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하와이

조회 수 941 추천 수 3 2019.12.25 1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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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하~ 하와이 

 

                                                                                                         정순옥

 

 


   알로하(Aloha)~.

   듣기만 해도 하와이만의 특유한 인사말임을 알 수 있다. ‘안녕’이라는 말처럼 억양에 따라서 많은 의미로 쓰이면서 조건 없이 사랑하고 서로 존중한다는 뜻을 가진 알로하~라는 매력있는 소리를 듬뿍 들으며 하와이 호놀룰루(Hawaii Honolulu) 땅을 밟는다.
   하와이는 폴리네시아어로 ‘신이 계신 곳’이라는 신성한 의미가 있는 곳이어서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라도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아니 되는 곳이다. 나는 이 땅을 밟으면서 나의 기쁨과 슬픈 추억을 함께 포근히 보듬어 주는 하와이 여신의 품에 안겨 와이키키 (Waikiki) 해변을 한없이 누빈다. 부드러운 열기가 스민 것 같으면서도 서늘하고 건조한 하늬바람이라고도 부르는 무역풍을 타고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가 백사장과 어우러질 때, 나도 함께하고 싶어 손을 내미는 나를 따스한 온기로 맞아줌은 분명 하와이 여신이 날 가슴에 품어줌 이러라.
   태평양의 인종전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하와이는 미국이 1898년에 합병한 뒤, 50번째 주로 승격시킨 곳이다. 우리 한민족들의 애환이 가득 담긴 곳, 하와이는 최초로 한인들의 미국이민역사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여 누가 남편인지 몰라서 공항에 나온 형제와 함께 살아버렸다는 비화도 있을 정도다. 애환이 서린 이민역사 백 년을 되돌아 볼 때, 사탕수수밭과 파인애플 공장은 한인들의 주 생활터전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언젠가는 성공해서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품고 아리랑을 부르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면서 열심히 일한 삶의 현장엔, 한(恨)이 서린 코리안 파인 (Korean Pine)이 특이하게 농장 주위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하늘로 쭉쭉 곧게 뻗어 나가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원을 그리며 힘차게 자라나는 코리안 파인은 하와이 재외동포로 살아가는 한인들의 꿈과 얼을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한국문인의 은은한 정서로 수필을 쓰며 한국의 미와 맛과 멋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김평화 수필가와 같은 문인들이 재외동포로 생활하고 있기에, 하와이 하늘의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려 사람들의 가슴에서 더욱더 아름답게 빛나리라.

 

 

 문학의 향기를 품고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가 “2019년 한미문단 문학상 시상식 및 한미문단 겨울호 출판기념회”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했다. 육지에 사는 강정실 회장을 비롯해 남편인 이병호 시인과 오애숙 시인, 그리고 권온자 시인 부부는 새까맣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기다란 생머리 위에 노오란 무궁화 꽃을 머리에 꽂고서 알로하~하며 맞이해 주는 하와이 여인이 있는 호놀룰루 공항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멋지게 운전사 역할 해 준 정덕수 수필가는 하와이를 방문했다가 하와이 날씨와 무역풍에 매료되어 몽환에 빠져 있을 때, 하와이 여신에게 발목이 잡혀 버렸노라 한다. 하와이란 이름은 마지막 군주시절의 여왕 릴리우오칼라니를 상징하는 망국의 슬픔을 껴안은 여신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목놓아 우는 사람들의 슬픈 마음까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마법이 하와이 섬에는 있나 보다. 수많은 신혼부부가 낭만의 신혼여행지로 선택하고서 사랑과 행복을 약속하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섬, 하와이는 바닷물을 보는 장소와 각도에 따라서 쪽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에메랄드 빛으로 때로는 다채로운 색상으로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한다.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는 길다란 초록색 이파리를 바람에 흩날리는 야자수 나무와 벗하며 밀려왔다 밀려가곤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바다 위에서 빛을 내며 나를 보면서 그리움에 지친 듯이 손짓하며 오고 있다. 두 손으로 한 움큼 쥐고 있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빠져나가는 감각도 느끼지 못한 채 나는 아들 손을 잡고 싶은데 눈물이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애가 탈 뿐이다. 이십여 년 전에 아들과 둘이서 와이키키해변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았던 슬픈 추억 속에 젖어 있는 나를 처얼썩 ~ 철썩 파도소리가 정신을 차리게 한다.
   아들이 원치 않는 병마와 싸워야 했던 그 시절, 하와이에서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들은 복수가 심해 거동도 불편한데 엄마와 함께 하와이 여행하고 싶다고 해서 이 주 정도 머물었던 곳이다.
   “엄마, 사실 나는 엄마 하와이 여행시켜 드리려고 왔어요. 의료선교사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고 싶은데…….” 내 귓가에서 맴도는 이 말이 늘 내 가슴을 파고들어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게 한다.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조금은 알게 해 준 아이, 생명만은 창조주의 고유한 특권임을 알게 해 준 아들은 어느 곳에 있든지 효자임이 틀림없음을 세월이 갈수록 느낀다. 행복을 받은 만큼 슬픔도 함께 받는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며, 만날 날이 가까워져 옴을 알면서도 왜 이리도 심장에서부터 찡!하며 터져 나오는 뜨거운 피눈물은 그치지 않는 것일까. 절대로 아물지 않을 내 가슴의 상처를 껴안고 흐느껴 우는 나를 영광의 주님은 말없이 안아 주시고 있다.
   하와이의 샛별, 은별, 금별들이 된 문인들이 통기타 소리에 맞춰 젊은 날에 불렀던 애창곡들을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목청껏 불러본다. “인생은 연기처럼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인생살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지나간 일들은 조금씩 잊어버리고 추억으로 옛날과 현재를 잇대어 가면서 꿈이 있는 내일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와이 연정을 부르고 있는 나는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나의 기쁨과 슬픔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팡-팡! 터지는 화려한 불꽃놀이 속의 불꽃처럼 밤하늘에 아름다운 수를 놓으면서 영원한 세월 속으로 사라질 것임을. 알로하~’하와이!
   다시 한 번 알로하~

 

 

 

PS: 2019년 12월,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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