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할머니

조회 수 1954 추천 수 1 2015.05.10 1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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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꾼 할머니           
                                                                                                                                    

                                                                                                                                                                     정덕수
 

  빙하관광을 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알래스카 수도 앵커러지의 한 장소에서 만났다. 다들 두꺼운 옷을 옆에 끼고 위디어(Whittier)를 향해 출발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이곳에는 기차와 함께 사용하는 길을 통과해야 한다. 자금이 풍부한 알래스카 주 정부에서는 차량 터널을 하나 더 만들면 된다. 그러다 보니 기차와 같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보호를 위해 더는 터널은 안 만든다고 한다.
  1차선의 좁은 터널은 한쪽 방향 차들이 운행할 수 있으며 철로 위로 달리기에, 열차가 지날 때는 양방향 차량 모두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여행객 대부분은 유서 깊은 북미 최장 터널을 철로 위로 달리면서 자연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이해한다. 불편하기보다는 도리어 칭찬하며 기다림을 즐길 줄 안다. 위디어에는 아직도 전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의 숙소였던 아파트가 비어 있다. 그리고는 기념물인양 보존되어 있다.
  빙하관광 유람선은 관람용 4시간과 6시간짜리 소요의 두 개 회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와 함께 빙하관광지에 함께 가게 된 일원 중 백인 할머니가 있었다. 우리가 위디어에 도착했을 때 유람선 출발 시각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도착했다. 각자 흩어져 가까운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낚시꾼은 얼룩무늬 할아버지 외에는 7~8명은 더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한 마리도 못 잡고 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왜 저리지.” 속으로 궁금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무슨 영감이 옷만 멋있게 입었지, 고기는 왜 그리 못 잡아 .”라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지금이야. 바로 잡아당겨. 고기가 입질하고 있잖아.” 그러면서 “이런 엉터리.”라며 혀를 끌끌 차댔다. 할아버지는 지금 물때가 아니라며 대꾸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잔소리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화가 잔뜩 난 할아버지가 "그렇게 잘하면 당신이 잡아 보슈!"라며 낚싯대를 할머니에게 넘겨 주었다.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못 할까 봐.“
  건네받은 낚싯대는 크고 무거워 할머니에게는 버거웠다. 할아버지에게 낚싯줄을 던져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면서 힘자랑이라도 하듯 멀리 낚싯줄을 던져 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다름이 아니라 할머니가 2~3분도 안 되어 명태 한 마리를 잡는 게 아닌가.
  구경하던 관광객들 모두 우연으로 여겼다. 그래도 할머니는 방파제 위 여행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3~4분 간격으로 계속 잡아 올려 20여 분 만에 7마리를 잡았다. 물론 주변의 낚시꾼들은 한 마리도 못 잡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할머니의 낚싯대만 쳐다보고 있다.
  나는 “유람선에 승선할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만 하고 올라오세요!”라고 할머니에게 재촉했다.
  “걱정 마슈! 한 마리만 더 잡아 주고 갑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할머니가 릴 줄을 감다가 멈췄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잡혔어. 당겨!" 소리쳤다. 할머니가 "한 번에 두 마리야."라고 했다. 정말 한 마리가 더 걸려 있었다. 할머니가 릴을 당길 때 낚싯대는 휠대로 휘었고 잘 당겨지지도 않았다. 두 번째 걸린 놈은 아주 큰 고기인 것 같았다. 힘겹게 낚싯줄을 물 밖으로 끌어 올릴 때, 명태 한 마리에 뒤따라 또 한 마리 그리고 그 뒤에 하얀 물체가 물속에서 어른거렸다.
  물 위로 끄집어 올렸을 때 하얀 새가 큼직한 날개를 퍼덕거리며 버둥댔다. 할아버지가 "새까지 잡았어"하고 입을 떡 벌렸다. 주위 낚시꾼들의 시선은 그리로 달려갔고 방파제 위의 여행객들도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수 중이었던 새가 발목에 낚싯줄이 감긴 것이다. 낚싯줄을 풀어주니 새는 지친 듯 힘겨운 날갯짓에 물방울을 떨구며 물 위를 낮게 날아갔다.
  방파제 위로 올라선 할머니가 돌아서서 얼룩무늬 할아버지를 내려다보며 "내가 유람선 관광에서 돌아올 때까지 계신다면, 명태 몇 마리 주구려. 집에 가 매운탕 끓여 먹게."
  "염려 마시고 잘 구경하고 오시오."라고 할아버지가 팔대짓까지 하며 대답한다.
  할머니는 우리 일행을 돌아보며 "갓 잡은 명태는 부드럽고 단맛이 좋아!" 하며 방긋 웃는다.


이금자

2017.12.11 08:44:41
*.119.80.80

하하하 참 재미있는 할머니네요.  낙시 하는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보스톤에 사는 이금자입니다. 지난번에 시상식에서 뵐때는 모자를 쓰고 계신 모습만 생각했는데

여기 사진을 보니 잘 몰라보겠습니다.  하와이는 잘 도착 하셨는지요?  아름다운 하와이 사시는 것 부럽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나머지 수필 다 읽고 나가겠습니다.

이금자

2020.07.18 14:37:25
*.147.165.102

하하하 유쾌하고 재밋는 할머니네요.  고기들이 놀래서 할머니에게 낚였나봅니다.

얼음으로 뒤덮힌 알라스카 그곳에 가보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코로나19ㄸㅐ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참으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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