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비애

조회 수 11221 추천 수 2 2014.09.26 14:45:30
작가 : 김문희 


나무.jpg 

나무의 비애


           김문희



나무의 가장 큰 괴로움은

죽은 후에도

스스로 쓰러지지 못하는 일이다.


청청한 숲속에서

하얀 뼈로 남아

태양 아래 선다는 것은

나무의 가장 큰 수치이다.


한번도 쓰러진 일 없어

평생을 늠름하게 자라도

나무의 가장 큰 비애는

스스로 묻히지 못하는 일이다. 


     

약력:

강원 원주 출생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미주펜문학회 전 회장.

수상: 제4회 한글문학상 외 다수

저서: 눈뜨는 풀잎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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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 빨래 춤 최용완 빨랫줄에 옷걸이가 출렁거린다 바람이 즐거워 콧노래 흥겨워 어쩔 줄 모르는 날씨에 옷이 춤을 춘다 빈 마당에 마음 빠진 옷 짓이 아침에 젖은 몸 빨랫줄에 늘어지고 오후에는 살맛이 훈훈하다 옷걸이에 빨래는 뽐낼 줄 안다 명품가방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향수까지 땡볕에 마른 옷이 사람을 입고 간다 주인이 걷어가기 전에 널려있는 동안 제값하고 살리라 짝이라도 있는 듯 한판 웃긴다 약력: 전남 순천 출생 서울대학 공대 건축과 졸업. 미네소타주립대 대학원 졸업 미주문학 시. 에세이포레 수필 당선 현재 사랑방 글샘터 회장. 저서: 새로운 눈에 보이는 세계. 무등산, 가을 호랑이

나무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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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비애 김문희 나무의 가장 큰 괴로움은 죽은 후에도 스스로 쓰러지지 못하는 일이다. 청청한 숲속에서 하얀 뼈로 남아 태양 아래 선다는 것은 나무의 가장 큰 수치이다. 한번도 쓰러진 일 없어 평생을 늠름하게 자라도 나무의 가장 큰 비애는 스스로 묻히지 못하는 일이다. 약력: 강원 원주 출생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미주펜문학회 전 회장. 수상: 제4회 한글문학상 외 다수 저서: 눈뜨는 풀잎 외 다수

3대 캐년을 다녀와서 [1]

작가 이금자 

3대 캐년을 다녀와서 이금자 깊고 깊은 산중에 혼자 남은 그랜드캐년 그의 넓은 가슴속엔 오직 브라이스캐년 생각으로 가득 찾다 둘은 서로서로 사랑하면서도 미로 같은 용궁 빠져나올 수 없어 관광 온 사람들에게 소식을 묻곤 한다 그러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우우-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약력: 1993년 조선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회원. 수요시 동인 저서: 장미 5월의 하루. 어느 봄날의 축제

알래스카의 춘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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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춘신 안 지 현 숨길 조차 멋어 버릴것 같은 첩첩 쌓인눈 죽음처럼 정지된 산 과 산 계곡 사이를 오늘만은 꿈안에서 두려움 없이 걸어보네 하늘 맞닿은 산들 폭포 줄기 줄기 모두 얼어 버리고 새 한마리 날지않는 순백에 긴긴 겨울을 사슴 목 놓아 기다리는 풍정 정녕 봄은 오는가 칠흙으로 드리운밤 흰대리석 누운 강가에 여신의 발자욱 소리 깨어나는 물 밑 소리 소라에 긴 하품소리 끓는 태양은 아직 멀지만 그날에 축연을 위함에 큰 고동 귀 열고 포물선의 기지개 연두빛 물감을 쏟아 붓는다 약력: 경기평택 출신 문예운동 시부문 등단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및 미주지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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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병호 

캐나다 기러기 이 병 호 겨울이 되어 머나먼 수천리 길을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날아와 이곳 까지 찾아 왔네 일 년 내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곳에 삶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짝과 함께 올 때는 서로서로 돌아가기로 기약했는데 몇 해 전 부터는 고향의 그리움을 잊어버리곤 어느덧 이곳 생활환경에 익숙해 졌나 봐 시간의 바퀴는 돌아가는데 변함없는 생활 어느 누구도 탓할 수가 없나보다 풀밭에서 떼를 지어 짝을 이루고 풀을 뜯어 먹고 옆 호수에서는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어느새 낳았는지 새끼들도 뒷뚱뒷뚱 걷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네 걱정도 근심도 모른 체 하루하루가 여유만만한가 보네 부부애가 각별한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접근하려느냐는 표정으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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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눈물을 들어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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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눈물을 들어라> 울고 있는 그대여 고된 삶 살아가다 호흡마저 쓰라릴 땐 파도의 눈물 들어라 세월에 바위에 골백번 부서져도 기필코 일어서는 한사코 일렁이는 파도의 눈물 들어라 부서짐 없인 눈물 없고 눈물 없인 삶도 없다며 애잔히 밀려오는 삶의 숨결 들어라 애환의 눈물 먹어라 약력: 미시건 출생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문학의식. 심상 등단 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자목련

작가 안선혜 

자목련 안 선혜 이른 봄 정원을 환히 밝히고 있는 당신 무슨 사연 있어 성급하게 봄을 가지고 나왔을까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바라보는 어느 소녀의 간절한 소망 기다림의 눈망울 살며시 엿보았을까 봄의 속삭임 소곤소곤 귓속말 들려주고 있구나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귀족의 자줏빛 망토 자락처럼 정원의 귀족이 되어 피어난 당신 따뜻한 그대의 손 겨울도 스르르 물러서네 발가벗은 맨 가지 잎보다 먼저 꽃을 선물하는 넌 봄을 사모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신저인가 보다 양력: 마산 출생 월간순수문학 등단 18회 가산문학상. 3회 해외문학상. 5회 해외동포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및 미주지회 회원 및 국제펜문학회 회원. 재미 시인협회 회원 작품:제1집 슬픔이 사랑을 만나다. 제2집 그해 겨울처럼

물밥 [1]

작가 한길수 

물밥 한길수 어릴 때는 몰랐다 어머니는 반찬도 많은데 국그릇에 물 부어 물밥을 후루룩 마시듯 드셨는지 빈 그릇 내려놓고 천장 보며 한숨 쉬는 의미가 뭐였는지 고국을 떠나온 이민자에게 매일 열한 시간 일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마는 날은 더워 땀 흘리며 흥정하다 흐트러트리고 간 옷가지와 손님 뒷모습 보며 불쑥 고개 내미는 스트레스에 말아 놓은 물밥을 떠올린다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될 때 남은 밥에 시원한 물 넣고 총각무 한 조각 깨물면 편한 어머니 얼굴 떠오르며 가슴에 사무친 그리움으로 감칠맛 나는 한 끼가 되었다 어릴 때는 몰랐다. 저녁을 물리신 아버지는 물밥이 소화되기 전에 드러누워 코를 고셨는지 잠속에서 홀 눈물 같은 것 강으로 쏟아내지 않았을까 기름진 음식이 즐비한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