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만나 건 정말 우연이었지
아파트 앞마당에다 열심히 가꾸는
내 어머니뻘 어르신 위해 시든 호박
무심코 땅을 파고 묻고 지나쳤는데
어느날 어르신들 웅성걸리시길레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다가섰지
그 모습에 동공에 불이 반짝이며
어머나 거름이 되라고 땅에 묻은 게
잎이 나고 덩쿨을 만들고 노란 꽃이
활짝 피어 웃음꽃을 만들고 있기에
참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줘
한동안 널 가꾸는데 열망했던 기억
그때 느낀 것은 호박꽃도 꽃인 걸
새삼 느끼며 왜 너를 향기가 없을까
참으로 궁금했던 기억 휘날려 왔고
꽃진 자리에 호박이 달려서 기뻣지
허나 심술 많은 그 누군가 밤사이에
안녕이라고 여물진 호박 다 따갔지
그후에는 먼 발치서만 바라볼 뿐
다가서지 않던 기억인데 오늘따라
그곳에 발길이 가 보았더니 파란숲
가까이가니 아하 그렇구나 그렇지
화단 관리자에 의해 모두 뽑혀진 것
토란 다시 주어 심은 게 이리 컸네
내 무릎보다 크게 커버린 잎사귀
다시 눈이 가고 있어 부디 이대로
잘 자라 주오 간절히 바라는 마음
이런 게 어미의 마음이리 내 아들도
변함무상하게 잘 자라 주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할까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