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님께!! 

 `아버지, 오늘은 교회에서 어버이 주일로 지키는 날입니다. 어제 준비한 선물과 카네이션을 매만지며, 아버님의 사랑을 뒤돌아봅니다. 아버지를 생각해 보면 ‘가시고기’라는 물고기가 가슴으로 다가오며, 시인 하청호의 시 [아버지의 등]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등에서는/늘 땀 냄새가 났다//내가 아플 때도/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아버지는 울지 않고/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나는 이제야 알았다/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그 속울음이/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아버지의 등](하청호·아동 문학가)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한세월 폭풍 언덕의 삶을 사셨지요. 한국에서는 육이오와 보릿고개를 거처야 했고. 편하게 사실 때는 난데없이 홍수가 났습니다. 하루아침에 평생 일궈 놓은 재산 다 잃으셨지요. 또한, 미국에 오시자 몇 년 안 되어 4.29 LA 폭동이 일어나 집 팔아 세탁업 하려던 사업마저 엎어져 얼마나 애간장 녹으셨었겠어요. 그래서일까요! 아버지의 축 처진 어깨 넘어 굽은 등을 바라보면 아버지의 속 울음이 저의 심연 깊은 곳에서 부메랑 되는 애잔함이 가슴 속에서 속울음 되어 물컹물컹 솟구쳐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선 LA 이가 제2의 고향이십니다. 벌써 30여 년의 이민 1세로 세월의 돌풍이 아버지의 등 뒤로 여러 차례 할퀴어 지나갔네요.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백세 시대를 향하고 있는 인생 해 질 녘, 쓸쓸히 어머니의 빈자리가 이 아침에 회도라 아버님을 생각해 보면 심연의 사그랑주머니에서 추억의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 사랑이 아지랑이 물오르듯 저의 마음에 피어올라 그 애잔한 추억의 붓 들어 그 옛날 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생애를 마음에 수채화로 그려봅니다. 

  아버지, 가시고기는 대부분의 다른 어류들과는 달리 수컷이 알을 보살핀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수컷이 맑은 물이 고인 웅덩이에 수초로 둥지를 만들어 놓은 곳에 암컷이 들어오면 신혼살림을 차린 후 알을 낳고 암컷은 곧바로 죽어버립니다. 이때 수컷이 알을 보호하며 키운 뒤 새끼가 부화하면 바위 밑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새끼들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비의 사체를 첫 먹이로 삼는다지요.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부성애가 남다르셨다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동생을 낳으시고 거의 식물인간처럼 한동안 사셨을 때가 있으셨지요. 그때 아버지께서는 공무원이셨는데, 십여 년을 하루같이 아침밥을 해 놓으시고 직장에 가셨지요. 직장에 돌아오셨을 때도 하나부터 열까지 소상히 저희를 돌보아 주셨던 기억입니다. 10년 이상 아버지께서 가시고기처럼 어머니의 역할을 하시었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인생 서녘,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여 백세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금은 어머니께서 아프셨던 기억도 못 하시는 연세가 되어 안타까움이 일렁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이라도 부르시면 본향으로 가실 나이! 이십니다. 하지만 늘 저희 자녀에게는 귀감 됩니다. 수족을 잘 쓰지 못해도 열심히 재활하시고, 늘 시간 관리 잘하시고 타인에게 모범 되시는 생활에 그저 감사하답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께 한 가지 더 감사한 것이 있어서 노트북 열어 편지를 씁니다. 지금까지 아버께서는 저에게 “NO”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황사인 들녘, 검불 속의 어려운 이민 생활을 잘 이겨내며 살고 있다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제 아이들에게 YES보다는 NO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싶네요. 저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그리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이 제 말에 반기를 들면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막무가내 제 주장만 앞세웠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학교 가던 중 아들이 제 눈앞에서 사라졌지요. 혹시나 해서 상점에 들어가 보니. 두 아이가 불량식품을 사 먹으며 희희낙락하길래, 제지 시켰더니. “왜, 날 컨트럴 시키려고 해요.”라고 반박하며, 뒤집히려고 했지요. 저는 그때, 억장 무너지는 황당한 일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답니다. 

  아버지,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라면 어찌했을까. 조용히 두 눈 마음으로 잠시 감고 기도했던 기억입니다. 다행히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기도함으로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셨기에 저도 아버지의 모습을 본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제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해결했습니다. “아들아, 하나님께서 이 세상 사람들을 다 훑어봤는데, 너를 컨트럴 할만한 사람은 단, 한사람뿐이라. 아들, 너를 내게 주셨거든”... 그 말 후에. 제가 그날 아버지처럼 아들의 등을 토닥토닥해주며,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그 순간 아들의 흥분된 마음도 제 마음도 가라앉을 수 있었답니다. 

  아버지, 뒤돌아보니 아버지께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며 어릴 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라고 하셨지요. 또 그리 사셨습니다. 언제나 제게 자상하셨지요. 때로는 할아버지처럼 등을 토닥토닥이셨고, 때론 할머니처럼 먹을 것 챙기어주시었습니다. 언제나 제게 흔들림 없는 우듬지처럼 연두 잎새 위에 이슬처럼 진액 보약 되시었고, 한여름 사막의 뙤약볕에도 느티나무 그늘 되시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떤 이는 태산같이 생각하여 멀찍이 서성이고 있으나, 저에겐 언제나 어머니 품 같이 따사롭습니다. 봄 햇살 살랑이는 상큼하고 싱그런 바람 같은 존재였지요. 여우비처럼 봄을 깨워 파아란 희망 주시며, 어깨가 무너져 내리고, 허리가 휘어 내려! 누구 말대로 등골 뽑아 먹어도, 늘 널따란 들판 향해 마음껏 달리길 원하셨지요. 마치 세상에 태어나서 아버지란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 아버지께선 그리 사시기 위해 메마른 가지마다 햇살로 연초록 구워내셨습니다. 

  중년의 버거운 짐에도 인상 한 번 안 쓰셨지요. 제가 어린 시절의 기억, 다시 생각해 봐도 어머니께서 막내를 낳고 식물인간처럼 십여 년을 사시는 동안 어머님 대신하여 기꺼이 가시고기로 사셨던 아버지의 사랑. 세월의 바람 휘감고 열두 고비 넘으시면서도 촛불 밝혀 촛농이 되시고자 불 켜시는 생애이셨지요. 

  아버지, 그 사랑에 감사하며 이 아침 아버지의 ‘가시고기’ 같은 헌신의 사랑에 한 송이 붉은 카네이션 달라 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사막의 태양 앞에 그늘 되고자 하며, 폭풍의 언덕에도 든든한 버팀목 되고자 하오니. 한恨 시름 다 접고 이생을 사는 동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늘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아버님, 제가 죄송한 게 있습니다. 애교가 없어 아버지를 즐겁게 못 해서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아버지의 사랑과 기도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계셔 하루를 만끽하며 살고 있어 감사하는 삶입니다. 아버지의 기도로 지금까지 편하게 살고 있음을 잘 압니다. 아버지의 신앙은 저희 자녀들에게 신앙의 유산이고 저의 자랑이 됩니다. 아버지, 이 아침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어버이 주일입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오래오래 사세요.” 

                                                      



                                                                                                                5월 14일  2017년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 은파  올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48 뼛속까지 시린 역사 [1] 오애숙 2017-06-20 1139 1
» 수필 사랑하는 아버님께!! (어버이 주일) 오애숙 2017-06-20 643 1
1346 수필 -사랑하는 아버님께 세쨋딸이 편지합니다- 1 오애숙 2017-06-20 1287 1
1345 아버지 날에 부처 오애숙 2017-06-19 3578 1
1344 파도치는 젊음 오애숙 2017-06-18 1063 1
1343 은파의 메아리 28l 오애숙 2017-06-18 1081 1
1342 퍼포먼스 [1] 오애숙 2017-06-17 999 1
1341 유월의 장미 오애숙 2017-06-17 1244 1
1340 젊은 날의 가슴 오애숙 2017-06-17 1137 1
1339 시 2 오애숙 2017-06-16 1139 1
1338 시) 6월 빗줄기 속 내리는 서정 오애숙 2017-06-14 1459 1
1337 유월 길섶에서 [2] 오애숙 2017-06-14 1361 1
1336 감사하자(p) 6/15/17 오애숙 2017-06-14 1164 1
1335 삶의 길섶에서(p) 6/15/17 오애숙 2017-06-14 1206 1
1334 시)삶의 한가운데서 [2] 오애숙 2017-06-13 1801  
1333 은파의 메아리 27 오애숙 2017-06-08 2644 1
1332 은파의 메아리 26 (시)사진첨부 오애숙 2017-06-07 3775 1
1331 전심으로(은28) (첨부) 오애숙 2017-06-06 3360 1
1330 그님 동행에(사진 첨부) [1] 오애숙 2017-06-06 3317 1
1329 옛 그림자 부메랑 되는 유월(첨부) [1] 오애숙 2017-06-05 3302 1

회원:
30
새 글:
0
등록일:
2014.12.07

오늘 조회수:
2
어제 조회수:
29
전체 조회수:
3,118,958

오늘 방문수:
2
어제 방문수:
20
전체 방문수:
994,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