록 도와주는 보기 드물게 앞서 가는 문학인이다. 이렇게 재치있는 한국문학인 이기에 매직 카펫이라는 이름에 한국말로 아름답고도 귀한 새로운 꽃 이름인 꽃잔디란 이름을 창출해 내지 않았나 싶다. 꽃 이름에서 아름답고 보드라운 소리가 들리는 이 기발하고 신선한 언어를 모르고 살아온 우둔함에, 나는 언어라는 도구로 작품창작을 하는 문학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꽃잔디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번 보고 난 사람은 반해서 또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햇살 따사한 날은 꽃잔디에 드러누워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다. 내가 이곳에 와서 본 꽃들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변함없이 피고 진다. 꽃이야 새로운 꽃이겠지만 뿌리는 같은 뿌리일 것이기에 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사라지지도 않고 더 많아지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의 면적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몬터레이 바닷가에 있는 꽃잔디는 사계절 귀여운 초록색 이파리들을 겨드랑이에 다랑다랑 달고서 땅을 부드럽게 덮어 주며 뻗쳐 나가는 줄기를 볼 수 있다. 꽃계절이 되면 그 줄기 따라서 수많은 자그마한 꽃들이 분홍색으로 보드랍고 앙징스럽게 피어나, 그 아름다움으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가곤 한다. 몬트레이는 겨울철에 잠깐 비가 내릴 뿐인데도 아름다운 꽃잔디를 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게 돌보시는 손길이 있음을 감지할 수가 있다. 밤이면 짭조름한 바닷물을 끌어 올려 물안개로 꽃을 살리시는 그 손길은 만물을 세심하게 돌보고 계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아니고 누구시겠는가!

나는 생명의 환희를 맛보고 싶으면 관광지인 몬터레이 해변가 사랑공원을 찾아 꽃잔디를 본다. 꽃철이 되면 화사한 꽃들의 웃음에 즐겁고, 꽃들이 피고 진 후엔 앞날의 새로운 희망을 품고서 차분히 인내로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생명이 있는 아주 예쁜 꽃잔디는 내 인생살이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꽃잔디와 함께 웃고 울면서 살아온 기분이다. 세월 따라 나는 자꾸만 주름이 늘어 가는데, 꽃잔디는 변함없이 싱싱한 몸매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외모야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변해 가지만 내면은 변함없이 진실한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나는 꽃잔디에서 배우곤 한다.

사랑스런 꽃잔디 곁에 있으면 나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해마다 분홍꽃이 피고 지는 꽃잔디와 함께 살면서 나도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잔디를 보면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진솔하게 오늘과 내일을 잇대어 살고 싶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대지를 아름답게 하는 꽃잔디처럼 나도 아름다운 마음의 꽃을 피워 사람들을 품어주어야 하리라. 내 주위에 꽃잔디가 있어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름을 지어 준 한국문학인 문우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 잔디 같은데 꽃이 핀다 해서 꽃잔디라 한단다. 참으로 예쁘고 고귀한 꽃이름-꽃잔디.

 

 


이금자

2017.12.14 06:31:59
*.119.80.80

덜커덩 덜커덩 베찌는 소리. 그리고 해설하시는 분의 구술픈 소리가 여기 있는 내 마음까지 울리는 둣 합니다.

언젠가 이북에서 선생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찌나 구성지게 글을 잘 쓰셨는지 읽는 제가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순옥 선생님!!! 그 날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예쁘장하시고 애교가 많게 생기셨드라구요....

꽃잔디"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 꽃이 꽃잔디인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도 많이 키우고 있는데 참으로 예쁜

꽃이지요.  선생님의 말씀마따나  꽃은 해마다 지는데  뿌리는 그 자리에서 예쁜 꽃을 피웁니다.

꽃을 보시는 관찬력이 대단하십니다.  잘 읽고  나갑니다.  틈을 내서 나머지  수필 다 읽어보겠습니다.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오애숙

2017.12.30 07:33:08
*.175.56.26

꽃 잔디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데

이 아름다운 꽃잔디를 작가님의

특유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쓰신

수필 속에서 창조자의 섭리를

멋지게 그려놓으신 아름다우신

감사의 마음이 돋보여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드셨음을  느끼게 하는

진귀한 작품이라 생각 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사 건필 하시고 

문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은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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