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미 언덕

조회 수 738 추천 수 1 2020.03.16 14: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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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미 언덕

 

                                                                            정순옥

 

 

  강대미 언덕이 있다. 모악산과 올망졸망한 마을들과 들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따뜻하게 품어 주는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하고 싶으면 가 볼 일이다. 외로울 때는 메아리가 친구가 되어주는 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첫사랑의 그리움을 달래려면 그윽한 찔레꽃 향기 품고서 사랑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강대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려면 솔바람이 옷깃 속으로 살짝이 들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는 강대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삶에 새로운 생기를 갖고 싶으면 신선한 산소가 허파의 세포로 스며들면서 죽어가는 사람도 바라만 보면 살 수 있다는 모악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삶의 색깔을 만끽하고 싶으면 전쟁 땐 식량이 되기도 했다는 진득진득한 황토를 밟으며 고불고불 기어서 올라가야 하는 강대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위대하신 창조주의 오묘한 무지개 꿈이 서린 영원한 사랑을 느끼려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화합을 이룬다. 내가 어릴 때, 모악산이 보이는 김제군과 강대미 마을을 볼 수 있는 정읍군을 이어 주는 강대미 언덕에 가 볼 일이다.

  봄이면 해맞이를 한 잔설이 시나브로 녹아내리면서 땅속에 스며 있는 우주의 온기가 씨앗들을 발아시켜 침묵을 깨고 여기저기서 생명을 잉태하는 꿈틀거림으로 수런거린다.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숲 속에서 뻐꾹새가 뻐꾹! 뻐꾹! 노래한다. 종달새가 푸드덕!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낮은 창공을 나르면서 새 생명인 알을 낳았음을 날갯짓으로 알린다. 논두렁 밭두렁에선 향기 품은 쑥들이 고개를 쑥쑥 내밀면서 암팡진 바구니 들고 나물 캐러 봄나들이하는 아가씨들을 기다린다. 홍자색 자운영꽃들은 나풀나풀 날아와 살포시 입맞춤하는 나비들과 윙윙거리며 날아와 뜨겁게 입맞춤하는 벌들의 사랑에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레하게 익는다. 달팽이는 촉수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에 닿아 있을 사랑 찾아 어스렁어스렁 기어간다. 농부들은 이랴~ 낄낄~ 소몰이하면서 쟁기로 벼 심을 다랑논 갈이를 한다. 강대미 언덕에서 보이는 마을에서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면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온통 연분홍색으로 물들여진다.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이 들판을 뒤덮는다. 밭에 있는 보리들이 익어가는 냄새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커다란 미루나무 숲 속에선 매미들이 귀하디귀한 짧은 생애를 자축이라도 하듯이 맴맴! 합창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원두막 안엔 농부들의 장래에 대한 소박한 꿈이 서리고, 여름밤 하늘은 수많은 별의 찬란한 이야기가 보는 사람들의 가슴으로 쏟아져 내려 낭만이 깃들게 한다. 시냇가에선 아이들의 물장구치는 소리와 송사리떼 잡는 즐거움의 소리가 파아란 창공으로 퍼진다. 각종 농작물은 성장 호르몬들이 왕성해져 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왕성한 삶의 진가를 보여준다. 불볕더위와 사나운 폭풍 속에서도 강하게 살아남은 농작물들은 더욱더 싱싱하게 자라면서 알알이 열매를 맺어간다. 하늘에선 흰 구름이 평화로이 그림들을 그려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희망을 품게 한다. 서로가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가면서 초록 색깔로 세상을 꾸미면 이 세상은 자유와 평화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바람결 소리에 듣는다. 여름의 강대미 언덕은 사방천지가 손으로 쥐면 초록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아 사람의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인다.

  가을이면 모악산 봉우리로 솟아오른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에 강강술래 노랫소리가 절로 흥을 돋우는 추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곳. 고개 숙인 노오란 벼들이 황금 물결을 이루며 풍성한 결실의 계절을 노래하는 곳. 각종 농작물이 익어가는 소리에 삶의 재미가 솟아나는 곳. 강대미 언덕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노오란 들국화 향기가 정신을 신선하게 하여 피의 흐름을 맑게 한다. 강대미 언덕에서 바라다보이는 들녘은 추수감사절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농부들이 추수하면서 흥겹게 부르는 풍년가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어깨춤이 절로 난다. 강대미 언덕은 온갖 나무들이 울긋불긋 단풍색으로 변해 신비한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이 행복해 지며, 들녘에서 자라고 있는 온갖 식물들이 갈색을 띄우면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갈색으로 변하고 만다.

  겨울이면 소록소록 내린 새하얀 함박눈이 들판을 덮어 이 세상의 깨끗함과 함묵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곳. 강대미 언덕에서 보이는 초가집 굴뚝에서 하이얀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르면 오순도순 가족들의 사랑 대화가 끊일 줄 모른다. 농부들의 손에 의해서 거둔 벼들은 알곡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양식으로, 남은 몸 일부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초가지붕을 덮기도 하고 혹은 온돌방을 따습게 하는 땔감으로 소임을 다 한다. 초가집 처마엔 수정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고, 홍시를 드리는 손자들의 귀여움에 할아버지 할머니들 인생살이의 행복이 훈훈하게 피어나고 있다. 흰 눈 속에서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의 순정을 동박새가 부지런히 보는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나르고 있다. 흰 눈이 강대미 언덕 골짜기에 펑펑 내려 우주의 기운을 새롭게 만들어 갈 때엔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온통 순백이 되어버린다.

  강대미 언덕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한 눈 안에 옴싹 볼 수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듣고 싶은 생생한 삶의 소리와 꽃들의 향기와 아름다운 빛깔이 담긴 자연명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품고서 오묘한 우주의 기운에 둘러싸여 있는 모악산이 보이는 강대미 언덕은 오늘도 누군가를 사랑으로 맞이하려 생의 활력소를 품어내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이 시간도 추억 속의 강대미 언덕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향기와 색깔과 소리를 만끽하면서 새로운 삶을 활기있게 살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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