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잔소리

조회 수 909 추천 수 1 2021.03.24 11:29:01

  

                                                       마누라 잔소리

 

                                                                      정순옥

 

 

~! 마누라 없으면 못 살까봐? 노인애는 마누라 잔소리가 머리를 때리는 순간 홧김에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 버린다. ~아 살을 에는 찬바람이 온 몸을 햝으며 스쳐 간다. ~~ 추워! 부부싸움 할 땐 몸이 열나고 입에 거품이 일도록 물도 많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순식간에 찬바람이 물기를 빼앗아 가버려 입도 메말라 버리는 느낌이다. 살을 에는 찬바람이 희롱하 듯이 외친다. “너의 마누라 잔소리가 너에겐 생명수란 것을 넌 몰랐니?” 나를 살리는 생명수가 마누라 잔소리에서 생성 된다니~. 늦게나마 깨달은 노인애가 머슥하게 웃는다. “여보! 자킷 입어야지~ 얼어 죽을꺼요? “또다시 뒷통수를 치는 마누라의 날카로운 소리가 가슴을 찡하게 하며 뜨거운 눈물방울이 핑! 돈다. 눈물은 내 몸의 세포를 살리는 생명수인데 마누라 잔소리에서 생성됨을 반세기가 되도록 나는 왜 몰랐던가!

                                             <나의 졸작> 서사시: 마누라 잔소리

 

 

잔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꾸짖거나 참견하는 말이지만 그 속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면 고마움이 절로 날 일이다. 결혼해서 부부생활을 하는 수많은 남자들은 마누라 잔소리에 못살겠다느니 마누라 잔소리에 대머리가 되었다는 둥 푸념들이 많다. 마누라 잔소리가 싫은 정도가 너무 심하면 황혼이혼까지도 간다. 요즈음은 졸혼이라 해서 이혼은 안 하고 일찍 결혼생활을 졸업하고 자유스럽게 부부로 지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결혼은 안 하고 동거만 하면서 살아갈 경향이 많아진다니 부부생활이 쉽지 않음을 말해 주고 있음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결혼 주례사도 멋이 없어져 가는 시대다.

마누라 잔소리도 시대에 따라 변해감을 볼 수 있다. 옛날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강했던 시절엔 여자들의 잔소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안방에서 생활하고 남자들은 주로 사랑채에서 지내니 필요 이상의 접촉이 없는만큼 잔소리 할 필요가 있겠는가. 옛날에는 여자가 무슨 의견을 말하려 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 여자가 무슨 말이 그리 많아~” 하면서 무시해 버리기가 일쑤였다. 현대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마누라 잔소리가 심해진 경향이다. 남자들은 한사코 부인들에게 그만해! 듣기 싫어! 무슨놈의 잔소리가 그리 심해~” 한다. 미래에는 잔소리 할려면 헤어지자~” 할 것 같다. 언젠가는 마누라 잔소리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부부싸움의 대부분이 잔소리로 인해 일어난다. 부인이 하는 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 잔소리라 하지 않는다. 자기가 듣기에 거북스럽거나 실행하기가 귀찮다고 생각할 때 쓸데없는 잔소리라 하며 싫어한다. 그러나 이 잔소리속에는 염려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누라가 한 소리 또 하고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한다고 생각 될 때는 왜 잔소리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마누라의 잔소리 속에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성애(母性愛)가 숨겨져 있음을 안다면 남편들은 화를 불쑥내기 보다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마누라의 잔소리가 남편의 부족한 점을 보살피고 있음이다.

무슨 이유로든 부인이 곁에서 함께 살지 않으면 홀애비 생활 한다고 말한다. 부인과 사별 후에 홀애비 생활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부인 잔소리 듣지 않고 사니 마음 편하겠다고 해 봐라. 거의 많은 사람들이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할 것이다. 제일 그리운 것이 마누라 잔소리라고 할 것이다. 바가지를 북북 긁어대는 마누라 잔소리가 그립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누라 잔소리가 사회생활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보이지 않게 돌봐주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

  ‘잔소리를 말할 땐 마누라 잔소리라고 하지 부인 잔소리라 하지 않는다. 지겹고 짜증스러운 일방적인 강요를 들으려니 싫은 것이다. 잔소리가 심하다고 느껴지면 욱하는 감정도 나올 것이고 급기야는 서로간에 언어 폭력이 되고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부인은 애처럼 말을 안듣는 남편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내 맘을 왜 몰라주냐고 아우성이다. 남편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왜 몰라주냐고 욱박지른다. 잔소리는 부부 관계 속에서 관심을 나타내는 방법인데 대화나 몸짓 등으로 소통이 잘 안 되어 일어나는 불상사다. 마누라의 잔소리가 있어 세포를 살리는 생명수를 공급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누라의 잔소리가 고마움이 될텐데 말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악처, 잔소리쟁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 반드시 결혼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다. 악처를 얻으며 철학자가 될 것이다.” 라고 한 소크라테스는 아내에게 생활비 한푼 가져다 준 적이 없단다. 그러니 아이들 키우는 부인으로서 얼마나 잔소리가 많았겠는가. 집앞을 지나가면서 제자들과 얘기만 나누는 남편에게 화가난 부인이 들고 있던 항아리의 구정물을 몸에 끼얹어 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세계적인 현모양처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가정도 돌보지 않는 철학자를 만나 세계적인 잔소리쟁이, 악처로 유명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마누라 잔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마누라 잔소리가 멎은 어느 날, 우리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 서지도 못하고 말았다. 내가 알아서 식사 할테니 염려말라더니 그렇게 하지를 않아 일시적인 영양실조가 된 것이다. 또다른 잔소리가 남편의 생기를 돋게해서 몸이 회복 되었다. 마누라 잔소리는 세포를 살리는 생명수임을 우리 남편같은 노인애가 느끼는 날이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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