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분화구 바닥 시추
6개 구멍 뚫어 퇴적층 채취
정확한 화산분출시기 등 측정
제주 한라산 화산분출시기와 과거 기후환경을 밝히기 위해 사상 처음 백록담 분화구 바닥을 뚫는 시추(試錐) 작업이 실시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함께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의 일환으로 6일부터 9일까지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내에서 시추작업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시추작업은 백록담 분화구 바닥에 지름 8㎝, 깊이 20m 이내의 구멍 6개를 뚫어 퇴적층을 파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6일 제주 한라산 화산분출시기와 과거 기후환경을 밝히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백록담 분화구 바닥을 뚫는 시추 작업이 실시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6일 제주 한라산 화산분출시기와 과거 기후환경을 밝히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백록담 분화구 바닥을 뚫는 시추 작업이 실시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학술조사팀은 퇴적층에 쌓여 있는 토양과 암석, 꽃가루 등의 시료를 채취하고, 이를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토양과 암석의 연대를 측정해 정확한 한라산의 화산분출 시기를 추정하고, 꽃가루 등으로는 옛날 기후와 식생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료 분석은 다음달까지 이뤄지고, 11월말에 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백록담은 남북 약 400m, 동서 600m, 둘레 1,720m, 표고 1841.7m, 깊이 108m의 타원형 분화구이다. 흰사슴이 이곳에 떼를 지어서 놀면서 물을 마셨다는 데서 백록담(白鹿潭)이라 부른다. 백록담은 1960년대까지 철쭉제를 개최하는 등 개방된 곳이었다. 하지만 1966년 한라산이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되고, 1970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출입이 통제되는 등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1990년대 일본과 국내 학자들이 연대조사를 벌여 한라산의 나이를 2만5,000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백록담의 마지막 화산 분출에 대해서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학술조사팀은 백록담 외에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는 있는 다른 산정화구호인 물장오리, 사라오름, 소백록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산정화구호 시추조사를 통해 연대별, 고도별 지질 및 동ㆍ식물 분포, 기후변화에 따른 수직 이동 기록, 과거 황사 기록 등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항공기에서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LiDAR) 촬영’ 방식으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실제 지형과 같은 3차원적 지형 모형을 구축해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기준을 설정할 예정이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내 동ㆍ식물의 분포 현황 조사도 계절별, 고도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올해는 해발 1,700m 이상 한라산 정상부의 식물의 목록과 분포지역을 조사하는 한편 멸종위기식물 분포 특성 및 위협 요인을 분석한다.
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이번 학술조사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이 자연적ㆍ인위적으로 지속적으로 침식ㆍ변형되고 있어, 원형 보존을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