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 증가 부푼 기대에도 "현실성 떨어진다" 지적도

2008년 이후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수 감소 추세

한국 해운업계도 어떤 영향 미칠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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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가 지난 6일 제2의 수에즈 운하 개통을 계기로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세계 물류의 중심으로 도약하길 꿈꾸고 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146년 역사의 수에즈운하에 72km 구간의 새 운하를 개통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수에즈운하 통과 시간이 7시간 단축되고 물동량도 2배로 증가해 국가 재정 수입이 많이 증가하고 그 주변 일대를 산업·물류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세계 경제·물류 전문가들은 이는 이집트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한국 해운업계는 새 운하 개통에 따른 통행료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집트, 성대한 개통식 행사…장밋빛 전망에는 의구심 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주도로 지난 6일 동북부 운하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행한 새 운하 개통식은 성대한 잔치로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과 이집트에서 6천명의 내외빈과 외교 사절단이 참석하고 수에즈운하청의 초청을 받고 현장에 온 취재진만 해도 200명이 넘었다.

개통식 행사를 생중계로 지켜본 이집트 국민은 수도 카이로 등 주요 도시의 거리로 나와 '타흐이야 마스르'(이집트 만세)를 외치고 이집트 국기를 흔들었다.

카이로 도심에서는 그날 밤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이집트인들은 이번 새 운하 계통이 "4년간 혼란 속에 있는 이집트인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는 기회"라고 환영했다.

또 새 운하 개통을 발판 삼아 이집트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자국의 국제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 이집트 정부는 올 초부터 새 운하 개통에 따른 장밋빛 전망을 잇달아 내놓으며 국민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수입이 연간 53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132억 달러로 증가한다는 수입 예상치를 내 놓은 것이다.

이는 기존에 통과하던 선박보다 더 큰 화물선이 지나갈 수 있고 일부 구간의 양방향 통행으로 통행 운임이 늘고 국제 교역량이 앞으로 4~5% 늘 것이란 예측치를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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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수에즈운하 통과하는 선박

 


 운하청은 또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기시간은 평균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하루 2회 남쪽으로, 1회 북쪽으로 번갈아 선박이 통과했지만, 양방향 동시 통행이 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앞으로 수에즈운하 아래 이집트 본토와 시나이반도를 연결하는 6개의 터널을 내고 이 일대를 국제 물류·산업단지로 개발해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운하청은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도 유럽행 유조선의 이동량 감소에 따라 주는 상황이어서 수입이 마냥 늘 것으로 추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수에즈운하 전체 통행 선박 수도 2008년 2만1천415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0년 1만7천99대, 2012년 1만7천298대로 감소 추세를 보였고 작년에도 1만7천대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선주협회의 김영무 전무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에즈운하의 통행량은 세계의 경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데 최근 세계 경제의 저성장 속에 운하 통과 시간이 단축됐다고 해서 통행량이 갑자기 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집트가 수에즈운하 통행료를 올리면 세계의 선주들은 운하 이용에 부담을 느끼고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또 전체 190.25km에 달하는 현재의 운하 길이에서 35km 구간만 새 물길을 낸 만큼 제2의 수에즈운하로 보기엔 과대 포장됐다는 해석도 있다.

운하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집트는 엘시시 대통령의 사업 개시 발표 전체 72km 길이의 제2의 운하 건설에 돌입해 1년 만에 마쳤다.

72km 가운데 35km 구간에는 새로운 물길을 냈고 나머지 37km 구간은 운하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데 그쳤다.

 

 

◇이집트, 홍콩·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물류 중심지 될 수 있을까?

수에즈운하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로서 그 가치와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 수는 첫 개통 해인 1869년 10척에 불과했지만 1976년에 1만 척을 처음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03개국의 선박 1만7천여척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수에즈운하를 통행하는 평균 선박 수도 2000년대 들어 1만5천~2만척 수준을 유지해 왔다.

운하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9년도 수치를 보면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8%가 수에즈운하를 거쳤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항해하면 아프리카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거치는 거리보다 최대 1만km 정도가 단축된다. 유럽과 아시아 간 항로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갈 때보다 절반가량 주는 셈이다.

항해 일수 단축에 따른 선박 유지비와 운임비, 연료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수에즈운하 통과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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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수에즈운하

 


 이곳을 통과하는 주요 화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식량과 원재료, 공업제품이 주종이었다. 그 이후에는 석유 수송의 비중이 높아져 현재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의 지리적, 경제적 가치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집트가 당장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적 물류의 중심지로 당장 발돋움하기는 사실상 무리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식 현장에서 만난 홍콩 경제지 '재경신문' 베니 쿼크 국제부 기자는 연합뉴스에 "이집트가 새 운하 개통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점은 이해하나 당장 물류의 허브가 되는 것은 그들의 기대치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쿼크 기자는 "홍콩이 세계적인 물류의 도시로 자리 잡는 데는 100년 이상이 시간이 걸렸다"며 "항만 시설을 포함한 사회 기반 시설, 국가 시스템, 공무원의 능력, 시민 의식, 교육, 언론 자유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지금의 홍콩이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에즈운하를 취재 온 싱가포르 비즈니스타임스의 차이 하오샹 기자도 연합뉴스에 "이집트의 전망 수치는 그 근거가 불명확해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새 운하의 통행료와 물동량의 변화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제2의 수에즈운하, 한국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의 해운업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에즈운하청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709척의 선박이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3억2천만 달러(3천721억)를 수수료로 냈다. 물론 화물 무게와 선박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수에즈운하를 지날 때 평균적으로 한 척당 약 5억원의 통행료를 낸 셈이다.

한국 해운업계로서는 유럽으로 물건을 수출할 때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할 때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남아공 케이프타운 경유 항로보다 6천28㎞가 줄어 7∼10일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료비와 관리비가 주는 셈이다.

그러나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이 한국 해운업계에 당장 큰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전체 82억 달러를 들여 새 운하를 개통한 만큼 통행료 상승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식에 참석한 한 외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수에즈운하 통과 운임이 상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집트 정부가 인상 폭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운하 통행료가 큰 폭으로 오르면 세계 선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는 만큼 논란의 소지도 있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194km의 모든 구간이 양방향 통행이 아니고 일부 구간은 일방통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통행 시간의 대폭 단축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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