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불륜이 낳은 그림

조회 수 7712 추천 수 1 2015.04.17 08:15:53

피렌체에 가면 보티첼리만큼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는 화가를 만날 수 있다. 보티첼리의 스승 프라 필리포 리피다. 그래서인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 속 시모네타만큼 어여쁜 여자들이 그의 그림에 넘쳐난다.

어쩌면 그녀들은 보티첼리보다 덜 이상화되어 있는 동시에 훨씬 더 관능적인 여자들임에 틀림없다.

프라(fra)는 이탈리아어로 '승려'라는 뜻이다. 고아가 된 리피는 15세 무렵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카르멜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카르미네 수도원에 입단해 평생 수도사 겸 화가로 살게 된다. 미술사상 그 누구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많은 일화와 추문을 남겼다. 술과 여색을 탐했으며, 술고래에 사기꾼으로 알려진 그는 방탕하고 분방한 일생을 보냈지만, 예술에서만큼은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빛의 교차를 통한 미묘한 명암과 윤곽선, 맑고 섬세하고 풍부한 색채, 설득력 있는 공간 구성과 우아한 인물상들은 리피 그림의 세속적이고 관능적인 쾌락을 신성함의 경지로까지 격상시킨다.

 

khan_20150417215513703.jpeg

 


예수와 두 천사와 함께 있는 마돈나, 1465. 목판에 템페라, 우피치미술관리피는 1456년 프라토의 산타 마르게리타 수녀원의 제단화를 그리던 중 그곳의 아우구스티누스회 수녀원에서 루크레치아 부티를 납치했다. 아마도 그녀는 성모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나이 50세에 23세의 아름다운 수련 수녀를 유혹했던 것! 두 사람은 루크레치아의 자매와 몇몇 다른 수녀들의 도움으로 함께 살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코시모 메디치의 도움이 컸는데, 메디치가 그의 재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들은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후에 유명한 화가가 된 필리피노 리피이고 딸은 알레산드라다. 특히 아들 필리피노 리피는 아버지의 이름을 받아 '작은 필리포'가 되었고, 아버지가 못다한 작품을 마무리했으며, 아버지만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리피는 루크레치아를 추측하게 하는 이 그림 속 마돈나의 얼굴을 붓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못 올 사랑처럼 아련하고 고혹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45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87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58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96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27 5
1384 돈의 시학 [2] 오애숙 2017-12-10 2078  
1383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 사건 홍용희 2017-10-02 2049 3
1382 가을밤 낙숫물 소리에 [2] 오애숙 2018-10-10 2034 2
1381 [연시조] 나무의 변신 [1] 박은경 2021-05-23 2027 1
1380 고기폭탄 쌀국수, 맛있다고 계속 먹다간? 오애숙 2017-12-14 2021  
1379 미주 수필가 이정아씨의 글을 보고서 [3] 송덕진 2018-05-06 1998 2
1378 대한 추위와 풍습 오애숙 2018-01-19 1989  
1377 신춘문예 이렇게 쓰세요 file 홍용희 2017-11-24 1982  
1376 추석연휴 시작 홍용희 2017-09-29 1971 1
1375 시네롤리엄 오애숙 2018-11-07 1945  
1374 명작의 공간/ 김동인 홍용희 2017-11-16 1938  
1373 어린이 날은 원래 5월 1일 이었다 [1] 오애숙 2018-05-06 1934  
1372 당신의 직업은 안전하십니까 file 홍용희 2017-09-13 1931 1
1371 연말연시에 박은경 2021-12-28 1927  
1370 문성록 부회장 방문(Cresco, PA) file [5] 웹담당관리자 2018-09-18 1927 3
1369 새해인사 [1] 오애숙 2018-12-31 1921 1
1368 문인은 마음을 비워야/ 김영중 수필가 [1] 이정아 2017-08-28 1919 1
1367 정원에 빠진 사람들 / 고두현 file 홍용희 2017-09-22 1918 1
1366 즐거운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Thanksgiving Day) 맞이 하세요. [1] 오애숙 2018-11-19 1917  
1365 주민등록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홍용희 2017-09-27 191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