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우디 이야기 1부

조회 수 250 추천 수 1 2020.05.16 11:13:41

비행기 기장이던 남편을 따라 해외에 자주 다니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년 정도 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해 본다.
우스운일, 희한힌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아직도 그곳에선 일어나고 있었다.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를 적어 보려고 한다.

벌써 십 여년이 지났으니 그새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조금씩 본국인으로 비행기 기장들을 교체하고 있지만
십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기술 부족으로 미국인 기장들을 많이 고용했는데
이 노장 미국인들 중에는 유머가 좀 지나친 사람들도 상당했다.
미국에서 떠나 13시간 후 사우디 제다공항으로 입국하는데
비행기 착륙 전 기장이 기내 방송을 한다.
"여러분, 사우디아라비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 현재 시간은 밤 11시 35분이며 기후는~~~~
여러분들은 시계를 8시간 뒤로 돌려주시고
생활방식은 500년 뒤로 돌려놓으시면 되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영어로 기내 방송을 그렇게 했다.
알아 들은 사람들을 모두 웃었고, 물론 아랍어로는 안했겠지...

 
미국에서 비행기를 탈때는 일반 옷을 입었던 많은 아랍인이
여자들은 까만 옷에 까만 수건으로 두르고
남자들은 흰 옷에 흰 두건으로 모두들 변복을 한다.
외국인 중에서도 더러 옷을 바꾸어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입국할때는 별 탈이 없었는데 한번은 큰일이 났었다고 한다.
사우디를 통과 유럽 어디론가 가는 비행기가 한 시간 정도 거기서 대기한 경우다.
사우디를 입국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사전지식으로 옷차림을 무난하게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통과여객들은 못 들어서인지 아니면 무신경인지 늘씬한 미녀 셋이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빨간 수염 밀가루 포대들이(종교 경찰) 미녀들 다리를 막대기로 때리면서 마구 떠들어 댔다.

(종교 경찰들은 일부러 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쓰는걸 못봤다)
이 유럽 여성들은 깜짝 놀라고 성질이 나서 가만히 있었겠는가?
대판 싸움이 나고 비행기는 떠나는데 이 세 여자는 진짜로 감옥에 끌려갔다고 한다. 
물론 다음 비행기로 떠나기는 했지만 이게 무슨 해프닝이란 말인가
그 나라의 풍습을 어긴 승객들도 문제겠지만 격리해 수용했다가 보내든지
아니면 국제공항의 특성상 이해를 해주던지 해야 옳을 것이다.

 
아무튼 여자들을 위해준다는 그들의 방법은 우리 눈에 이상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교사나 간호사등 몇 가지의 특정직업 외에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부족한 일손은 모두 동남아 등지에서 온 제삼국인들에게 맡겨졌다.
여자는 고등교육을 받았어도 생활에 활용할 수가 없다  
어린 아가씨들은 이쁘고 날씬한데 결혼하고 몇 년 안에 거의 다

체중이 불어 몸매가 푸짐해지는 게 할 일 없음이 아닐까?
운전사에,정원사에, 유모에, 식모에, 남편 또한 몇 년 못가서 제2, 제3의 아내를 구하니.....
좀 산다는 집이 그렇고, 상대적으로 돈 없는 남자들은 결혼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에 제일 불쌍한 사람은 외국 교육을 받은 아랍계 여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저들의 종교인 이슬람교는 절대로 타종교와 결혼을  할 수없고,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면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그녀들은

비행기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그런 삶을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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