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은파

조회 수 17 추천 수 0 2021.09.07 22:47:04

내가 널 만나 건 정말 우연이었지

아파트 앞마당에다 열심히 가꾸는

내 어머니뻘 어르신 위해 시든 호박

무심코 땅을 파고 묻고 지나쳤는데

어느날 어르신들 웅성걸리시길레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다가섰지

 

그 모습에 동공에 불이 반짝이며

어머나 거름이 되라고 땅에 묻은 게

잎이 나고 덩쿨을 만들고 노란 꽃이

활짝 피어 웃음꽃을 만들고 있기에

참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줘

한동안 널 가꾸는데 열망했던 기억

 

그때 느낀 것은 호박꽃도 꽃인 걸

새삼 느끼며 왜 너를 향기가 없을까

참으로 궁금했던 기억 휘날려 왔고

꽃진 자리에 호박이 달려서 기뻣지

허나 심술 많은 그 누군가 밤사이에

안녕이라고 여물진 호박 다 따갔지

 

그후에는 먼 발치서만 바라볼 뿐

다가서지 않던 기억인데 오늘따라

그곳에 발길이 가 보았더니 파란숲

가까이가니 아하 그렇구나 그렇지

화단 관리자에 의해 모두 뽑혀진 것

토란 다시 주어 심은 게 이리 컸네

 

내 무릎보다 크게 커버린 잎사귀

다시 눈이 가고 있어 부디 이대로

잘 자라 주오 간절히 바라는 마음

이런 게 어미의 마음이리 내 아들도

변함무상하게 잘 자라 주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할까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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