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얼굴(신간)
“모든 사람은 죽는다.” 논증이 필요 없는 정언명제다. 그럼에도 죽음은 끝내 경험할 수 없는 낯선 사태다. 인간은 ‘죽음’을 철학, 종교, 과학, 의학 등 여러 수단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며 이해하려 애써왔다. 독문학자인 지은이는 ‘죽음이 문학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돼 있을까’라는 심미적 질문을 탐구한다. 한국과 독일의 문학 작품들에 나타난 죽음의 유형을 10가지 범주로 나누어 보는 것이 분석의 틀이자 결과물이다. <백치 아다다>(계용묵), <상속>(은희경) 등 한국 소설 50여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변신>(카프카) 등 독일어 소설·희곡 40여편이 텍스트로 쓰였다.
작가 김훈의 1인칭 작가시점 단편 <화장>에서, ‘나’는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목욕시키며 이렇게 읊조린다. “죽음은 가까이 있었지만, 얼마나 가까워야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망 진단의 최종심급은 심전도기의 “날카롭고도 다급한 삐삐 소리”였다.
“근대의 절정기였던 19세기에 죽음이 사회적·매체적으로 배제됐다면, 다양한 기술적 매체가 작동하는 20세기에 죽음은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더욱 가시화”했다. 문학 작품은 그 자극과 충격에서 영상매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문학에서 죽음의 형상화는 천천히 구성되는 가운데 독특한 미학적 강도와 충격적 전율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고 지은이 최문규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