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로 영적 감동…‘마크 로스코’ 한국 나들이
단순 구도에 내포한 인생·자연... 슬픔과 기쁨, 위로, 정화 느끼게
워싱턴국립미술관서 50점 대여
입력일자: 2015-03-16 (월) 미주한국일보
■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전 - 예술의전당 23일 개막
색채로 영혼을 고양시키는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작품전이 23일부터 6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이 소장한 로스코 작품 50점을 대여한 전시로 로스코의 작품이 이렇게 대규모로 한국 나들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전의 제목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로 다소 유치한 제목인데, 아마 마크 로스코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해 주목을 끌어보려 한 것 같다.
마크 로스코는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영적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이곳 모카(MOCA) 현대미술관 그랜드 애비뉴에도 그의 작품 몇개가 상설전시 되고 있는데 가서 볼 때마다 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슬픔과 기쁨과 위로와 정화를 느끼게 된다.
로스코는 색면주의 또는 추상주의 화가로 알려져있지만 작가 자신은 그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했다. “나는 추상주의에 속하는 화가가 아니다. 나는 색채나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비극, 아이러니, 관능성,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던 로스코는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도상으로 복잡하지 않은 수평의 화면 분할에 몇가지 색채로 면을 구성해 일견 단순해 보이는 그의 작품은 간결함 속에 많은 것을 내포한 듯 가깝게는 인생, 자연 그리고 이들을 넘어선 차원의 존재를 암시한다. 절제된 구도 속에서 사색적이고 종교적이며 고요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전시 공동 주관사인 코바나컨텐츠 측은 “로스코는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과 교감해 그로 인한 공명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며 “이러한 점에서 작가는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뿐 아니라 그 기능에 남다른 시각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10대에 미국에 이민 온 로스코는 추상미술,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색면회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다가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초기에는 구상의 형태도 표현했지만 로스코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간소화된 느낌으로 이어졌다. 이번 한국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신화의 시대, 색감의 시대, 황금기, 벽화의 시대, 부활의 시대 등으로 나눈다.
초기 대표작으로 구상의 형태가 보이는 ‘지하철 판타지’, 신화를 소재로 한 ‘안티고네’, 수평 구도로 화면을 분할하고 특유의 색채를 나타낸 무제(untitled) 작품들, 시그램 벽화 스케치 그리고 붉은빛으로 물든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까지 전시된다.
또 로스코의 작품만으로 벽면을 채운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로스코 채플’을 일부 재현해 어두운 색감의 회화 7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은 예배당은 종교를 초월한 신비스러운 곳으로, 십자가와 목사가 없으며 헌금도 내지 않는다. 단지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로 가득 차있으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림으로부터 종교적인 감동, 특별한 치유 등을 체험한다고 전해진다.
로스코에 대한 책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라는 철학자 강신주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중요한 대작들이 이번에 모두 한국에 온다”며 “그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생기는 만큼 로스코를 ‘소통표현주의자’로 부르고 싶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문 예일Yale에 입학했지만 미술을 위해 자퇴할 정도로 주체적인 사람이었다니
작품의 메시지들이 더욱 자주적으로 다가옵니다.
예술가의 생 또한 예술세계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자살로 삶을 끝냈지만 멋진 작품들을 세상에 안겨주고 갔군요.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