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났다
강 정 실
명인이 섬세하게
열두번 옻칠한 나전칠기함에
맑은 샘물 부어 넣고
유약(泑藥)도 곱게 얹혀
800도 가마에서 잘 구워낸
칠보색 잉어들이
겨우내 입술만 삐죽이더니만
활짝 핀 자목련 꽃 바람에
봄바람 났다
분홍빛 진달래 피고
능수버들 치마폭 바람에
노랑나비 나풀대며
개나리 벚나무 꽃대가 넘실대는
창경궁 춘당지에 가자고 하다가,
노을빛 자르르 반짝이며
동박새 노래하고
담팔수소나무가 울창하고
봄빛 노래가 높은 곳에서
우렁차게 울러 떨어지는
천지연폭포로 보내 달라고
치근대며 조르다,
달빛 농염하고 기암절벽 빼어난
낙동강 칠백리 긴 강 따라 흘러흘러
구포 오일장 제첩국 이야기 중
숨 차는지
뻐끔뻐끔 물방울 담배를 피우며
술 몇 잔 마시고는
얼굴을 또 내민다
또 어디로 튀려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깔깔대며 웃다가
대성통곡한다,
단단히 봄바람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