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애(春愛)

조회 수 1439 추천 수 2 2017.03.27 16:37:50

오애숙

2017.03.29 18:31:08
*.198.22.110

청명함 살랑 이는 삼월이다.

해맑은 에머란드빛 파아란 하늘 아래 풍요로움 가슴에 피어오른다.

 

그동안 예년과 달리 매지구름 철따라 우로 내던 우기 철 이었다. 흑진주빛 구름의 자취 감춘 삼월 끝자락 되었다. 들판이 연초록의 향연으로 향그런 꽃내음 휘날리는 연분홍빛 봉선화 연정으로 눈이 마음을 화~알짝 여는 봄이다.

 

살다보면 가끔 마음에 설렘으로 동요 될 때 있다.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상반기 이사회 준비가 있었다. 회장님께서 점심 식사 후 www.kwaus.org 에 올릴 사진을 몇 장 찍으시겠단다. 일행은 LA 근교 몇 군데를 들렸다.

 

첫 번째 도착한 행선지는 맥아더 공원이다. 하지만 미처 코인을 준비하지 못해 주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서성이고 있었다. 다행히 주차장에서 만난 한인의 도움으로 주차할 수 있다 싶었으나 그것도 잠시의 기쁨. 분명히 교민의 카드로 주차 크리딧으로 30분을 얻었다 싶었다. 하지만 적색불이 들어온 것이다. 주차의 불발로 차안에 남았다. 이곳에 오기 전 한국마켓에서 사온 한국 귤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다행히 주차 티켓 문제로 몇 장의 사진만 찍고 불과 몇 분 만에 오셨다.

 

두 번째 도착한 행선지는 연꽃 축제를 연 호숫가다. 하지만 때가 일러서인지 눈 씻고 찾으려고 봐도 볼 수 없었다. 정오가 지나서 인지 한낮의 열기에 털 슈트를 휘~익 날리고 싶었다. 다행히 살랑 이는 산들바람이 불어와 싱그러움이 날개 치는 그런 날이다. 그래서일까 겨우내 움츠려 들었던 맘 허공으로 날리려는 듯 산들바람이 가슴으로 불어왔다. 베레모를 썼기에 옆머리가 바람에 날리어 어느새 눈가로 흩날린다.

 

LA는 사막이다. 청명한 날씨의 정오는 계절을 막론하고 무더운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봄바람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니 역시 잘 왔다 싶다. 눈이 한가로이 새의 먹이를 주는 여인의 모습을 집어낸다. 불현 듯 내 아이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기기 위해 자주 씨리얼 사서 뿌려주었던 기억이 새롭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의 향그럼이 파문돌이처럼 일렁이더니 반사작용 된 것 마냥 흩어진 먹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뿌린다.

 

큰 아들이 어제는 고등학교 원서를 가지고와 싸인을 부탁한다. "어느 학교니?" 물으니 모두 먼 곳이다. "홈 스쿨지역으로 가지. 멀면 힘들지 않니?" 물으니. "괜찮아요."  대답한다. "그 학교는 지금 너 다니는 학교처럼 모두 공부 잘해 서로 경쟁하여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있겠니?"물으니. " 저 친구 많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한다. 아들이 벌써 엄마의 염려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곳은 막내를 낳은 지 20일 만에 큰아이와 함께 왔던 곳이다. 엊그제 두 돌 막 지난 큰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저 스스로 원서를 준비했다. 기특하지만 사춘기라 어디로 튈지 모를 나이라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5년만 잘 참아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잠시 생각에 잠기며 먹이를 뿌리는데 뒤돌아 가던 새들이 다시 몰려든다. 챈스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먹이를 실컷 먹었다면 그냥 갔을 텐데 다행이었다.

    

호수가 맑고 푸르름이 물결친다. 하늘빛이 에머란드빛이라 파란 하늘빛 호수다. 그 속에 새들과 노닐고 싶은 유년의 그리움이 맘속에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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