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좋아

조회 수 273 추천 수 1 2022.05.09 15:23:27

jung.jpg

 

                                                       흙이 좋아

 

                                                                                              정순옥

 

 

이 좋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흙과 함께하면 행복을 느낀다. 보송보송한 흙을 손으로 만지거나 흙 위를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차멀미나 배멀미를 심하게 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때도 차에서 내려 땅의 기운을 받으면 신기하게도 멀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성경 말씀대로 흙으로 빚어 젖기 때문일 것이다. 흙은 모든 것을 마다하지 않고 포용(包容)해 주는 자연치료제이고 생명을 살리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흙이 좋아 흙처럼 살다가 한 줌의 흙이 되어 내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소망을 품고 살고 있다.

흙은 이 지구가 크게 하늘과 땅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구의 표면을 이루는 땅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늘은 공기요 땅은 부드러운 흙이 아니겠는가. 하늘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공기가 있어 불안정하다면 땅은 흙이 있어 굳건하게 설 수 있어 안정감이 든다. 흙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품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흙은 아무리 더러운 불순물도 보송보송한 새로운 흙으로 변화시켜 새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모든 것들을 품어 새롭게 사랑을 품어내는 흙. 나도 한 알맹이 흙처럼 지구를 살리는 아름다운 귀중한 한 사람이 되기를 꿈 꾸어 본다.

무엇이 주로 흙의 구성을 이루느냐에 따라서 종류도 다르다. 크기나 성분에 따라서 모래흙 황토 진흙 등 이름이 붙기도 한다. 흙은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생성된 자연성분이 많지만, 화학성분도 많다. 지구에서 중력을 느낄 수 없는 영혼이나 가스나 전기 등은 하늘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것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내 세포의 근원은 흙. 그러기에 나는 흙을 만지면 가슴이 포근해지고 안정감이 드나 보다. 나는 보잘것없는 한 미립자의 흙 알갱이에 불과 하지만 참으로 귀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한 알갱이의 흙이 없으면 이 대지도 굳건히 형성될 수 없을 터이니 말이다.

흙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다. 그런데도 이 땅 위에서 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수상가옥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가장 큰 소원이 있다면 흙을 밟으면서 땅 위에서 사는 날이 오기를 바람이 아닐까 싶다. 고국에서 먼 나라 이민생활을 하면서 외로울 때는 흙에서 자란 내 마음이 그리워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서성인다. 고향의 흙은 내가 살아온 삶의 향기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흙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 세상에 평화가 와서 온 우주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흙을 보듬고 춤추는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내가 태어난 고장 후벼진 곳에 붉은 색갈의 황토가 산비탈에 있었다. 토굴처럼 생겨 바람이 불고 추운 날에도 황토벽에 기대고 있으면 편안하고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점촌이라는 곳에서 옹기그릇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흙을 파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 전쟁 때 사람들이 반공호로 사용하면서 살기 위해 먹기도 했다는 흙이다. 지금도 어느 전쟁터에서 어린이들이 흙을 먹는 사진을 보았다. 굶주린 사람들이 황토로 쿠키를 만들어 먹는 모습도 보았다. 황토는 그만큼 사람과 친밀하다. 아무것도 안 먹는 것보다는 흙이라도 먹어 장운동을 시키면 세포의 활동이 멈추지 않기에 생명이 유지되나 보다. 흙은 생명을 살리는 꿈을 품고 있음이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흙 속에서 자란 식물은 모두 먹거리라 생각한다. 마을 머슴아들이 산에서 칡뿌리를 캐어 오면 즐거운 간식이 되었고, 여린 소나무 껍질을 벗겨 다듬어 주면 배고픔이 사라졌던 추억이 떠오른다. 양식이 부족할 때 초근목피(草根木皮)를 음식으로 먹으며 목숨을 연명해야 했던 슬픈 시절을 노래한 보릿고개라는 트롯트를 요즈음 젊은이들은 별 생각없이 부른다. 한 번쯤 땅이 주는 소산물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땅이라 부르기도 하는 흙에서 나는 모든 소산물은 생명을 유지 시키는 없어서는 안 될 육신의 양식이 되는 것 같다.

  성경에는 분명히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고 이 세상에서 잠시 살다가 본향으로 돌아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혼이야 하늘나라로 가지만 육체의 영원한 안식처는 흙이다. 어느 누구라도 사람이 죽으면 마지막으론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안다. 봉분을 만들어 땅에 묻든 화장을 하든 수장을 해도 결국은 흙에 섞여지게 됨이다. 흙은 이 세상 모든 물질을 한없이 포용한다. 나도 흙처럼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포용하면서 살다가 육신의 안식처인 흙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흙은 사람 발아래 있지 사람 위에 있지 않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살라는 뜻이 있지 않을까 싶다. 흙이 땅에 머물지 않고 가벼운 먼지가 되거나 바람에 불려 공중에 뜨게 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이렇듯 사람이 살아가는 공동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만 잘났다고 혼자서 높은 공중으로 떠다니는 사람은 남을 해칠 위험이 많다. 흙은 한 알갱이 소립자로 서로 어우러져 대지를 만들어 사람 발아래 자기 자리를 굳게 지켜야 이 세상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사람들의 발아래 존재하는 흙. 흙처럼 겸손한 자리에서 곁에 있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늘도 나는 흙이 좋아 흙과 함께 살고 있다. 영원한 내 육신의 안식처임을 자각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회귀의 본능이 내 세포에서 꿈틀거릴 땐 나는 흙이 더욱더 친밀감이 든다. 흙으로 빚어진 내 존재는 아주 작지만 참으로 귀한 창조주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흙이 좋아 흙처럼 살다가 흙이 되는 것이 내 인생의 꿈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2 빈손 file 정순옥 2022-09-28 338 2
91 시인이여, 아프지 마오! file 정순옥 2022-09-11 267 1
90 그리운 풍경들 file 정순옥 2022-09-04 221 1
89 숭늉을 끓이는 여자 file 정순옥 2022-08-25 285 1
88 아리랑 향기 file 정순옥 2022-08-15 186 1
87 인내 file 정순옥 2022-07-23 200 1
86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 정순옥 2022-06-20 424 2
» 흙이 좋아 file 정순옥 2022-05-09 273 1
84 쌀밥 file 정순옥 2022-02-28 407 1
83 풀피리 file 정순옥 2022-01-29 512 1
82 불어라 바람아 file 정순옥 2022-01-16 449 1
81 향기로운 꽃송이 file 정순옥 2021-12-19 427 1
80 비에 젖은 낙엽과 삼식이 file 정순옥 2021-12-19 411 1
79 외로워 말아요 정순옥 2021-09-13 560 2
78 김치의 날 file 정순옥 2021-09-13 479 1
77 엘에이 폭동날 밤하늘엔 file [1] 정순옥 2021-07-18 750 2
76 사랑의 종소리 file 정순옥 2021-07-11 595 1
75 생사의 갈림길 file 정순옥 2021-06-12 593 2
74 바람은 알까 file [1] 정순옥 2021-05-08 722 1
73 알미운 복슬이 정순옥 2021-05-08 421 1

회원:
19
새 글:
0
등록일:
2014.10.05

오늘 조회수:
4
어제 조회수:
2
전체 조회수:
492,063

오늘 방문수:
3
어제 방문수:
2
전체 방문수:
17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