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실 사.jpg                                                            2019년 기해(己亥)년을 기약하자!


                                              
  프랑스의 농민출신이며 자연주의 화가 밀레(Jean-François Millet)가 그린 만종(晩鐘)이 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도 초기 때 밀레의 그림을 좋아해 흉내 내기도 했다.
  그림의 내용은 만종은 다들 익숙해 있다. 어둠이 어둑어둑 땅거미가 조용히 땅을 덮고, 멀리 교회에서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 온다. 넓은 들에서 일하던 두 젊은 부부가 일손을 멈추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나도 어릴 때 이 그림 사진을 보면 막연히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따뜻해졌다. 그리고는 밀레가 누군지도 모르고 크레온으로 만종을 그렸던 기억이 있다.


  1982년 독일 유학 중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 부부가 찾아왔다. 한 달간 유럽 여행을 제안받았다. 나는 에센(Essen) 케트비히에 있는 대학선배와 함께 암스테르담에서부터 영국 런던까지 16개국을 여행했다. 그때 파리 루브르미술관에서 밀레의 그림을 보면서 어릴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그 그림에서 따뜻함과 행복함과 평화로움도 고스란히 다시 묻어나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름다움과 평화스러움 그리고 따스함의 그림 이면에는 매일매일 수고하고 힘든 노력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 해의 풍성한 결실이 있기에 그렇다.


  우리 문인들의 한 해 농사는 어떤가. 씨앗을 뿌린 만큼 행복한 열매를 거두는 농심이 될까? 문학작품은 꼭 그렇지 않다.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고통인가. 우리 문인들은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뼈를 깎는 고통’ 혹은 ‘피를 말리는 작업’으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탄생시킨 작품을 옥고(玉稿)라고 부른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날을 허비하며 만든 작품인데도, 자족할 만한 작품은 안 되고 태작(駄作)으로 남기는 일이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콩 심으면 콩이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심는 대로 결실을 거둔다.”는 말은, 우리 문학작품과는 거리가 있다.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아니하고 오늘도 명작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


  밀레의 만종처럼, 2018년 <한미문단>도 출판기념회와 문학상으로 한해의 결실을 맺는다. 
 

 2019년 기해(己亥)년을 기약하자~.



                                                                            2018년 가을  ,      강 정 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