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리랑

조회 수 1766 추천 수 1 2018.04.01 23:20:36

       

                                                                          

                                          하나님 아리랑.jpg



                                                                         

                                                                                                 하나님 아리랑


                                                                                                                                                         정순옥

 

   나의 일생은 하나님 아리랑이다.

   하나님은 내가 믿고 사는 유일신(唯一神)이고, 아리랑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요로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한다. 그러니 하나님 아리랑은 하나님,하나님 한민족으로 살고 있는 저와 동행하여 주시옵소서가 된다. 하나님 아리랑은 하나님을 믿으며 한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평생의 기도요, 삶을 요약한 말인 듯싶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은 무슨 뜻인지 아직도 정확한 해석이 없다고 한다. 몇가지 추측이 있는데, 아리랑은 고운 뜻이고, 랑은 이라는 해석이 있다. 아리랑은 아리는 하늘을 뜻하는 의 변음(變音 )이고, ()은 사내, 남편 외에도 주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이 하나님설을 믿는다. ‘하나님 저희들과 동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한다면, 아리랑이 유리하는 민족정신이 아니라 견고한 믿음의 반석에 세운 민족정신이 살아 날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름다운 아리랑의 음률 속에는 유일신의 마음이 투영돼 있음을 나는 항상 느끼곤 하기 때문이리라.

   아리랑은 민족의 혼()이 깊숙이 담긴 음률(音律)이다. 아리랑의 음률은 누에고치가 보드라운 명주실을 품어내듯이 한민족의 한을 풀어내는 듯하다. 수많은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나 흥얼거려도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지역마다 다른 민족의 감정이 흘러나온다. 아리랑을 부르면 누군가가 그립고, 어디론지 떠돌아다니는 인생의 슬픔과 외로움이 가슴 속에 저민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희망도 많다고 아무리 힘차게 외쳐봐도 왜 그런지 눈이 촉촉이 젖어옴을 느끼는 게 아리랑이다.

그래서 난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으려고 온전하신 하나님과 동행하고 싶어 하나님 아리랑을 부르나 보다.

   헐렁해서 미끈덕 거리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싸리문을 나서는 단발머리 소녀인 나에게 어머니는 재차 확인하신다.

   “정말로 너 혼자서 그 머나먼 예배당을 다녀올 수 있단 말이여?

  “--? 엄마.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어머니는 내 손에 빨강 앵두나 볶은 콩을 한 움큼 쥐여 주시면서 무슨 힘에 이끌리어 예배당에 가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시면서도 못 가게 막으시지는 않으셨다. 나는 십 리도 훨씬 넘는 신암 예배당을 그 어린 나이에 강대미 언덕을 헐떡거리면서 오르내렸고 질퍽거리는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기도 하고 자갈이 깔린 신작로 길을 걸어서 혼자서 다녔는데도 외롭지 않았으니 하나님이 동행해 주셨음이 아니겠는가. 생각건대, 하나님께선 나를 신앙의 도구로 삼으셨는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날이면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아리랑을 흥이나 게 부르면서 너울대는 춤사위로 내 마음에 사랑을 심어 주시던 우리 어머니도 기도생활을 하시다가 소천을 하셨으니 말이다.

   1950년 한국전쟁, 그리고 휴전협정이 끝난 후의 농촌은 참으로 황폐하고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추수 후 논에서 자란 잡풀 씨를 손으로 훑어다가 죽을 끓여 먹으면서 목숨을 연명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시기에 가난한 농촌까지 찾아와 달콤한 초콜릿을 주면서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들이 있었으니 선교사들이었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노랑머리 코 큰 사람들이라고 부르면서 선교사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라 했다. “ 예수쟁이들은 다 좋은데 소중한 조상님들한테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하니 큰일이란 말이여~’ 하얀 한복을 입은 어른들한테서 흔히 듣는 말이었다.

   육이오 사변을 겪은 후, 내가 자란 지역에서는 나이는 상관없이 공민학교라는 것을 설립해, 애국가도 가르치고 한글도 가르쳤다. 나는 그곳에서 예배당에 가서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받고 평생토록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기쁜소식을 들었다. 그 당시의 예배당은 어느 부잣집 대청마루나 어느 공공장소의 마룻바닥 아니면 천막촌이었다. 내가 처음 다닌 신암 예배당은 어느 부잣집 대청마루가 아니었나 싶다.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예배를 드린 기억이 난다. 어른들이 기도를 시작하면 한없이 길게 해서 나는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였다. 가끔, 특히 크리스마스 때엔 코 큰 선교사님들한테서 선물 꾸러기 받는 기쁨이 무척 컸다. 예배당 종소리는 시계가 없는 농촌에선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이기도 했다. 그때 들은 탄일종 소리가 시시때때로 내 귓가에서 울리고 있다.

내가 살던 곳에는 내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중학교가 있었는데 불교재단에서 지었다. 그래도 나는 예배당에 가끔 다닐 수 있었으니 하나님이 동행해 주셨음이 분명하다. 여고 시절은 미션스쿨을 다닐 수 있었기에 참으로 좋았다. 나의 신앙의 비전은 신선했고, 믿음, 소망 사랑을 실천하면서 아름답게 살고파 신 나게 활동하면서 지낸 젊은 날이었다.

심금을 울리는 아리랑 가락을 잊지 못하고 사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언젠가는 은은한 조국의 향기 속에 묻혀서 살고 싶은 희망이 있기에 힘이 솟는다. 못 견디게 그리운 고향이 그리워서인지 나는 오늘도 몬터레이해변 꽃잔디를 보면서 내가 지어 부르는 몬터레이 아리랑을 부른 후엔, 하나님, 하나님 저와 동행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뜻이 포함된 하나님 아리랑을 외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삶의 현장 속에 합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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