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의자

조회 수 310 추천 수 2 2024.04.28 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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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랑 의자

 

                                                                                                     정순옥

 

 아리랑 의자가 탄생했다. 2024320, 햇살 좋은 날 아리랑 의자는 우리집 앞마당 나무 그루터기에서 태어났다. 집을 해치던 커다란 나무를 자르니, 그곳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3개의 나무의자가 탄생하였다. 나는 아리랑 의자라 이름 지어주고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아리랑 의자는 내가 이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순간까지 몸을 맞대고 사랑하고 싶은 나의 벗이 되었다.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우리집 앞마당에는 집을 지을 때, 이름 모르는 커다란 나무도 함께 심어졌다. 주택공사와 관리사무소의 합작이라 했다. 이 나무는 이십 여년 동안 나와 함께 살면서 몸통이 커지고 키가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나무가 커지니 이파리들이 무성해지고 나무뿌리들이 굵어지면서 가깝게 위치한 집의 장애물이 되었다. 나뭇가지를 다듬어 주고 땅 밖으로 솟아올라 집으로 뻗쳐오는 뿌리를 잘라도, 시간이 갈수록 나무는 자라났다.

 커다란 나무가 창가에 있으니 그늘이 햇빛을 가려 집이 환하지 않았다. 나는 10년이 넘은 나무는 시청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이곳 법대로 $126를 주고 허락서를 신청했더니, 45일 안에 나무를 잘라도 된다는 허락서가 전달되었다. 커다란 나무를 자르려면 전문으로 자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전문가를 알아보고 있는 사이에 옆집에서 살다가 이사를 한 박인승 장로님 부부가 우리집을 방문했다. 집 앞 나무를 잘라야 한다는 사정을 알게 된 장로님 부부는 책임지고 잘라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생각지도 않은 도움을 받게 되니 좋기도 하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나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 허락해 준 법정 기일이 며칠 남아 있지 않아지자 애가 타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급기야 전기톱을 사서 나뭇가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여자가 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톱이 무겁고 소리가 무서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시도하니 나무가 어찌나 단단한지 톱날이 두 번이나 부러져 버렸다. 마침내, 항상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박 장로님이 유럽여행 가기 전날이라며 전화를 주셨다.

장로님은 내가 나무를 자르는 중이라 했더니 당장 오셨다. 생각보다도 나무가 단단해서 둘이서 고전하고 있는데, 해질 무렵이라서 집에 들어온 이웃집 박 집사님이 달려왔다. 다행이 커다란 톱이 있어 무사히 나무를 자를 수 있었고, 따라서 그루터기와 나무토막을 이용해 아리랑 의자를 만들 수가 있었다. 인정 많은 한국인의 모습이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아리랑 의자’ 3개가 나란히 있다. 나는 ‘3’이 좋아 오리지날 그루터기 의자 양쪽으로 잘린 나무를 묻어 사이좋은 형제처럼 만들었다. 그 앞으로는 남편이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조그만 길과 레몬 트리를 심었다. 그리고는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잔 나뭇가지들을 이용해 길가를 장식했더니 아름다운 조경이 되었다. 지나가던 이웃들마다 활짝 웃으며 좋다고 한마디씩 하면서 구경하고 간다. 일본인 이웃이 좋다면서 누가 아이디어를 주었느냐고 묻는다. 인도인 이웃, 중국인 이웃뿐만 아니라 러시아인 이웃도 좋다고 칭찬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친구처럼 지내는 미국인 이웃에게 아리랑 의자라고 했더니, ~~? 하면서 따라 부른다. 다민족이 모여 살고 있는 가운데서 한국어의 상징인 아리랑을 자유롭게 외칠 수 있어 나는 참 좋다. 어느 날, 필리핀 이웃들이 지나가다가 아리랑 의자에 앉아서 담소하고 갔다. ‘아리랑 의자는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좋은 이웃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집 앞뜰에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후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 세상 여러 민족과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이름 모를 나무 그루터기로 만들어진 아리랑 의자는 내 삶의 편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밟는 땅에 아리랑 드림 센터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루터기 이곳저곳에 한국어로, 영어로 내 희망을 말하듯이 아리랑 드림 센터를 썼다.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만복이 깃드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아리랑 의자에 앉아서 나를 미주 한인으로 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본다. 또한, 미주이민 1세로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면서 살 수 있게 해 주심을 참으로 감사드린다.

 나는 오늘도 분홍색 꽃잔디로 둘러싸인 아리랑 의자에 앉아 행복한 내일을 꿈꾸고 있다. 다민족 이웃들의 사랑 속에서 태어났으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화광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시시때때로 자연이 주는 바람 태양 공기 속에서 그루터기로 만든 아리랑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지구촌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기도 한다. 어느 날, 나만의 공간이 아니고 피곤한 사람이 쉬어 갈 수 있고, 대중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행복장소로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아리랑 의자는 나를 본토를 떠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면서 미주한인으로 살아온 나의 삶의 흔적을 품고 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한인의 향기가 풍기는 아리랑 의자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파란 하늘을 우러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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