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과 막돌

조회 수 1233 추천 수 0 2018.12.11 15: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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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돌과 막돌

                                                                                                                                         

이 세상에서 지금도 태고의 자연환경이 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알래스카. 가슴 설래는 기차여행 중에, 몽돌과 막돌이 뚜렷하게 대조되어 아름답게 보이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있는 결 고운 몽돌이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산속에 있는 거칠은 막돌이 나름대로 색과 무늬를 띄고 있어 모두 아름답다. 우주만물의 여러가지 환경으로 잘 다듬어지면서 소리를 내는 몽돌같은 사람들과 자연스런 막돌같이 침묵으로 나를 지탱해 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나는 인생열차를 타고서 즐겁게 여행하고 있다.

몽돌은 그리도 힘없고 유연한 물줄기가 기나긴 세월 동안 거친 돌을 쓰다듬듯이 스치므로 닳아져 매끌매끌하고 둥글납작하게 된 돌이다. 몽돌에서는 삶의 소리가 난다. 지구촌 어느 산골에서부터 흘러 온 찰랑거리는 물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소리……. 쉴새 없이 움직이는 세상 만물의 숨결이 사랑스런 몽돌로 변하게 한 것이다. 내 인생살이는 대부분 몽돌같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사람들과 하고 있음을 느낀다.

막돌은 아득한 침묵을 준다. 오랜 세월 동안 켜켜히 쌓여있는 꾸밈없는 흙이 온 가슴으로 안아 미풍 같은 가는 흔들림까지도 막아내어 함부로 몸을 닳게 하지 않은 지조 있는 듬직한 돌이다. 풍화와 침식의 거센 세월에도 이지러지지 않으려고 자기 자리를 굳게 지키며 꾸밈없이 은혜를 베푸는 흙만을 붙들고 있다. 생명의 신비를 안고 자라나는 산천초목의 뿌리에도 침묵으로 버팀대가 되어 줄 뿐 결코 자기의 모양새를 흩뜨리지 않는다. 수런거리는 삶의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으로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감동 감화를 주는 막돌같은 사람도 내 주위에는 있다.

몽돌과 막돌은 다른 모양을 나타낼 뿐 돌향기는 같다. 몽돌같이 삶의 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막돌같이 침묵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나 사람의 향기는 같다.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몽돌같은 사람과 막돌같은 사람들 틈에서 인생열차를 타고 달릴 것이다. 바람이 실어온 세상 이야기들을 다 품고서 소리를 내는 몽돌같은 사람은 나에게 삶의 재미를 주고, 깊이 속으로만 소리를 내며 겉으로는 침묵하고 있는 막돌같은 사람은 내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내가 아름다운 꿈을 찾아 가슴이 부풀어 나설 때면 이들은 똑같이 우렁찬 박수로 내 새로운 인생길을 축하한다. 그러기에 나는 매끌매끌하게 생긴 몽돌같은 사람도 우직하게 생긴 막돌같은 사람도 내 인생길 옆에서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몽돌같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막돌같이 침묵으로 나를 지탱해 주는 사람이 공존하여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을, 오늘도 나는 인생열차를 타고서 즐겁게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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