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문화부의 문학 우수도서 선정기준

조회 수 7260 추천 수 3 2015.01.27 16:44:11
1960년대 이후 한국 문단은 순수와 참여 논쟁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을 구별하는 것은 덧없는 일이 됐다. 문학이 이념의 금기나 억압에서 풀려나 오직 문학적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래전에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던 순수·참여 논쟁이 되살아나는 듯한 상황이 요즘 벌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학작품을 정치 이념으로 판단해 ‘순수문학’만을 우수도서로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하고 있어서다. 어제 보도된 문화부의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심사 기준’을 보면 문학분야 우수도서 선정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 항목이 들어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이나 ‘국가경쟁력 강화 기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기준이면서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학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표현은 정부가 문학까지 규제하는 전체주의 국가와 후진국에서나 통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사회비판적인 문학작품은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화부가 문학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약해서라도 ‘정부 입맛에 맞는’ 작품을 자의적으로 선정하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문화부는 최근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2013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가 취소해 논란을 빚었다. 또 그간 우수도서 선정과정에서 심사·선정위원들의 공신력에 대한 잡음도 잇달았다. 그런 판에 이처럼 황당하고 한심하고 수준 낮은 잣대까지 들이댈 요량이라면 우수도서 선정 사업을 아예 그만두는 게 낫다고 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지역 도서관이 직접 좋은 책을 선정해 구입하도록 하는 등 도서 인프라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명제는 차치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라면 문학은 당연히 이념이나 사상을 다루는 데도 아무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정순옥

2015.01.28 18:28:06
*.56.31.154

시사성이 있는 내용입니다.

진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명제가 생각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42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70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41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81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25 5
1803 이제 됐냐? [1] 유진왕 2021-05-26 126  
1802 기차놀이와 꼬리 끊기 [1] 박은경 2021-07-07 111  
1801 아침 기도 [1] 유진왕 2021-05-26 80  
1800 삶이 너무 아깝다 [5] 유진왕 2021-05-26 147  
1799 오월의 장마 [1] 박은경 2021-05-27 104  
1798 보라색 꽃둥치 file [2] 유진왕 2021-05-27 138  
1797 벌레와의 전쟁 박은경 2021-05-28 107  
1796 토끼굴 [1] 유진왕 2021-05-28 134  
1795 아보카도와 사랑초 박은경 2021-05-28 152  
1794 풋고추 양념장 [1] 유진왕 2021-05-28 131  
1793 아마도 추억을 먹는 게지 [1] 유진왕 2021-05-29 142  
1792 미얀마 file [1] 유진왕 2021-05-29 89  
1791 [연시조] 빙수 [2] 박은경 2021-06-07 123  
1790 호박꽃 file [2] 박은경 2021-05-29 170  
1789 [단시조] 개구리 [2] 박은경 2021-05-29 137  
1788 먼저 와 있네... [1] 유진왕 2021-05-30 148  
1787 금단의 열매 [1] 유진왕 2021-05-30 143  
1786 코로나 바이러스 [1] 유진왕 2021-05-30 139  
1785 구름 속에 놓고 나면... [1] 유진왕 2021-05-30 96  
1784 버마 친구들 [1] 유진왕 2021-05-30 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