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국립해양박물관서 '장계 별책' 확인
"사라진 장계 별책, 박물관 소장 '충민공계초'와 동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일제 강점기 이후 분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무공 이순신 관련 유물 중 하나의 소재가 최근 확인됐다. 이순신이 임진왜란 당시 왕실에 올린 보고서를 모은 이른바 '장계(狀啓) 별책'이다.

난중일기 교감완역본을 펴낸 이순신 전문가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된 '충민공계초'(忠愍公啓草)를 분석한 결과 그간 분실 상태로 알려진 장계 별책이 바로 충민공계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AKR20150405050100005_01_i.jpg


충민공계초 표지(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장계 별책은 난중일기와 함께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임진장초(壬辰狀草)와 별개로 덕수이씨 충무공 종가에 전해지던 또 다른 장계 초본이다. 이순신 사후인 1662년 만든 필사본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올린 보고서 68편을 수록했다.

 


 별책에 실린 기록은 정조 때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에 난중일기, 임진장초, 서간첩 등과 함께 포함돼 내용 자체는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본은 충무공 종가에서 보관하다 1920년대 일제가 이순신 관련 유물을 조사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노 소장은 "조선총독부가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발간한 '조선사료총간'에 따르면 일제는 1927년 조선 초·중기 역사를 편수하고 이듬해인 1928년 2월 이순신에 관한 문서와 유물 일체의 촬영을 마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민공계초를 분석하던 도중 1928년 일제가 장계 별책 일부를 촬영한 원판 사진이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존재함을 확인하고 충민공계초 실물 내용과 국편 소장 사진을 대조, 둘이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AKR20150405050100005_02_i.jpg

일제 강점기 촬영된 장계 별책(국사편찬위원회 제공)

 

AKR20150405050100005_03_i.jpg

충민공계초(국립해양박물관 제공)

 

AKR20150405050100005_04_i.jpg

충민공계초(국립해양박물관 제공)


1928년 당시 별책 소장자는 충남 아산군 염치면 백암리에 살던 이순신의 13대 종손 이종옥(李種玉)씨로 확인됐다고 노 소장은 전했다.

노 소장은 "1959년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서간첩이 국보로 일괄 지정될 당시 장계 별책이 빠졌으니 당시 별책은 이미 충무공 종가에 없었을 것"이라며 "일제가 필름으로 촬영한 1928년 이후부터 1959년 사이 없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충민공계초 첫장에는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신 이순신 삼가 올림. 임진년'(全羅左道水軍節度使臣 李舜臣謹 壬辰年)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이순신이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1592년(선조 25년) 4월15일부터 1594년(선조 27년) 4월20일까지 선조와 세자 광해군에게 올린 전쟁 상황보고다.

 


부록으로 임진왜란 중 병조판서를 역임한 이항복이 이순신에 관해 쓴 '이통제비명'(李統制碑銘)과 '고통제사이공유사'(故統制使李公遺事), 동시대 문신 박승종의 글 '충민사기'(忠愍祠記)가 함께 실렸다.

노 소장에 따르면 충민공계초라는 제목은 1601년(선조 34년) 전남 여수에 세워진 사당 충민사(忠愍祠)에서 따 왔다. 여수는 이순신이 수군을 지휘하던 전라좌수영의 당시 소재지다. 선조는 이항복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곳에 이순신을 추모하는 사당을 짓도록 하고 충민사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 내렸다.

장계 별책 외에 난중일기 초고본 중 을미년(1595년) 일기, 이순신이 생전 사용하던 쌍룡검, 해남 충무사에서 도난당한 이순신 영정, 이순신이 부하들에게 보낸 문건인 감결(甘結), 이순신을 사후 우의정으로 봉한 선조의 교서 등 이순신 관련 유물 5종이 현재 분실된 상태다.

충무공 종가의 한 관계자는 "집안에 전해져 내려왔다는 유물이 일제 강점기에 없어져 필름으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후손으로서 매우 안타까웠다"며 "이제라도 존재를 확인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9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45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7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59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12 5
416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별세 file [1] 웹담당관리자 2022-02-26 462 1
415 쌀밥 file [3] 정순옥 2022-02-28 207 1
414 바람 file [1] 이병호 2022-02-28 213 1
413 삼일절, 대숲 스쳐 지나가며 [2] 오애숙 2022-03-01 273 1
412 제비, 이젠 '봄의 전령' 아니다 file [1] 배원주 2022-03-02 257 1
411 수용성 비료와 물로 식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기 개발 file 배원주 2022-03-04 355 1
410 인내 file 정순옥 2022-07-23 333 1
409 나는 네가 싫다 [2] 유진왕 2022-03-06 247 1
408 밍크·햄스터 이어 사슴… 사람에게 코로나 옮기는 동물이 는다 file [1] 배원주 2022-03-09 218 1
407 도시의 여름 [2] 이금자 2022-03-13 234 1
406 그린란드 바이킹이 500년 만에 사라진 이유 file 배원주 2022-03-26 239 1
405 번개가 하늘로 친다 file [1] 배원주 2022-04-03 238 1
404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188 1
403 정보라 '저주 토끼' 美 대형 출판사 아셰트와 계약...15개국에 판권 판매 file 배원주 2022-04-14 179 1
402 신낙균 사진사 file 배원주 2022-04-19 299 1
401 차이콥스키 콩쿠르, 국제 무대서 퇴출 file 배원주 2022-04-20 266 1
400 인간의 다면성---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file 배원주 2022-04-20 235 1
399 지구상 단 한 마리…환상의 흰고래 미갈루 올해 첫 포착 file 배원주 2022-04-25 208 1
398 아프리카의 聖者 슈바이처, 의사 이전에 탁월한 바흐 연주가였다 file [1] 배원주 2022-04-26 243 1
397 -시-서녘 바닷가에서의 사유 오애숙 2022-04-28 16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