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언니의 웃음꽃

조회 수 255 추천 수 1 2021.01.13 14: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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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자 언니의 웃음꽃

 

                                                                                                        정순옥

 

 

  순자 언니가 향기로운 웃음꽃을 피운다. 주름진 얼굴에 참으로 행복하게 보이는 웃음꽃이 활짝 피고 있다. 웃음꽃에서 풍기는 행복한 향기가 바다 너머에 사는 내 가슴으로도 스며들어 박하사탕처럼 화하게 퍼져간다. 순자 언니의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웃음꽃을 피운 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팔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다. 아들 둘이 있는데 오십 대가 다 되어 가도록 총각으로 살던 첫째 아들이 드디어 혼인(婚姻)하게 된 것이다. 순자 언니의 웃음꽃은 성인 된 아들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오랜 믿음과 인내와 기도로 지켜 준 후 받은 축복된 행복이다.

  순자 언니는 나의 둘째 언니다. 53, 팔 남매 사이에서 일곱 번째로 태어난 나는 첫 언니와의 추억은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을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정신대로 끌려가는 것이 두려워 부모님께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시켜서 일 것이다. 나의 둘째 순자 언니는 오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공유하고 있는 언니다. 나를 사랑으로 돌봐 주시던 늙은 어머니와 큰 새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는 둘째 순자 언니가 나의 어머니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지금도 냉동실에 홍시감을 저장해 놓고 울 엄마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순자 언니에 비해 나는 모든 면으로 무언가 미숙한 데가 많아서 언제나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몸과 마음이 강하지를 못하다. 우리 어머니 말씀대로 원기가 부족한 늙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나서 그런가 보다. 태어나서부터 늙은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인지 어머니는 항상 불쌍하게만 보였기에 우리 엄마한테 맛있는 고기와 사탕 사드리는 게 나의 소원이었다. 늙은 어머니 대신 큰 새언니가 나를 애기씨라 부르면서 딸 같이 보살펴 주셔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셈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어서 여아들은 남아들 속에 끼어 있으면 관심도 두지 않았다. 우리 순자 언니가 그랬다. 모든 것들을 남자인 오빠에게 또는 남동생에게 항상 양보하면서 살은 셈이다.

  순자 언니는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남모르는 서글픈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빈약한 시골생활은 언니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없애 주질 못했다. 형제들을 사랑하기에 형제들을 위해서 자기의 소원마저도 기꺼이 양보하면서 살았다. 정이 많아 늘 주위의 사람들을 돌봐 주는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한국 전쟁 이후 폐허 된 땅에서 잘 살아 보자는 새마을 운동이 전개될 무렵 순자 언니는 독립성을 선언했다. 자기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끌기 위해서 시골에서 전깃불이 반짝이는 서울로 상경한다. 그 당시에 한창 붐을 일으키던 양재기술을 배워 남의 가게에서 혹한 추위에 이불도 없이 생활하면서 험한 세월을 이겨냈다. 그리고 끝내는 가게도 갖고 좋은 신랑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다.

  순자 언니는 항상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기 때문에 누구도 내 인생을 살아 줄 수도 없고, 나도 남의 인생에 관여할 수 없다는 철저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혼자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읽고 양재기술도 배우고 하면서 인생의 독립성을 확보해 나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의 문제가 있으면 해결사 노릇을 했기에 순자 언니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시집도 십 남매의 장남과 결혼하여 시집 동생들을 다 뒷바라지해 주었으니 그 많은 고난의 인생사를 어떻게 표현하랴. 공부밖에 모르는 남편의 유학시절 대가족의 생계를 도맡아 짊어지고 살면서도 베풀며 헌신의 삶을 살았던 언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기쁨과 행복으로 꽃길만 걸으실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순자 언니는 아들만 둘을 두어 부모들의 세계와 자녀들 세대의 결혼관이 다름을 인식하고 아들의 의견을 잘 존중해 주었다. 결혼은 성인의 통과 의례로 개인과 가족들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구식인 부모들 시대는 결혼 적령기가 되면 누군가에 조금은 끌려서 하는 중매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 젊은이들은 결혼관이 많이 바뀌고 개성이 강해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혼자서 평생 살아도 좋다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혼밥시대 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원룸 아파트 무결혼 시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현대 젊은이들이 한국의 독특한 결혼문화를 바꾸어 가고 있다. 순자 언니는 결혼관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아들의 자존감을 지켜 줘 아들의 마음을 잃지 않은 현대적인 엄마다.

  순자 언니는 보통 어머니들처럼 모든 어려움을 아들 둘 키우는 재미로 이겨냈다. 특별히 큰아들은 소학교 때부터 전교 일등과 반장 학생회장 일류대 법학대학원 법조계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성인인 자기 인생을 지켜봐 달라고 하더니 마침내 꿈을 이룬 후 늦총각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부도 자기 인생길을 책임지면서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옹골찬 노처녀. 참으로 아름다운 원앙의 한 쌍이 태어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결혼에 성공한 부부. 순자 언니에게 웃음꽃 피우게 한 신혼부부에게 사람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순자 언니는 아들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면서 사랑과 기도 그리고 오랜 인내 후에 축복받은 행복한 웃음꽃이 활짝 피고 있다. 언니의 웃음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와 바다 건너에 사는 나의 가슴까지 향기롭게 한다. 순자 언니는 웃음꽃을 피우면서 자녀가 혼기를 놓치고 있어 고민 많은 부모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단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기에 성년된 자녀들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고 조금 더 믿고 인내로 기다려 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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