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째진 아이

조회 수 1130 추천 수 0 2018.10.04 17: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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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째진 아이

                                                                                                                                     

                                                                                                                                                             정순옥

   

  아직도 귓가엔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는 눈 째진 아이가 거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흥겨운 듯이 키득키득 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미주이민 3세인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 마음을 다 흡수해 가버리는 기분이다. 그 귀여운 모습을 살금살금 다가서면서 사진을 찍는 아이의 엄마는 이민 2세다.

   미주이민 1세로 사는 나에게 아주 귀중한 선물을 안겨준 소중한 딸이다. ‘눈 째진 아이는 디아스포라 코아메리카로 사는 광야 같은 이민생활에서 가장 먼저 내 가슴을 아프게 한 단어다. 눈 째진 딸이 거울 앞에 서서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정체성을 찾으려 울던 어릴 적 모습이 내 눈에 아물거린다. 지금은 이중성의 우울함에서 벗어나 눈 째진 한민족 3대가 즐겁게 웃을 수 있어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감사 할 뿐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거울 앞으로 달려가 얼굴을 보더니 울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너무도 놀란 나에게 딸아이는, “엄마, 왜 내 눈은 째졌어?” 한다. 사연인즉, 좋아하는 친구와 놀고 싶은데 친구가 피하더란다. 그래서 붙잡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함께 놀고 싶은데 엄마가 길게 눈이 째진 동양 애들과는 놀지 말라고 해서 놀 수가 없다고 하더란다. 사랑하는 어린 딸아이가 이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생각하니 심장의 피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고, 진득한 액체가 목울대를 훑어내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꼭 껴안아만 주었다.

딸아이는 맑은 공기와 초록빛 몬터레이 바닷물을 벗삼아 자라서인지 청량한 넓은 가슴으로 사랑을 많이 품을 줄 아는 여고생이 되었다. ‘째진 눈은 동양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것임을 말할 수 있게끔 당당한 미주한인 2세로 자랐다. 정체성 혼돈에서 벗어난 아이는 이 땅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인종차별 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하며, 자기 민족의 고유한 풍습은 간직하면서도 다민족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샐러드 보올 (Salad Bowel)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임을 강조하면서 고등학교 총학생회장이 되었다.

흑백 인종차별이 잠재해 있는 지역에서 황인종 눈 째진 여학생이 총학생회장이 되니 이 지역 뉴스감이었다. 이취임 식장에서, 덩치 큰 백인 남학생인 전 회장과 포옹하면서 총회장직의 망치를 물려받는 조그마한 딸의 모습에 디아스포라 코아메리카로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갖는 기쁨과 감격에,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지금은 눈째진 행복한 아이 엄마가 되어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향기롭게 하는데 한몫을 하기 위해 후세를 키우고 있다. 나의 후세대이기도 한 거울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이민 3세인 눈 째진 아이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이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이금자

2018.12.04 05:57:55
*.199.2.163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선생님 방에 들어 와서 " 눈 째진 아이 "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저도 손자 손녀가 있습니다.  그것도 약간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만  우리 손자 손녀도 학교에서 학생 회장이랍니다.

지금은 눈이 둥그렇게 커서 겁 많아 보이는 것보다 작은눈의 아이들이 더 공부도 잘하고 있다는 뉴스 많이 봅니다.

제가 이 방에 들어 온 이유는 제가 스마트폰을 새로 바꾼지 2개월쯤 되었는데 선생님  카톡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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