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알까

조회 수 722 추천 수 1 2021.05.08 21: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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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은 알까

 

                                                                                                     정순옥

 

내 마음을 바람은 알까. 사시사철 나를 스쳐가는 바람은 알고 있지 않을까. 코를 통해 폐부로 들어와 심장을 거쳐 내 몸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은 켜켜히 쌓인 억눌림까지 알고 있지 않을까. 흉금을 터놓고 얘기 할 사람도 없어 한없이 외로워 남몰래 울고 싶은 내 마음을 바람은 알까.

세월 속에서 익어 나도 이제는 황혼의 너울을 쓰고 있다. 포동포동한 살결이 하얀 두부같다고 풍년두부라는 별명도 유년시절에는 가졌던 나. 지금은 수많은 검버섯에 주름살 투성이가 된 얼굴을 거울 앞에서 본다. 나 자신이 바라 보아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의 풋풋한 향기나 아름다움은 사라져 버리고 많이 늙었다. 세월따라 정서도 변하여 가는지 요즈음은 표현하지 못하고 참아온 삶의 무게만큼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은 유명한 과학자이며 종교철학자였던 프랑스 파스칼의 < 팡세>라는 책 속에서 한 말이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지만 생각의 힘으로는 이 세상 모든 만물을 모두 포괄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더하여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라는 명언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신에게서 허락 받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내 인생살이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나 자신이 얼마만큼 노력해야 하는 걸까. 나는 평생토록 신앙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는 억눌림이 차곡차곡 내 가슴속에 쌓여가고 있음을 안다. 이것은 곧 욕심일 뿐이지만 말이다.

젊은날, 나에게도 꿈이 있었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나를 슬프게 했다. 미약한 나의 형편 때문에 숨죽인 채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참으로 아픈 때도 있었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강한 자존감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마음을 추스렸던 기억들을 바람은 알까. 말못할 사연을 가슴에 안고 내 마음을 스스로 달래며 참았던 일을 생각하면, 어떤 삶이든 인생은 외롭고도 슬프고 또한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슬픔과 상처의 진액이 모여 인생살이의 옹이로 남아 있음을 바람은 알까.

나는 이 세상에서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 보다 더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사람이 아직까지는 없다. 그래서인지 미약한 나의 형편에 걸맞지 않는 사람들이 내 주위를 탐색하면서 나를 평가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나는 농사꾼인 우리 부모님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우리 부모로부터 배운 사랑 방법은 인내로 진실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서 남을 섬길 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은 참으로 크다.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모님이 보여주신 사랑을 후세에게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바람은 알까.

나는 가끔 이현령 비현령(耳縣鈴 鼻縣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한자어가 생각날 때가 있다. 누군가 그럴싸하게 자기 행동을 이롭게 포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달랠 때 생각하는 단어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세 번을 잘 참아내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우리 어머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은 인생 한 자락의 무늬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기분 나빴던 일들도 웃음으로 되돌아 오기도 한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괴로워 하고 답답해 하는 나의 마음을 바람은 알까.

외롭고 공허하고 허허로울 때 나는 바람을 찿는다. 너무 가슴이 아플 땐 피를 토해내며 바람결에 내 마음을 묻고 울어 버린다. 내 길을 인도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주님도 간곡한 내 소원에 무반응을 보이실 때, 바람은 내 마음을 알고 있다고 위로해 주는 것같다. 우주의 모든 만물들도 제나름대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가끔은 바람도 외로워 우우우 소리를 내며 나를 찿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는 갈대로 외롭게 흔들리다가 아름다운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게 인간인가 보다.

  나는 재미동포로 오랫동안 살아 오면서 다인종과 직장생활을 해 오고 있다. 때론 다문화 사회에 살면서 문화 차이로 오해도 받을 수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한민족인 나는 일터에서 대부분 혼자서 많은 다른 민족 사이에서 견뎌내야 하는 입장에 봉착한다. 미주이민 직장생활을 하면서 팔은 안으로 굽지 절대로 밖으로 굽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럴 땐 전능자의 힘을 믿고 작은 돌멩이로 거대한 골리앗과 싸워 이긴 성경에 나오는 인물 다윗을 생각하곤 한다. 삶의 현장에서 누구와 상의할 사람없어 외로워하는 내 마음을 바람은 알까.

조마조마 하면서 때론 코피가 쏫아지도록 힘들게 살았던 기억을 되살리면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생활에 위로를 삼고 산다. 살면서 명예나 물질 등을 멀리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인생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사회구조가 그렇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조금더 순수하고 진실되게 살고 싶은 삶의 몸부림으로 자신의 위치를 위로하면서 살아 가는 방법이 현명하지 않겠나 싶다. 아름다운 생각들을 끌어모아서 항상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누군가의 앞에서 미소를 보여도 속 마음은 참으로 쓸쓸함을 바람은 알까.

  이 세상 순례의 길을 마치고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남은 인생을 향기롭게 살고 싶다. 생각하는 갈대로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있는 나의 인생의 그림은 특색도 없고 아름다운 무늬도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신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서 그려 온 인생 작품 위에 남은 시간 정성을 다하고 싶은 내 마음을 평생토록 나를 스치고 있는 바람은 알까


이금자

2021.05.18 13:24:45
*.147.165.102

안녕하세요 정순옥 여사님  

오랫만입니다.  누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주름이 생기고 검버섯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진속 정여사님은 여진히 예쁘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ㅎ

그래도 건강만 하면 외모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지요.   

저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나왔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늘 고향생각에 젖는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지면을 통해 또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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