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을 벚꽃은 알고 있다

조회 수 629 추천 수 1 2019.09.21 19: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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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을 벚꽃은 알고 있다

                                                                                                                                       

  벚꽃은 한국어, 사쿠라는 일본어다. 같은 아름다운 꽃일 뿐인데 나는 이상하게도 부르는 어휘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보듯이 특이하게 이중성(二重星)의 이미지(Image)를 본다. ‘벚꽃이라 부르면 화사한 얼굴로 환호하며 봄바람에 휘날리는 연분홍 꽃들을 맞는 조선인들이 떠오르고, ‘사쿠라라 부르면 봄비에 떨어진 풋풋하고 가냘픈 연분홍 꽃들을 사정없이 군화로 짓밟으며 행진하는 일본군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일본이 벚꽃을 국화로 정한 이유가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침략적 군인정신을 반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그 군인들 속에 강제징용을 당해 일본군으로 행세한 우리네 아버지들도 계셨다고 역사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그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강제징용, 참혹한 굴욕의 36년 식민지 시절을 해마다 봄이면 피고 지는 벚꽃은 알고 있다.

 일본이 침략 정책으로 선량한 조선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일본 기업이나 군인들이나 어디든지 노동을 착취한 강제징용을 당했던 아버지들의 억울함을, 대법원에서 고령인 이춘식 어르신이 생생하게 증언하시지 않았는가. 강제징용를 당해 의용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많은 남자들은 자기의 성성한 검지를 작두로 잘랐다는 얘기를 나는 직접 들었다. 작두에 잘려나간 손가락이 검붉은 피를 흘리면서 튀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 우리 아버지들의 마음을 상상만 해도 얼마나 억울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 우리 후세들은 알 수 있지 않은가.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침략주의 정책으로 강제로 끌려가 여러 곳에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했던 노동자들을 부정하며, 이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태도로 경제 보복을 취하고 있어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서로 돕고 이끌어 주며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커녕, 오기(傲氣)와 야비한 판단으로 전쟁을 일으켜 영웅이 된 신들,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참배하는 행위를 환멸을 느낄 정도로 하고 있다. 일본 나라 속에서도 아키히토 일왕은 고개를 깊이 숙여 일제강점기에 희생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뻣뻣하게 굳은 교만한 표정과 상냥한 표정의 이중성을 볼 수 있다.

 나는 화창한 봄날에 흥에 겨워 장구를 어깨에 메고서 벚꽃놀이 가시던 우리네 어머니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왜놈들은 강짜가 심해 벚꽃은 자기 나라 꽃이라고 조선인들은 벚꽃놀이도 못 하게 했지-”. 이 비참한 소리를 내 귀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나는 활짝 핀 벚꽃들을 보면 뿌연 안개로 보일 때도 있다.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 멀고도 가까운 나라. 나에게도 벚꽃으로 한창인 일본땅을 밟을 기회가 주어졌다. 떨어져 있는 벚꽃들이 일본 오사카 길거리에 즐비할 시기였다. 우산을 받쳐 들고서 길을 걷는 내 발길에 분홍색 예쁜 벚꽃이 자꾸만 밟혔다. 예쁜 꽃들이 내 발길에 치여 초라하게 으깨지는 게 싫어서 가능하면 꽃을 피해서 걷지만 내 발길 뿐이랴. 무심히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와 함께 수두룩하게 땅에 떨어진 벚꽃은 사정없이 짓밟혀지고 있었다.

 일본 교토시()를 흐르는 가모가아(鴨川) 강둑에도 벚꽃들이 떨어지고 있어 정서적으로 감정이 묘해지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큰 강 중의 하나라지만, 한국에서는 시골에 있는 큰 시냇물 정도밖엔 안 되어 보였다. 자연스럽게 나는 서울에 풍성히 흐르고 있는 기적을 일으킨 한강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뿌듯해졌다. 일본 건축물들은 우중충한 색으로 촘촘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 별 특징이 없어 보였다. 나는 평화와 번영을 외치며 경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자연과 호흡하는 한국미가 떠오르며 가슴이 흐뭇해졌다.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도 천연 재해를 많이 받는 섬나라다. 예측 불허를 감당해야 하는 물 위에 떠 있는 나라다. 세계 우방국들에서 멀어지고 험한 광풍을 맞아 세계에서 고립된 섬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지형적으로 제일 가까운 한국과 손을 잡고서 살아남을 것인가 지금 선택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하나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한일관계가 다시는 악화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부당한 경제 보복을 철회하고 한국과 서로 사랑하며 돌보는 우방국이 되어야 한다. 자연 속에서 해마다 피고 지는 벚꽃은 진실한 역사를 알고 있다. 일본은 침략주의 정책으로 조선인들에게 강제징용을 시켜 노동을 착취하고도 충분한 배상을 해주지 않은 진실을 말이다. 일본은 하루빨리 강제징용을 당해 억울한 삶을 살았던 생존해 계시는 몇 분의 어르신들에라도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충분히 배상하여 이 땅에 살아 계시는 동안에 한()을 풀어 드리는 일이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망언을 하면 검붉은 핏물을 흥건히 흘리면서 작두로 잘려나간 손가락들의 원혼(寃魂)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 입구멍을 콱! 찔러 숨통을 막아 버릴 수도 있을 테니까.

  새로운 봄이 되면 누구나 즐겨야 할 자연마저도 조선인들은 즐길 수 없도록 핍박당했던 일제강점기 시절에 피었던 벚꽃이 또다시 피어날 것이다.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벚꽃을 맞이하려면, 일본 아베 정부는 억울한 삶을 산 강제징용 희생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배상해야 한다. 자연은 진실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자연에서 침묵으로 피고 지는 벚꽃은 강제징용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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