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김 붕 래
신이 아직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전갈을 가지고 모든 어린이는 태어납니다.
존 그룬, 세계 어린이회장의 연설 중의 한 구절입니다. 우리에게 구원이 있다면 ‘바로 지금 행복을 느끼는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서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대인이란 어린아이 시절의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이라고 맹자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은 아침 눈 뜨기 전에 먼저 입을 벌려 미소를 짓습니다. 미소를 짓고 나서 눈을 뜹니다. 어른들이 피로를 누르고 간신히 눈을 뜨면서 머리조차 움직일 수 없어할 때 말입니다. 우리들도 어린 시절에는 미소 지으며 눈을 뜨고 잠잘 시간이 되어도 잠들고 싶지 않아 오래도록 깨어 있었듯이 어린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존재로서 인생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적자지심>에 대해 참으로 많은 설명이 필요하겠으나 나무에게 물과 햇빛 말고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듯, 모든 어린이에게는 어머니의 사랑 하나면 이 세상은 천국이란 일깨움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들 모두에게는 어머니가 있었거나 있으니, 이 세상은 천국임이 분명합니다.
언젠가 제 손자 녀석이 착한 어린이는 왜 일찍 자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할 말이 없어 녀석의 궁둥이만 툭툭 대견하게ㅡ쳐주었습니다. 어린이에게는 바로 지금이, 잠자리에 들기도 아까울 만큼 행복한 순간입니다. 성경 한 구절에도, 마음을 고쳐 어린이처럼 되지 않고서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집 안에 아이들이 없는 것은 세상에 태양이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은 영국 속담입니다.
워드워즈가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지만, 나는 엄마 손 꼭 쥐고 앙증맞게 걷는 어린 것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환해집니다. 그 녀석과 눈을 맞추고 싶어서 걸음을 멈춥니다. 저렇게도 엄마 하나면 세상 모두가 제 것인 것을! 그 아가 옆의 엄마에게 그녀가 바로 아기 예수를 낳아 주신 성모 마리아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지금 어디메쯤 /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 묵은 의지를 비워드리겠습니다.(조병화 <의자7>)
우리들에게 내일의 희망이 있다면 그 내일의 주인공이 바로 어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적자지심(赤子之心)을 잃지 않을 때 행복은 우리 가슴에 머물 거란 진실을 우리는 어린이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