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조회 수 245 추천 수 1 2023.05.28 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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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정순옥

 

  탐스럽다. 수국의 탐스러운 꽃송이를 보면 내 마음정원에도 풍성한 꽃이 피어남을 느낀다. 귀엽고 예쁜 작은 꽃송이들이 오밀조밀 뭉쳐 보름달처럼 둥글고 탐스런 한송이의 꽃을 피워내는 수국 꽃은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생각케 한다. 이 세상은 서로서로 어우러져 살아가야지 나 혼자만은 외로워서 살아갈 수 없다. 한사람이 독야청청 살아가는 모습도 좋겠지만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삶은 더욱더 풍성하게 보인다. 나는 탐스런 수국 꽃 같은 공동체의 한 꽃봉오리로 활짝 피어나는 한송이 작은 사랑스런 꽃이었으면 좋겠다.

 방문을 여니 박스가 있다. 큰딸이 주문해서 배달된 예쁜 보라색 화분과 보라색 수국 꽃이다. 밖에서 본적은 있지만 방안에서 즐길 수 있기에 좋을 만한 아담한 크기의 흔하지 않은 보라색 수국을 보니 반갑다. 기쁜 마음과 함께 웬일인지 나의 눈 앞엔 하얀색 탐스런 수국이 아른거린다. 어린시절 어느 날 학교 길 신작로 옆집 싸리울타리 곁에서 수줍게 피어난 하얀색 탐스런 꽃이 내 눈에 띄었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며 걸음을 멈추게 한 꽃은 아름다운 수국 꽃이었다. 한 그루의 소담스런 수국 꽃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맴돌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자동차가 다니는 신작로 길에 먼지가 풀풀 날려 수국의 초록색 이파리에도 하얀 먼지가 켜켜이 쌓여 공존했었다.

 지금은 영원세계에 계신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가르치셨다. 꽃은 피어난 그대로 보아야지 꺾으면 안 된다고.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수국 꽃 한송이를 들고 어머니 앞에 나타나니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셨다. “~~고 예쁜 꽃이 시들어 간다. 빨리 물에 담그자-” 하시면서 수국 꽃처럼 환한 함박웃음을 띄우시며 코 가까이 대고 향내를 맡으시던 모습이 추억속에서 아른거린다. 내가 잘못해서 꽃 무더기 속에서 부러졌었는지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마음에 꽃을 꺾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어머니의 환하고 행복한 미소는 잊혀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떻게 해서 꽃을 가져올 수 있었는지 묻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흠향 하시던 수국의 향기는 사랑의 향기 되어 지금도 내 가슴에서 퍼지고 있다.

 나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을 때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이파리에 묻혀 소담스럽게 피어난 수국 꽃을 생각한다. 가끔씩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괜스레 잘난 척하는 사람은, 탐스런 수국 꽃송이를 이루는 작은 꽃송이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꽃송이 같아 눈에 거슬린다. 고개를 숙인 듯 함초롬히 피는 탐스런 수국 꽃은 꽃송이마다 비슷비슷하게 피어야 아름다운데 말이다. 인생살이는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시작하여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 수많은 사회생활과 세계인류라는 공동체 생활을 서로 화합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환경을 공유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겸손의 미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사람들의 눈에 돋보이게 하려고 이상스럽게 커다란 한송이의 수국 꽃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나 생각하니 내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수국은 초여름에서 여름 중순까지 커다랗고 싱싱한 꽃을 피우는 탐스런 꽃이다.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빛깔이 달라진다는 수국은 매력적인 꽃이다. 어린시절 내가 살던 고장엔 하얀색 수국 뿐이었는데, 근래에는 빨강색 분홍색 보라색 등 여러 색깔의 아름다운 다양한 수국들이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수국은 물을 많이 흡수하며 토양과 햇빛에 따라 꽃송이가 다르게 피는 조금은 까다로운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여러 해 키우질 못하고 방치하기가 일쑤다. 나는 우연히 다 말라서 죽은 듯한 수국 꽃 화분을 이웃에게서 가져와 물을 계속 주었더니 사랑스러운 진분홍색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날마다 나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도 작은 꽃들이 송이송이 싱싱하게 피어나 함박꽃 같은 소담스런 꽃봉오리 피워내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한송이 한송이가 모여 아름답고 풍성한 커다란 꽃봉오리를 만들어 내는 수국 꽃은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 모습 같다. 서로서로 맞대고 의지하며 혼자서 튀어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공동체생활에선 자신이 먼저 건강하여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작은 꽃송이 한 개만 상처가 나도 꽃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처럼 한사람만 상처를 받아도 공동체는 흠이 생긴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한 일원으로서 귀중함은 너나 나나 먼저 건강하고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손바닥만큼이나 커다란 초록색 이파리들 사이에서 고개를 약간 떨군 듯 피어 있는 수국 꽃처럼 겸허한 자세로.

 

 작고 연약한 여러 송이의 꽃들이 서로서로 화합하여 보름달같이 둥글고 커다란 한 꽃봉오리를 이루는 수국이 오늘따라 더욱더 아름답게 보인다. 여리고 작은 한 송이의 수국 꽃 같은 나지만 귀중한 자리를 조화롭게 지키리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벙긋벙긋 피어나는 아름답고 풍성한 수국 꽃봉오리 같은 공동체를 이루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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