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조회 수 731 추천 수 1 2019.07.15 11:46:54

 

 

 

                                             낮달

                                                                                                                                                                                                                                                                                                                                                                                          정순옥

 

   낮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낮인데 달이 있네? 함께 걸으면서 나의 새로운 수필 독자가 되신 홍보석님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 낮에 나온 달? 언제나 내 수필에 깊이를 더해 주시는 귀중한 독자, 박미숙 사모님의 감탄사다. ! 낮달. 참으로 아름답다. 정말로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 같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사를 보낸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어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어느 사이에 어린 시절에 많이 불렀던 동요를 합창하고 있는 행복에 찬 여인들의 음성으로 때로는 쌍무지개가 떠올라 가슴을 뛰게 하는 몬터레이 해변을 온통 낭만의 장소로 변화시켜 버린다. 아직도 수필가라는 말이 어색하기만 한 나이지만, ·영 에세이 <베틀> 출판을 축하해 주는 독자에게 점심을 초대받은 호사를 누리는 나를, 낮달이 축하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낮달은 수시로 하늘에서 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낮달을 바라볼 여유가 없어 못 보았을 뿐이지. 무엇이 그리도 바빠서 눈을 들어 새파란 하늘 한 번 보는 여유도 없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언제 낮달을 보았던가. 까마득한 옛날 같기만 하다. 낮달은 얼굴이 조금은 창백해지도록 참 많은 세월을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즐거운 재회를 위해. 너무도 반가워 낮달을 내 가슴에 품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이 자꾸만 솟구쳐 나온다. 낮달과 나는 눈이 흐려져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서로서로 이름만 부르면서 부둥켜안고 있는데 물새들도 덩달아 끼룩끼룩 소리를 내면서 뭉게구름이 떠 있는 창공을 맴돌고 있다.

   정다운 옛친구 낮달. 몬터레이 해변에 쏟아지는 햇살 사이로 낮달과 재회를 즐기는 내 얼굴을 이른 봄바람은 감미롭게 스치면서 축하해 준다. 낮달은 언제라도 나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 중천에 떠 있다. 나는 그 마음을 알기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나를 늘 지켜 보고 있으면서 조용히 내가 찾아 줄 때까지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낮달. 몬터레이 해변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꽃잔디도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페리킨도 쪽빛 바닷물 위에서 추는 고래들의 춤을 보러 가는 여행객을 실은 통통배도. 모두들 낮달에 취해 있는 내 마음을 아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나는 낮달이 준 행복을 가슴 깊이 간직하려는 듯 해풍에 펄럭이는 내 옷깃을 여민다.

   나도 낮달처럼 누군가에서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을 나눔으로 사랑의 세계를 넓혀가는 수필을 나는 더욱더 정성을 다해서 써야 하리라. 밝은 태양에 가려 희미한 존재인 낮달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처럼 미비한 나의 수필도 어느 누군가에겐 행복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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