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소리

조회 수 595 추천 수 1 2021.07.11 1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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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종소리

                                                                                         은지 정순옥

 

 

 사랑의 종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은은하고 청아한 종소리다.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종을 치고 있기에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은 누군가가 치지 않으면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어느 누군가가 남을 위해서 헌신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치는 사랑의 종소리. 나는 내 영혼을 울리는 사랑의 종소리를 날마다 들으면서 살고 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치는 사랑의 종소리와 여운을 들으면 나는 감사와 행복이 넘친다. 이 시간은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려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내면의 사랑의 종소리를 내고 싶다. 긴 여운餘韻을 낼 수 있는 글이기를 소원하면서-.

종소리는 모두 다른 소리로 들린다.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에선 멀리 교회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경건함과 동시에 나를 슬프게 한다. 만종/저녁 종 그림에 얽힌 슬픈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두 농촌 부부가 수확한 감자 바구니를 두고 황혼의 들녘에 서서 감사 기도를 하는 모습이, 원래는 그 바구니 속에는 감자가 아니라 죽은 아들이 담겨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슬픈 이야기가 있어서다. 죽은 아들을 바구니 속에 두고서도 누군가 치는 종소리에 농부 부부가 슬픔을 너머 감사기도를 할 수 있는 그림. 영혼으로 사랑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명화가 되어 수많은 세월이 지나 지금의 나의 영혼까지도 울리고 있는 것이리라.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여라.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하면서 학교종이 울리는 신호에 따라 움직였다. 종소리는 약속과 신뢰로 이루어진다. 한 번 치면 쉬는 시간이고, 두 번 치면 공부 시작 종이고, 계속적으로 치면 비상신호여서 모두들 운동장으로 모였다. 종소리는 시계가 귀했던 시절엔 시계와 같은 역활을 했다. 주로 청동으로 만들어 지는 종소리는 사람의 손이 가해져야 제 소리를 낸다. 종을 치는 사람은 정확한 시간을 알리기 위해서 시계를 보면서 종 곁에 서 있다가 종을 친다. 매일 시각을 알리는 종을 치는 사람은 언제나 정성을 다하여 치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종치는 사람은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치는 탄일종 소리를 즐겨 들었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교회에서 들리는 종소리로 하루 시간을 대충 알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서인지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가 맑고 드높은 하늘에서 공명을 일으켜 긴 여운을 남겼다. 나는 종소리에서 사랑과 희망과 행복하게 살으리라는 꿈을 꾸었다. 언제나 종소리는 나의 영혼에 안정감을 주고 서정적인 정서를 준 셈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이 정화되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며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곤 했다.

  내가 처녀시절 이었을 때는 수덕사의 종소리며 성당의 종소리라는 노래나 글이 많았다. 감성이 풍부하던 시절에 읽었던 글 중에는 김일엽 스님이 쓰신 수필들이 상당히 마음을 사로 잡았다. 라디오에선 스님의 글에 관한 얘기나 대담을 나눌 때면 언제나 수덕사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리곤 했는데 나는 그 종소리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 현상이 참으로 좋았다.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면 지금도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들이 생각난다. 그 시절, 고국에선 연말이 되면 대통령을 비롯해 삼부요인이 서울의 보신각에서 치는 제야의 종소리 듣는 걸 즐겼다. 보낸 한 해를 감사하며 희망찬 새해를 알리는 긴 여운을 내는 종소리는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꿈을 주곤 했다.

  경주 관광 여행을 하면서 불국사를 비롯해 경주박물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커다란 에밀레종( 성덕대왕 신종/봉덕사의 종)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에밀레종의 슬픈 종소리의 사연은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지만, 인신공양에 대한 설화를 들을 때마다 늘 무섭고 슬프다. 성덕대왕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만드는 종이 거듭 실패를 하자, 어린아이를 희생물로 바쳤더니 그때서야 이 아이의 한이 종소리에 서려 어미를 부르는 듯한 에밀레~’라는 소리가 오래토록 여운으로 들린단다. 특유의 신비한 은은한 종소리를 내는 에밀레종이 완성되기까지는 거의 20여 년이나 걸렸다 한다. 심금을 울리는 애끓는 소리와 긴 여운으로 세계 문화유산인 에밀레 종소리는 현재까지도 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단다. 한국인의 기술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에밀레 종소리를 말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 전시된 200톤이나 되는 세게 최대의 종은 한 번도 쳐보지도 못하고 깨진 채로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역시 깨진 채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내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 페드로 항구 바닷가 언덕엔 미국독립 200주년을 맞이해 한국에서 선물한 우정의 종각이 있다. 나는 에밀레 종을 본떠 만들었다는 그 종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참으로 청아하고 은은한 소리를 내리라고 생각한다. 한민족의 은은한 문화와 정서를 멀리멀리 퍼져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사랑의 종소리를 내어 널리널리 세계로 퍼져 나가게 하려고 더욱더 정성을 다하고 싶은 소망과 꿈을 품고 살기에 자랑스럽다.

  어쩌다가 종을 수집하게 되었다. 미국 독립을 기념한 자유의 종부터 여행 다닐 때 가끔 모아온 기념품들이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치는 사랑의 종소리가 내 영혼을 울리고 있다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사랑의 종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잠긴다. 각양각색의 모양과 소리를 내는 사랑스러운 종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쓴 수필들이 떠오른다. 청아한 사랑의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내며 멀리멀리 퍼져 나가 누군가의 영혼을 울려 감사와 행복 속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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