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밥 >
시절이 가난하다고
마음마저 궁하지는 않았소
외려 이웃을, 주변을 더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배고픔을 더 측은히 여겼지
나도 잘 아니까, 배고픈 게 뭔지…
마주치는 이에게
진지 드셨습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물론 때꺼리가 달랑거리고, 아니
쌀독 긁히는 소리가 날망정
그래야 마음이 편했지
못 말리는 사람들
식량이 모자라
죽문화가 발달했다더니만
그건 죽도 아니었다네, 그냥 물 붓고
있는 것 뭐든지 밥 조금하고 함께 푹푹 끓이는
그러다 한 식구 더 오면, 새 손님이 들면
거기 물 한 바가지 더 붓고 끓이는
우리네 아낙들은 다 유명 쉐프였으니까
단풍 들고 서리 내릴 무렵
벌겋게 익은 뒤뜰의 감 수확할 때면
아버지들은 으레 가지 끝 몇 알을 남기셨소, 그건
세상없어도 지켜야 하는 천칙(天則)
배고픈 까치, 저들도 생명, 이웃이니까
우리가 그런 걸 보면서 자랐구먼
그 까치들, 까마귀들 오늘 아침
여기 미국까지 배웅을 왔네
몹시도 반갑다
행복하게 잘들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