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축복

조회 수 128 추천 수 0 2021.05.15 07:09:41

< 죽음이라는 축복 >

 

떠나야 할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온갖 튜브로 못가게 붙잡는 것

그건 의술과 윤리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아는 부끄러움, 

아무래도 우리네 이기심에서 발로된…

 

누가 인간의 존엄을 말하는가

누가 인류의 복지를 정의하는가

고통을, 혼란을, 아픔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가련한 그 당사자 말고?

 

노인은 죄가 많은지

긴 여정 쌓아 온 이런저런 업보들

꼼꼼히 값을 치뤄야 하는 것인지…

갈수록 더 오래토록 댓가를 치뤄야 하는 

21세기 회색지대가 난 싫다

 

우리 시설에 드는

치매 환자들 보노라면

그들은 왜 더 살아야 하나, 누구를 위해 사는가,

내 의문은 갈수록 오리무중…

섣부르게 종교 얘길 마시라, 그건 어설픈 대답,

스스로 당해보기 전에나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파킨슨 병으로 오래 투병하는 노인이 계셨소

건장하고 고상하고 남부럽지 않았던 사람

허나, 긴 병에 효자 없고 대책도 없고…

대소변도 취식도 그 어는 것 하나도

남의 손에 맡겨져야만 하는 처량한 노인

 

오줌 저리고 변을 바르고, 벽을 병풍 삼아

그에게 오래 사는 것이 복인지…

손과 발이, 온 몸이 있는대로 경직돼서

하루 스물네시간 고통스러워하던 그 노인, 

죽어서야 마침내 마음 놓고 몸을 폅디다…

세상에, 그렇게 부드럽고, 그렇게 편안한 것을!…

 

박은경

2021.05.15 11:57:56
*.90.141.135

마자요 가족들은 아쉬워할 지 몰라도

본인으로 보면 가는게 복일수 있지요

저희도 어머니가 7년 아버지는 더 오래 병상에 계시다

이젠 두 분 다 가시고나나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이제 조만간 우리도 그렇게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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